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반덕,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밭 - 안반덕 가는 길, 안반덕포인트
안반덕,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밭
8월 중순에서 20여일 사이..
보통 한여름의 끝자락이면서 새벽에 조금씩 쌀쌀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그 때가 바로 안반덕(안반데기)에 다녀오기 좋은 때다.
물론 여름에도 고랭지 배추밭에 다녀오면 시원하고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기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운해와 함께 푸른 배추밭이 펼쳐진 멋진 장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기를 놓치면 고랭지 배추밭은 출하를 시작하기 때문에 더 이상 운해와 함께 감상할 수 없다.
2013년 8월 24일 토요일 오후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가을인데 출사 안가?"
나는 이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 그리곤 바로 대답했다.
"형~ 어디 갈껀데요? ㅎ"
그렇게 해서 출발하게 된 곳이 안반덕.
안반데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덕, 데기는 평평한 구릉지대를 가리키는 강원도 사투리인데, 막상 가보면 구릉지대 라는 말은 수긍할 수 있으나 평평하다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 할 수 있다.
아마도 강원도는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곳이 많아 상대적으로 평평하다고 말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새벽에 안반덕에서 만나기로 하고, 친구와 놀다가 저녁 시간에 잠깐 누워 쉬었다.
그리곤 밤 11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편의점에 들어가 다음 날까지 내 몸을 버티게 해줄 간을 위한 헛개차 투플러스 원과 '한 판 더?' 라는 유행어를 남긴 드링크 몇 병을 봉지에 담았다. (드링크는 오랜만에 보는 지인들을 위해)
차에 시동을 걸고 그렇게 강원도로 출발했다.
평소답지 않게 정속주행하며 영동고속도로를 탔고, 횡계IC에서 빠져나왔다.
고불고불 시꺼먼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라이트를 끄면 정말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그런 도로.
밝은 달이 떠있었음에도 높은 산 골짜기를 구불구불 따라 올라가는 도로라 그런지 달빛이 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도암호 및 주변 저수지에서 올라온 물안개 때문에 시야 확보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조심조심해서 안반덕에 도착하게 되었다. (안반덕 가는 길과 포인트는 포스팅 하단에 표시함)
새벽 2시 반이었는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삼각대를 세워놓고 자리잡고 있었다.
달이 머리 꼭대기에 떠 있던 상태라 안반덕 배추가 한 눈에 들어왔고, 저 멀리 운해가 차오르고 흘러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늘엔 구름도 거의 없었다.
앗싸! 오늘 대박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달이 환하게 떠 있던 상태였음에도 수 많은 별들이 하늘에 총총 박혀있었다.
게다가 달빛을 받은 풍차도 환히 보였다.
아... 근데.. 춥다.
현재온도 14도
여름의 끝자락이라도 강원도는 이미 가을에 접어든 것처럼 추웠다.
차량이 지나가지 않는 틈을 빌려 별 돌리기를 시작했다.
중간에 차가 올라오면서 차량 라이트 때문에 별돌리기를 끊어야 했기 때문에 대략 3~40분 정도 돌린 거 같다.
사진 오른쪽 아래엔 운해가 산골짜기를 흘러흘러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인다.
붉은 하늘 부분은 아마도 강릉 쯤, 도심의 불빛일 것이다. 그 때문에 붉게 물든 하늘
자리를 옮겼다. 늦으면 늦을 수록 좋은 포인트에서 구석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안반덕, 안반데기의 메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옥녀봉 바로 아래에 위치한 길에서 바라본 모습
그 길엔 배추밭 방향으로 도착한 순서에 맞춰 삼각대를 펴고 자리를 잡는다.
누군가 정해놓은 법은 아니지만, 통상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게 자리를 잡는 게 기본 매너다. (간혹 진상이 있긴 하지만..)
삼각대를 펴고 바로 별돌리기 시작.
아쉬운 점은 별의 일주 궤적이 조금씩 흔들린 점이다.
내 옆으로 삼각대 세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삼각대를 펴면서 내 삼각대를 건들면서 생긴 아쉬움의 흔적들이다.
그래도 달빛에 배추까지 보이는 멋진 날이라 나름 만족하며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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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잠시 이 날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를 얘기해볼까 한다.
사진 촬영중 내 왼쪽에 있던 50대 쯤 보이는 아저씨.
조리개는 거의 9까지 조여놓고 감도는 100 놓고 셔속을 5분이나 확보한다.
그리고 5분이 지나서 하는 얘기가..
"별이 안보여~ ㅠ"
그러면서 연신 자기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촬영법을 전수하기에 이른다.
"조리개를 이렇게 놓고, 셔속은 5분으로도 별이 안보이니까.. 어쩌고 저쩌고... "
한~참을 그렇게 촬영하고 있길래.
"저기요~ 감도도 올리고 조리개도 열고 찍으세요~ "
라고 하니..
듣는 척도 안한다.
일출 직전까지 시꺼먼 사진만 연신 담아대던데,, 똥고집인 건지,, 선택적 인식인 건지,,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건지..
나도 별 사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팁을 드리자면..
많은 별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아래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1. 감도(ISO)를 높여라. (400~1600, 간혹 3200까지 놓을 수도 있음)
: 감도를 높일 수록 작은 빛에 센서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약한 별빛도 잡아낼 수 있다.
밝은 빛은 더욱 밝게 찍히기 때문에 일주 사진의 별빛 두께 조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2. 조리개를 열어라.
: 조리개도 별빛의 두께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조리개를 열 수록 빛을 받는 양이 많아지므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빛을 담아낼 수 있다.
