올림픽공원 8경 들꽃마루 황화 코스모스 - 서울 도심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
올림픽공원 8경 들꽃마루 황화코스모스 - 서울 도심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
서울 도심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참 많다. 높아지고 파래진 하늘을 보고 느낄 수도 있고, 가로수 잎이 울긋불긋 수줍어 하는 모습을 보고 느낄 수도 있다.
도심 곳곳에 가을을 느낄 곳이 많은데 그 중에 한 곳. 올림픽공원의 가을을 느껴보려고 한다.
가을을 제일 먼저 반기는 코스모스 중에 황화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있었다. 9월 말, 이제 곧 끝물일 거라는 소식에 이른 아침 올림픽공원에 찾아갔다.
노랑과 주황으로 가득 찬 이 곳은 올림픽공원 남1문과 남2문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올림픽공원에는 9경이 있다.
1경. 세계평화의 문
2경. 엄지손가락락(조각)
3경. 몽촌해자 음악분수
4경. 대화(조각)
5경. 몽촌토성 산책로
6경. 나홀로나무
7경. 88호수
8경. 들꽃마루
9경. 장미광장
이 중에 8경인 들꽃마루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카메라를 들고 저마다 2014년의 가을을 담고 있었다.
9월 말. 조금 늦게 온 탓에 주황색 꽃잎이 다 떨어지고 코스모스 씨앗만 남은 것들이 많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른 아침이라 꽃길이 사람들로 북적거리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아직까지 울긋불긋 자리잡고 있는 꽃들 때문에 한시름 놓인다.
황화 코스모스 (Cosmos sulphureus cav.)
코스모스에 비해 잎이 넓고, 화형이 작으며 꽃잎이 곂쳐져 있다.
양지에서 잘 자라고 수분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꽃대가 많이 풍성하고 오랫동안 꽃이 핀다.
개화는 8~10월 동안 이어지고 원산지는 멕시코 이다.
이런 깨알 같은 정보는 근처 팻말에 빨때 꼽아 쪼옥 빨아 먹어본다.
이 곳 언덕 위엔 오두막이 있다. 전형적인 옛날 방식의 오두막은 아니지만 꽃 구경하며 언덕을 오르고 나서 한 숨 고르기엔 참 좋은 곳이다.
아래로 꽃들이 피어 있고 부드러운 햇살도 비치고 바람도 불어 온다.
이렇게 아래로 내려다 보는 모습이 참 좋다.
초록 잎을 배경으로 울긋불긋한 황화 코스모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시간이 지나자 사진찍는 사람들이 하나 둘 더 늘었다.
이른 아침부터 커플끼리 와서 서로 사진찍기 바쁜 사람들도 있고, 사진 초보를 가르치려고 온 건지 썸을 타는 건지 남녀가 와서 사진을 서로 가르쳐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오후가 되면 이 꽃길은 사람들로 빼곡할 것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산책이나 나들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이른 시간에 여유있는 산책을 추천해본다.
나도 꽃 길 사이를 천천히 걸어다니며 조용한 새벽의 운치를 느껴본다. 그리곤 예쁘게 핀 꽃 한 송이 보고 사진 찍어본다.
햇살이 안개를 뚫고 꽃잎에 비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론 꽃잎엔 이슬이 맺혀있고 더 강한 햇살이 비치길 바랬다.
그러면 조금 더 예쁘게 보일테니까.
빨간 황화 코스모스
주황 황화 코스모스
노랑 황화 코스모스
태양빛은 자기들이 한껏 다 받은 듯 노랗고 붉은색으로 치장한 꽃들은 정말 황홀했다.
발 아랫쪽엔 햇살이 덜 받아 아직 이슬이 맺혀있었다. 그늘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을 잡으려 이리저리 찾아다녔지만.. 발견하지 못하고 찍은 사진..
이미 황화 꽃씨가 되어버린 꽃 대들이 많이 아쉬웠다.
