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경험한 119 화재 신고 기록
119를 떠올리면 빨간색 소방차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화재, 인명구조, 소방관들의 모습이 거의 동시에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 부터 불이 났을 땐 119,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119를 누르라는 교육을 받아왔지만 119를 눌러본 적이 없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말이지.
얼마전 인생 처음 119로 화재 신고를 하게 되었고 신고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처리 되었는지 기록하고자 이 글을 남기게 된다.
19시가 조금 안되었을 무렵이었다. 아내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다가 "어? 탄내난다!" 라며 급히 주방으로 뛰어갔다. 아무것도 타지 않은 상황. 뭐지? 뭐지? 하며 연신 물음표를 날리다가 별일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몇 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펑~ 하면서 쇠가 부딪치는 파찰음이 함께 섞여서 났다. 요리를 하던 아내는 바로 옆 건조기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줄 알고 문을 열었고, 나도 재빨리 뛰어가서 건조기 전원 부터 내렸다. 그런데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뭐지 뭐지? 하다가 펑~ 하는 소리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창 밖을 내다봤다.
단지 내 길을 걷던 사람들이 우리 동 어딘가를 두리번 거려가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아마도 펑~ 하는 소리 때문에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그 부분을 찾는 듯 했다. 소리가 꽤 컸기에 가던 길을 멈추고 계속 뭔가를 찾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도 이상하다 이상하다 라는 생각을 계속 하며 소리난 곳 주변에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집안을 둘러보게 되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관리실에 전화하니 여기저기서 문의를 해서 그런지 계속 통화중.
이번엔 창문을 활짝 열고 밖을 내다봤다. 같은 층 옆 라인에 아주머니가 "탄내 난다~ 탄내 난다~" 라고 계속 외쳤고, 내 아랫층, 또 그 아랫층 사람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주머니의 탄내 난다는 얘기가 있고 한 10초 쯤 지났을까.. 갑자기 고무나 플라스틱이 탔을 때 나는 매캐한 냄새가 진득하게 나기 시작했다. 그리곤 뭐지? 뭐지? 하면서 창문 밖을 계속 두리번 거리다가 두 개 층 위의 옆 라인 실외기실에 불꽃이 아른아른 거리는 모습과 연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엔 누가 불빛을 비춰가며 불을 끄는 건가 싶었지만 집주인은 방호문 너머 실외기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듯 했다. "저거 불난 거 아니야?" 라고 외친 후, 곧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침착하게 전화를 받던 소방대원. 다급함만 가득했던 나에게 침착함이 조금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 OOOO아파트 OOO동 인데요, 같은 동 1,2,3호 라인 13층 실외기실에 불이랑 연기가 보여요!"
그리곤 상황이 어떤지, 주변에 사람은 없는지, 어디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어왔고, 주변에 사람이 보이면 대피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창 밖에 고개를 내밀던 사람에게 어서 대피하라는 얘길 남겼다. 전화는 어떻게 끊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난 아내와 아이들에게 외투를 입히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한 손엔 아기를 다른 한 손엔 아이 손을 붙잡고, 내려가는 중에 옆집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대답이 없어 곧 바로 계단으로 내려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불이야!" 라고 외쳤어야 했나?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너무 동요시키는 듯한 액션인가 싶어 소심하게 행동했던 건 아쉬움이 있다. 이제 막 불길이 시작된 것 같은 모습이더라도 "옆라인에 불났어요! 대피하세요!" 라고 외쳐서 주변에 있는 행인들 마저도 모두 알게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계단으로 내려가보니 이미 소방차와 구급차가 도착한 상태. 약 2~3분 만에 도착한 것 같다. 나중에서야 듣게 되었지만 싸이렌 소리와 경적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서 재난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다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화재 경보기 소리도 나지 않았고 아파트 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웅성웅성 하는 소리에 사람들이 놀라서 나온 것이고 1,2,3호 라인은 소방관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을 대피 시킨 것이었다. 다행히 화재는 초기에 진압되어 인명 사고 없이 끝이 났지만 아파트 관리 시스템의 부족한 면이 보이는 계기가 되었다.
상황이 종료되고나서야 작다면 작은 불에도 많은 소방차와 구급차가 신속하게 출동한 것을 보고 국가가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방차, 사다리차, 구급차 경찰차 까지 모두 출동했고, 상황 종료 후 후진해서 나갈 때도 주변을 통제하고 살펴가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힘쓰는 모습이 보였다.
집에 다시 돌아오고나서야 한 문자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상황이 발생되면 신고자의 위치가 조회 된다는 것. 소방대원과 통화중에 전화가 끊기더라도 위치 추적을 통해 사고 현장이 어디 쯤 이라는 것을 대략 확인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인 것으로 생각된다. 통화 시각이 19시 11분이었는데 11분에 문자가 온 걸로 보면 즉각 조회되는 것 같다.
상황이 종료되고 두 시간 후 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사건조사반 이었다.
신고자에 대한 인적사항 몇 가지를 물어왔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화재 사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자세한 정보를 얻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간을 함께 물어봤는데, 대부분 내 추측이 들어간 시간을 설명해야 했다. 사고가 일어나면 시간도 확인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창문을 열고 사고 현장을 바라봤다. 실외기실 주변으로 온통 검게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다. 움푹 파인 곳에 실외기실이 있기 때문에 불이 난 것을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윗집들은 연기 때문에 꽤 많은 피해를 입었을 거다. 그래도 큰 불로 이어지지 않고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그 날 저녁, 분리수거 하러 가는 길에 본 어제의 처참한 흔적들.
단지내 모든 세대가 시스템 에어컨이 갖춰져 있어서 꽤 큰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모든 세대가 동일한 조건이기 때문에 화재 원인은 공유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내부 플라스틱은 타고 녹아 내린 흔적이 가득. 쇳덩이만 가득할 것 같은 실외기에서도 불이 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근데 왜 불이 났을까? 다른 세대도 모두 같은 실외기이고 같은 상황인데 재발 방지를 위해 원인이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119 화재 신고 후 느낀 점
1. 119에 신고할 때는 신고 내용에 신고자 이름, 화재 발생장소(쉽게 알수 있는 대표적인 이름), 무엇이 어디에서 타는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2. 소방대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때 까지 전화를 끊지 않는다.
3. 사고 처리 후, 사건 조사를 위해 전화가 오니 사고 관찰자로서 사고 시간 정도는 기억할 확인할 필요가 있다.
4. 화재 발생을 주변에 알릴 땐, 큰 목소리로 화재임을 알리고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다른 집에도 불이 났다는 것을 알린다.
화재는 뉴스에서나 보던 것, 내가 조심하면 별 문제 없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이 조금은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대처 방법도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소방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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