3. 셔터 속도는 감도와 조리개에 따라 수동으로 설정한다.
예제)
위의 별 일주 사진은 조리개 f5, ISO400, 셔속(벌브) 약 110초
로 촬영하여 모든 사진을 이어 붙인 사진이다.
달이 떠 있던 상황이라 감도를 더 높일 필요는 없었고, 조리개는 현재 사용중인 광각렌즈의 최대개방 상태이다.
초점은 수동으로 하여 무한대 근처에 가져다 높으면 되고, 줌렌즈의 경우엔 경통이 흘러 내릴 수 있으니 줌링에 테이핑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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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도 아주 예쁘고, 배추도 달빛에 빛나고, 운해도 적당히 넘실대고 있다.
별똥별의 탈을 쓴 인공위성도 예쁘게 하늘을 수놓았다.
일출 직전이다.
하늘과 땅의 노출 차이가 가장 심해져오는 타이밍.
일명 끄네끼 신공이라고 부르는 방법으로 노출 차이를 극복해본 사진인데, 사진이 마치 HDR 사진 같다.
담엔 끄네끼 신공보다는 브라케팅 촬영으로 포토샵에서 합하는 걸로 해야겠다.
이런 사진은 너무 어색하니까.. ㅎㅎㅎ
역시 브라케팅 촬영으로 하면 사진이 인위적인 느낌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저 멀리 구름을 보니 곧 해가 떠오를 것 같다.
하늘의 구름은 그 빛을 받아서 더욱 빨갛게 되었고,
자연이 만들어주는 화려함에 넋을 잃고 바라보며 셔터를 눌러댔다.
짧은 시간 사이에 또 다른 모습이 보일까 싶어 열심히 찍고 또 찍었다.
그러던 중..
저 멀리 해가 떠올랐다.
일출은 언제보아도 기분을 참 묘~ 하게 만들고 희망을 품게 만든다.
내가 서 있던 자리가 이 빠진 것처럼 구멍이 났다.
이제 해도 떠 올랐으니 다른 사진을 담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저렇게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
햇살이 고랭지 배춧잎에 스며드는 타이밍을 찾아 몇 장 더 담아보았다.
예쁘다~
시그마 12-24 II 의 플레어 억제력도 더욱 좋아져서 사진 분위기를 한 층 더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주고 있다.
이제 다른 포인트로 이동해본다.
옥녀봉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에 왼편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에 연이어 담아보았다.
이 날 운해는 정말 장관이었다.
구름위 신선놀음을 하는 기분을 여기서도 이렇게 느끼게 될 줄이야.
몸이 둥실둥실 뜰 것 같은 기분이다.
그 광경이 너무나 멋졌기 때문에 몇 발자국 떼지 못하고 또 사진을 찍게 되었다.
두툼한 배춧잎도 햇살에 물들어 차가움과 따뜻함이 함께 하는 듯 느껴졌다.
배추밭은 상당히 넓었다.
이 배추밭을 보면서
"이야~ 이거 언제 다 뽑아~" 하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실제 배추 뽑아내는 건 순식간이라고 한다.
Surprise ~
옆 구릉지대도 온통 배추, 배추, 배추
저 멀리 산 골짜기에도 운해가 흘러 흘러 넘쳐 넘쳐, 골짜기마다 운해가 가득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마저도 어찌나 멋지던지 ㅎㅎ
흔히 볼 수 없는 맑은 하늘이기에 내 마음은 한 껏 들떠있었다.
해가 어느 덧 많이 올라왔다.
이제 내려갈 시간.
내려가는 길에 못내 아쉬워서 내가 미처 찍지 못한 포인트에서 몇 장 더 찍어봤다.
역시나 포근한 느낌.
곱게 잔디가 깔린 것 같이 포근한 느낌이다.
저 멀리 풍차가 보이는 곳이 옥녀봉이다.
옥녀봉으로 나 있는 길의 정상 부근이 촬영 포인트다.
저 꼭대기는 주차 가능 차량이 몇 대 되지 않으니(일찍 도착한 사람들로 가득하니) 이 곳 주차 가능한 지역에 주차 후 천천히 걸어 올라가며 사진을 담으면 된다.
촬영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빛내림이 너무 멋져서 차를 세워두고 사진 몇 장을 더 담아봤다.
옅은 안개와 강한 볕이 만들어낸 빛내림
물안개가 마치 낮게 떠 있는 구름처럼 둥실둥실 아래로 떠내려가고 있다.
사진으로도 많이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 정말 힐링하기 좋은 곳, 안반덕(안반데기)
안반데기 마을도 정말 이국적이어서 마치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다녀간 흔적을 최소화 하고, 동네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하지 않길 바라본다.
내년에 또 다시 힐링하기 좋은 안반덕(안반데기)가 되길 바라면서..
난 삼양목장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안반덕 가는 길
네비에 안반덕을 찍으면 안반덕 근처까지 갈 수 있다.
횡계IC에서 빠져나와 안반덕 방향으로 계속 올라가면 된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 주의할 점은 아래에 설명한다.
안반덕에 거의 다다르게 되면 마을 회관 같은 붉은 벽돌집을 보게 되는데,
네비에 나타나지 않은 아래 표시한 붉은색 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파란색 영역은 주차 가능 지역이므로 적당히 다른 분들이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신경써서 주차하면 된다.
붉은 벽돌집 주변에도 넓은 주차 가능지역이 있으나, 포인트까지 거리가 상당히 멀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파란색 표시 지점에 주차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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