황화 코스모스의 경사진 곳 중간 즘에 있던 길
예쁜 길을 보면 사진으로 담아낸 후에 천천히 그 길을 걸어보게 된다. 삐죽 삐져나온 황화 코스모스들이 내 옷에 스치고, 평평한 흙길을 밟을 때마다 돌과 흙 밟는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어느 프랑스 인상파 화가가 이걸 보면 붓을 들고 그림 한 장을 그려내지 않을까 하는 멋진 시각적 색채가 가득하다.
헤드셋을 껴고 온통 자기만의 공간에서 꽃 구경을 즐기는 처자를 몰래 담아 본다.
얼굴이 나오지 않았으니 초상권 운운하지 않을 것 같다.
와이프와 함께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이 시간에 와이프는 꿈나라에서 놀고 있을 시간이라.. 허락받고 이른 아침에 혼자 나온 것이다.
왕따나무에도 황화 코스모스 군락지가 있는데, 예전 그 곳의 모습이 생각나서 비슷하게 담아 봤다.
역광의 몽환적인 느낌에 암부가 진득하게 묻어난 느낌이 참 마음에 든다.
코스모스 잎이 저 흙길에 흩뿌려져 있었다면 완전 장난 아니었을 풍경일 것 같은 상상에 빠져본다.
이런 꽃길에 새하얀 옷을 입은 모델도 한 명 두고 사진을 담아보고 싶다.
안개까지 옅게 낀다면 정말 몽환적이겠지~ 부슬비가 내리는 날의 모습도 눈감으면 상상되는 꽃 길
이른 새벽을 넘어 아침 햇살이 가득한 시간이 오자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졌다.
이젠 꽃 길 주변으로 해서 산책해본다.
그리고 8경의 포인트인 황화 코스모스 꽃길의 아랫쪽에 도착했다.
봄에는 양귀비를 심어 놓는 들꽃마루,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잠들어버린 양귀비 밭은 내년 봄에 다시 만나야 할 것 같다.
가을엔 황화 코스모스를 심어 놓는 들꽃마루, 이렇게 황화 코스모스로 가득하다. 마치 주황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 한 풍경이 정말 화려하고 예쁘다.
찾아간 날짜가 9월 27일, 일주일 정도만 일찍 찾아갔으면 조금 더 화려한 풍경을 만났을 것 같다. 내년엔 하늘이 파란 날 조금 더 일찍 찾아와야겠다.
원두막 건너편엔 풍접초(족두리꽃 : Spiny Spiderflower, Cleome spinosa) 라는 꽃이 피어 있는데, 멀리선 상당히 화려해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리 예쁜지 모르겠다.
웬지 꽃에 촉수가 돋아난 것 같은 느낌이라 난잡하고 기분이 영 좋지만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온 외래종이라는데, 우리나라 토종 들꽃이 가득했으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꽃무릇 같이 참 애매한 꽃이다.
꽃무릇과 차이라면 꽃과 잎사귀가 같이 나온다는 점과 색이 다르다는 점. 꽃말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아니겠구나.
서민적인 느낌이 나는 새하얀 구절초. 족두리꽃 아랫쪽으로 이어진 산책로 경사진 곳에 피어 있었다.
예로부터 들국화로 불려지던 꽃. 산에 들에 핀 한 껏 멋을 낸 것 같으면서도 수수하게 보이는 꽃이다.
여성에 좋다는 효능이 있어서 9번이나 꺾이는 풀이라는데서 유래되어 구절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새싹처럼 가는 줄기를 타고 올라온 모습이 앙증맞다.
수수한 모습의 구절초를 뒤로하고, 왕따나무 쪽으로 가보려고 한다.
아직 이른 아침의 기운이 남아 있을 때 왕따 나무 쪽의 황화 코스모스도 보고 싶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왕따나무 아래로 황화 코스모스가 가득했었다.
그렇게 도착한 왕따나무 앞..
띠로리~ 이거슨.. 하아.. 없다.. 황화 코스모스가...
이른 아침부터 웨딩 셀카 찍는 사람들만 잠시 구경하고 집으로 귀가..
가을은 그렇게 가고 있었다.
2014/09/02 - [His Story/Korea] - 구리 한강시민공원 코스모스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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