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국제와인 & 주류박람회 방문 및 시음 후기 (Seoul International Wines & Spirits Expo)
2016 서울국제와인 & 주류박람회 방문 및 시음 후기(Seoul International Wines & Spirits Expo)
와인이란 취미를 갖은 이후로 해마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와인 & 주류박람회에 방문해야지 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해마다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올해는 꼭 가야겠다는 생각에 사전예약을 하게 되었다. 사전 예약을 하면 좀 더 저렴하게 박람회를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와인 박람회는 다른 박람회와는 다르게 사전예약을 해도 입장료가 있다. 일반 관람(20,000원), 사전 등록 일반 관람(14,000원), 온라인 사전 예매(12,000원), 초청장(무료)
꼭 관람한다는 보장이 있다면 온라인 사전 예매를 해도 되지만 다른 일정이 생겨 관람이 불가한 경우 사전 등록으로 할인 기회를 챙기도록 한다.
와인 박람회 관람을 위해서 네 가지 정도 준비가 필요했다.
1. 신분증 : 미성년자는 관람 불가
2. 식사 : 시음하는 와인 및 주류의 양이 적기는 하지만 누적된 양은 많기 때문에 음주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사를 하고 가는 것을 권장한다.
3. 간식 : 시음 장소에 안주거리가 비치된 경우도 있지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육포나 크래커 등을 챙겨가도록 한다.
4. 와인잔 : 입구에서 다양한 종류의 와인잔 구매가 가능하지만 추가 비용을 원치 않는다면 와인잔을 챙겨가도록 한다.
식사는 코엑스 내에 있는 초밥집을 이용했다. 스시 한판(SUSHI HANPAN)
차려나온 비주얼은 상당히 만족스러웠으나 샤리가 상당히 거칠고 단단한 편이었다. 마치 기계로 미리 만들어 놓은 기계초밥의 샤리 느낌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을 두고 나온 얼마만의 외출이냐며 기분좋게 식사를 마치고 관람을 시작하기로 했다.
사전등록을 해놓은 탓에 따로 설문지를 작성할 필요 없이 티켓 구매 후 바로 입장했다.
와인 박람회에서 모든 와인을 다 시음해봐야지!
라는 들뜬 기대감을 한가득 안고 입장을 했지만 초반부터 난감 그 자체였다.
맥주와 전통주, 와인까지 모든 걸 다 시음하고자 한다면 도수가 낮은 맥주부터 찾아 갔을 것이다. 하지만 와인만 시음하고자 했음에도 부스가 너무 많고 부스 내에도 5~7 종류의 와인이 놓여있다보니 아무런 정보가 없는 채로 입장한 내 발걸음은 갈 길 잃은 채 허둥댈 뿐이었다.
적어도 어느 와이너리 것은 먹어봐야지 하는 정보라도 있었어야 했다.
그러던 중 사람이 몰려있는 곳에서 처음 시음하게 되었고 그 와인은 체코 와인이었다. 가운데 긴 병목을 갖고 있는 와인을 골랐다.
상투스 빅토리아 쇼비뇽(Sanctus Victoria Sauvignon) 2014 - 체코(Czech Republic)
밝은 연두빛을 띄었고 멜론이나 수박 같은 과육의 흰 부분 같은 향이 난다. 빈티지 때문인지 텍스쳐가 아주 거칠었고, 영 한 느낌이 가득했다.
처음 고른 와인이 크게 와닿지 않아 다른 해외 부스의 와인들을 시음하게 되었는데,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와인이라 괜한 기대감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빈티지 또한 대부분이 2015 인 탓인지 숙성이 덜 된 느낌이 가장 컸고, 너무 영 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체코에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 와인 부스에 가서 시음했지만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하다가 스페인 리오하(RIOJA) 와인을 발견하고 시음을 시작했다.
루이스 까냐스 그랑 레제르바(Luis Canas Gran Reserva) 2008 - 스페인(Spain)
Tempranillo 95%, Graciano 5%
짙은 루비색에 검은빛 마저 감돌았다. 향이 부드럽고 달달한 과일향이 풍긴다.
타닌감은 약한 편이지만 묵직한 느낌이 있고, 끝에 단맛이 아주 살짝 감돌면서 미세한 산미를 남긴다. 복합적인 향에 여운이 남는 와인이다.
수령이 50년 이상인 포도나무에서 열린 송이 중에 엄선된 포도알을 가지고 24개월 간 숙성되었다. 그래서 Gran Reserva 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것이다.
파고 드 시르서스 샤르도네(Pago de Cirsus Chardonnay) 2015 - 스페인(Spain)
밝은 노란빛이 감돌고, 열대 과실향이 풍부했고 마른 풀향이 났다. 산미와 함께 입안에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만 특별히 맛 좋다 라는 느낌없이 평범했다.
탈레,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Thale, Montepulciano d'Abruzzo) - 이탈리아(Italy)
Montepulciano 100%
첫 향은 상당히 부드럽고 달달하게 느껴진다.
부드러운 타닌감과 풀바디의 묵직함이 긴 여운을 남겨준다.
피에데몬테, 마쓰 데 퀸쎄(Piedemonte, +d Quizce) - 스페인(Spain)
Merlot 100%
밝은 루비 빛에 탄내가 올라온다. 가만히 향을 더 깊이 맡아보면 재 냄새도 느껴지고 스모키 하다.
부드러움 끝에 강한 타닌감이 느껴지며 밸런스가 좋고 긴 여운을 남겨주는 풀바디 와인이다.
돈파스칼 타나 로블 크리앤자(Don Pascual Tannat Crianza Roble) 2013 - 우루과이(Uruguay)
Tannat 100%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향은 입안에서도 부드럽지만 끝에 스파이시함과 강한 타닌감이 느껴진다.
