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의 아침 - 송도 센트럴파크
난 오늘도 여느때와 다르지 않게 출근 준비를 한다.
알람 소리에 겨우 눈을 뜨고 무거운 몸을 이끌며 샤워실에 들어간다. 칫솔에 치약을 새끼손톱만큼 바른 다음 입속에 넣고 닦기 시작한다. 온수를 틀어놓고 잠시 기다린다. 아직 물이 차갑다. 샤워를 마치고 로션을 바르는데 거실 창문 너머로 해가 제법 올라왔다. 벌써?
출근 준비를 마치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밖으로 나오는 길에 내 얼굴 정면으로 햇빛이 비친다. 찌푸린 눈가를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빛이 지나간다. 그 미묘한 차이가 평소와 조금 다른 출근길을 가야겠단 마음을 먹게 했다. 회사 도착 전,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사진 몇 장을 담아야 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라디오에 나오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으며 관심을 보이고 재밌어 한다. 나도 어느덧 어른이 된건가 하는 생각에 평소 피터팬 처럼 살고 싶고, 어린왕자 처럼 생각하고 싶던 마음이 부딪치면서 묘한 씁쓸함을 남겼다.
어느 덧 센트럴 파크에 도착했다. 송도 센트럴 파크 곳곳엔 무료 주차가 가능한 곳이 많다. 아직 건물이 올라서지 않은 놀고 있는 땅이 많기 때문이다.
출근 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대략 15분. 욕심 같아선 빠릿빠릿 뛰어다니며 여러 컷을 남기고 싶지만 여유롭고 평화로운 아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컸는지 봄을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카메라를 둘러매고 송도한옥마을 입구를 거쳐 센트럴파크 테라스정원으로 향했다.
차가운 듯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오묘하게 섞인 아침. 테라스 정원을 오르는 길에 설익은 듯한 새소리와 차량의 엔진 소리도 오묘하게 섞여 있다. 노란 마른 잔디 틈 사이로 푸릇푸릇한 잔디마저 섞여 있는, 작은 언덕과 흔들 의자를 품은 공원과 미래도시 같은 높은 빌딩이 섞여 있는 곳. 평범하던 출근길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새로운 것 가득한 출근길로 느껴지고 있었다. 나에게 10분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흔들 의자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당장 내일 아침 출근길에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야경으로 담았던 봄이 오는 모습을 다시 담아봤다. (http://fillin.tistory.com/288)
아직도 쌩쌩하게 붙어있던 개나리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하얀 벚꽃은 어딨을까 찾아봤다. 호수 건너편엔 몇 그루 보이는데.. 사진 찍는 방향에선 몇 그루의 매화를 보긴 했지만 꽃이 너무 없어서 사진으로 예쁘게 나오지 않아 눈으로만 담았다.
어느새 회사로 출발할 시간. 한옥마을을 통해 나가는 길에 예쁘게 뻗은 처마의 모습과 나뭇가지에 연둣빛 가득한 모습이 눈에 띄였다. 햇살도 초록 잎사귀에 곱게 떨어지는 모습에 돋아나는 잎사귀 마냥 내 마음속도 뭔가가 삐죽삐죽 올라오는 느낌을 받는다. 싱그러운 이른 아침의 봄을 맞으며 출근하던 오늘은 매일매일이 결코 평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날이었다. 내일도 많이 비슷한 하루겠지만 조금의 변화로 하루를 다르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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