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트라이볼 일루미네이션(Songdo Tribowl Illumination)
예전 내 삶의 잉여 시간 대부분은 사진을 찍는데 소비했다. 특히 가을로 접어드는 이 맘 때면 팔도강산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지금은 아이들과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일을 하고난 후에 거실 바닥에 절전모드 상태로 널부러져 있거나 유튜브를 보던가 한다. 가끔 체력이 남을 때면 나의 로망인 피아노 치는 남자가 되보고 싶어 88건반 연습을 하곤 한다. 그래도 늘 마음 한 구석은 사진에 대한 열정이 꿈틀 거린다.
그래서 그 열정을 담아 출퇴근길에 조금씩 담아내려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 송도 신도시의 모습을 하이퍼랩스(hyperlapse)로 담아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첫 날 이었다.
때마침 송도 트라이볼에서 일루미네이션 쇼의 리허설이 있었다. 21시부터 진행한 본 쇼를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리허설 만으로도 대략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트라이볼이 이렇게 화려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화려한 빛으로 가득 채워졌다. 평범하지 않은 모습에 지나던 많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배경 삼아 기념하고 있었다. 사실 평창 올림픽이나 남북 정상회담 때 보여준 일루미네이션 쇼 정도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눈길도 잡고 가던 길을 잡아 끄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딸 아이를 예쁜 배경에 담아내기 위한 한 엄마의 몸짓을 보고 있으니 평소 내 모습이 오버랩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이젠 예쁜 걸 보면 가족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찌보면 아빠의 숙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학생 즘으로 보이는 커플이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며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을 했다. 최대한 다리가 길어보이게 찍어달라는 요청. 해서 몇 장 담아줬는데, 휴대폰으론 그 분위기가 나지 않아 현장 섭외를 시도했다.
제가 이 카메라로 찍어드릴테니 저기 서볼래요?
마주보는 게 더 분위기 날 듯 해요~ 라는 내 말에 서로 마주보고 나니, 그 모습이 어색했는지 연신 키득키득 거리며 꽁냥꽁냥 거렸다.
무지개 빛 배경이 가장 예쁜 듯 하여 시간을 두고 기다려봤으나 그 모습이 보이기 전에 리허설이 끝났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몇 장 찍어 놓은 사진을 보내주기로 하고, 블로그 포스팅 허락도 받았다.
이 날 따라 유독 화려한 색채를 뽐내던 트라이볼 모습에 내가 운이 좋은 건가 싶은 생각과 프로젝트 시작이 순탄해서 벌써부터 프로젝트 결말이 기대되었다.
오늘 퇴근길엔 송도G타워에 올라가 볼까?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가을 단풍 여행 버킷리스트 방태산 이단폭포
가을 단풍 여행 버킷리스트 방태산 이단폭포
2018.10.15 -
서울 하늘에 쏘아올린 불꽃, 사진으로 기억되다 - 서울세계불꽃축제 2018
서울 하늘에 쏘아올린 불꽃, 사진으로 기억되다 - 서울세계불꽃축제 2018
2018.10.08 -
인천대교 야경 포인트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인천대교 야경 포인트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2018.09.05 -
8월에 보는 북성포구 일몰각
8월에 보는 북성포구 일몰각
2018.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