샤또 레 그라브 드 비오드 뀌베 프레스티지(Chateau Les Graves de Viaud, Cuvee Prestige) 2010 - 프랑스(France)
Melot 70%, Cabernet Sauvignon 18%, Cabernet France 12%
밝은 자주빛에 붉은 과일향이 올라온다. 타닌감과 구조감이 적절하고 무난했다.
예술의 전당 25주년 기념 와인으로 선정된 와인이다.
피에데몬테, 크리앤자(Piedemonte, Crianza) 2012 - 스페인(Spain)
Merlot, Tempranillo, Cabernet Sauvignon
짙은 루비 색상에 영한 느낌의 아로마향이 풍긴다. 블랙베리 느낌의 미디엄 바디이다.
Alquez 2012 - 스페인(Spain)
Garnacha 100%
Nietori의 윗 등급인데 부드럽긴 하지만 역시나 가볍고 타닌감이나 산미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많이 겉도는 느낌이다.
Nietro 2014 - 스페인(Spain)
가볍고 방향제 같은 향이 난다. 타닌감이나 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음.
로버트 파커가 미국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와이너리라고 칭한 Michael David Winery의 작품들이다. 이 와이너리의 전통이자 신념은 눈길을 사로잡는 라벨 디자인과 질 좋은 와인이다.
그래서 이 와인들에 눈길이 갔고 시음까지 이어진 듯 하다. 위 네 가지 와인 모두 만족도가 높았던 와인들이다.
쁘띠쁘띠 쉬라(Petite Petit Sirah) 2014 - 미국(USA)
쁘띠 쉬라(Petit Sirah) 85%,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15%
검붉은 빛깔에 블랙베리향이 가득하다. 풀바디에 초반 달달함이 먼저 치고 나온 후 후반에서 스모키 함과 타닌감이 느껴지고 피니쉬가 긴 편이다.
빈티지 차이는 있지만 RP90점 이상 획득하고 있는 와인이다.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되었다.
프릭쇼 까베르네 쇼비뇽(Freakshow Cabernet Sauvignon) 2013 - 미국(USA)
Cabernet Sauvignon 96%, 쁘띠 쉬라(Petit Sirah) 4%
짙은 검붉은 보랏빛에 블랙베리 향이 가득하다. 마시자마자 까쇼의 맛이다 라는 게 바로 느껴졌고 향이 강한 편이지만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미디엄 풀 바디 느낌에 초반 부드러움과 함께 과일 맛이 느껴지고 빈틈없이 입안에서 계속 오밀조밀하게 터진다. 그 오밀조밀함과 타닌감, 스파이시함이 입안에서 여운으로 남는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생존해있던 인물들이라고 하니 눈길을 사로잡는 라벨이 아닐 수 없다.
빈티지 차이는 있지만 RP90점 이상 획득하고 있는 와인이다.
프렌치 오크에서 14개월 숙성되었다.
7 데들리 진스 진판델(The Seven Deadly Zins Zinfandel) 2013 - 미국(USA)
진판델(Zinfandel) 95%, 쁘띠 쉬라(Petit Sirah) 5%
처음 잔을 입에 가져다 대면 풍부하고 진한 과일향이 아주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부드럽고 당도있고 텍스쳐와 구조감이 아주 뛰어났다.
라벨의 아랫부분이 탄 듯 제작된 부분이 인상적이다.
5년 이상 RP91점 이상 획득하고 있는 와인이다.
아메리칸 오크에서 12개월 숙성되었다.
식스센스 쉬라(Six Sense Syrah) 2013 - 미국(USA)
쉬라, 쁘띠 쉬라
루비색. 미디엄 바디지만 풍부한 바디감과 블랙베리, 건자두, 나무향이 난다.
밸런스가 좋게 느껴지고 쉬라의 묵직함과 끝에 타닌감이 감싸면서 드라이하게 피니쉬를 남긴다.
프렌치 오크에서 12개월 숙성되었다.
와인 디스펜서
개봉 후 산소의 유입을 막아 약 한달 정도 원하는 만큼 정수기 물 마시듯 뽑아 마실 수 있는 장치다. 병마다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높이 조절도 되고 온도 조절도 된다고 한다. 다만 화이트와 레드를 같은 기기에 넣는 것은 불가능 할 듯 하다. 음용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기기 안에서 화이트와 레드를 구분하여 넣을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찌꺼기가 있는 와인은 아마도 첫 잔은 찌꺼기가 있는 잔을 받을 것 같다. 이런 부분이 개선되면 소비자들의 구미를 더 당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부스를 거치다 보니 시음노트를 들고 다니며 열심히 메모하며 다니는 사람, 취하기 위해 마시는 사람, 적당히 관람하는 사람,
단 거(Danger: 단거라 읽고 위험이라고 이해)만 찾는 20대로 보이는 여자들 등등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여러 부스를 줄곧 서서 관람하고 시음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작다보니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나에게 와인은 분위기로 마시는 술이다.
좋은 사람과 분위기 좋은 조명이 비치는 곳에서 클래식이나 재즈가 잔잔히 흘러나오고, 와인과 어울리는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서로 잔을 부딪치며 이야기 나누며 마시는 술로 알고 있다.
와인을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고 마셔 왔기 때문에 시음만을 위한 와인 박람회가 애초에 나와는 맞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내와 같은 취미에 관련 에피소드 하나를 만들고 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나름 괜찮은 와인을 발견한 정도?
다음에 다시 와인 박람회 방문을 고려해 보라고 한다면 무료 입장권이 주어졌을 때나 다시 찾을 것 같다.
아니면 박람회장 내부가 단순 칸막이 부스가 아닌 분위기 있는 모습과 음향이 조화롭게 되어 있다면 더욱 성공적으로 박람회를 치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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