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여행 9부 (타운 홀, 퀸빅토리아 빌딩)
시드니에서의 이틀째 날.
내가 머물던 도미토리의 창문 커튼은 어김없이 쳐져있었다. 도저히 몇 시인지 감이 오지 않을 만큼 암막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몸에 걸치는 악세서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시계 하나도 차고다니지 않던 나 였고, 휴대폰 배터리 까지 다 닳았으니 눈을 뜬 그 시간이 몇 시 였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내가 유일하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사진을 백업하기 위해 들고 다녔던 노트북 뿐.
노트북을 켜보니 11시 였다.
도대체 어제 얼마나 걸은 걸까? 정말 피곤했는지 제대로 뻗어 잔 것이다.
일단 씻고 밥 부터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가이드북을 열었다. 센트럴 스테이션 근처.. 음.. Wentworth Ave? Campbell St? 이 즘에 소개된 음식점 하나를 찾고 하루를 시작했다.

밥 하나 음식 하나만 나오는 마사만 비프 커리 라는 음식. 어쩌다보니 타이 음식점을 찾은 것이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기 때문에 그 맛이 어떻다고 표현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한국인이 좋아할 타입의 음식이라는 점이다. 감자와 소고기가 큰 덩어리로 들어있는데 소고기의 크기는 성인 남성 주먹 크기의 덩어리가 2~3 덩어리나 들어 있다. 체력 보충엔 역시나 고기, 그리고 밥. 그래서 이 메뉴를 선택한 것이다. 가게는 좀 세련된 면은 없었고 우리나라 분식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배고파서 사진 한 장 남기고 후루룩 먹고 나왔던 곳이다. 늦잠을 잤으니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이동하는 길에 만난 세인트 앤드류 성당(St Andrews Cathedral)

호주 여행을 하면서 성당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유럽에 가본적은 없지만 마지 유럽 일부분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고딕양식 건축물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일 거다. 시드니에도 몇몇 유명한 성당이 있어서 성당을 둘러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흰색 리무진 한 대가 오더니 그 곳에서 신부와 들러리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내리고 신부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 사진가 까지 나타났다. 그 뒤를 따라 차 몇 대가 더 오더니 우르르 사람들이 내리고 성당 입구엔 하객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성당 내부에 들어가려던 찰나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외국에서는 결혼식에 낫선 이방인이 들어가도 괜찮은지 어떤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성당에 들어갔다가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것 같아서 세인트 앤드류 성당에 들어가는 건 포기하게 되었다.
이 날 오후에는 세인트 마리 성당(St Marys Cathedral)에 갔었는데, 그 곳에서도 결혼식이 있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사진과 다시 하기로 하고, 이 때만 해도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그저 성당 입구에서 펼쳐지는 결혼식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리를 옮겼다.

가이드북에는 시청에서 몇몇 공연이 있다고 나와 있어서 건물 안에 들어가보려고 했지만 모든 문이 잠겨 있었다. 뭐지? 뭐지?
알고보니 토요일이었다. 여행을 하면 요일 개념이 사라지곤 하는데 내가 그 상황이었다.
시청 앞은 만남의 장소라도 되는 듯 꽤 많은 사람들이 난간이나 계단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들이 난간 여기저기에 앉아 있는 모습과 함께 타운홀을 찍다 보니 위 사진 우측 아래에 앉은 사람의 모습이 마치 잭 니컬슨 같이 보인다. E의 성향이었다면 말이라도 한 번 건네봤을 법 한데, I 성향이라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익스큐즈미!

타운 홀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면 George St 지하에 Town hall Station이 있다. 우리나라 지하상가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 싶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호주 사람들은 어딘가 쉬거나 앉을 자리가 있으면 책을 읽거나 누군가와 계속 대화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내부는 퀸 빅토리아 빌딩(Queen Victoria Building)과 연결되어 있다. 위 사진 속에 보이는 곳에 로또 판매점이 있는데, 호주에서도 로또를 해볼 겸 $3 정도 로또 게임을 했다. 게임방법을 몰라서 종업원에게 몇 번의 퇴짜를 맞아가며 번호를 골라서 결국 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브리즈번에 도착해서 게임 결과를 확인해보니, 헉! $12.7에 당첨되어 있었다. 하지만 주 마다 로또가 다르기 때문에 브리즈번에서는 현금으로 바꿀 수 없었고 결국 유학원에서 큰 도움을 주신 조앤님에게 선물로 드리고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이 곳은 퀸 빅토리아 빌딩(QVB: Queen Victoria Building) 내부의 모습이다.
난간이나 바닥의 디자인이 옛스러운데 에스컬레이터와 상가들의 현대적 모습이 꽤 어울리게 섞여 있었다.

이 곳은 시드니의 대표적인 쇼핑몰이라고 하는데 외부에서 바라보면 그저 고풍스러워 보이는 게 전혀 쇼핑몰 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유명 브랜드가 보이는 쇼핑몰을 만날 수 있다.

QVB 중앙 천장에 보면 사방으로 보이는 시계가 꽤나 인상적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기로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은 손님들이 밖이 어떤지, 시간은 몇 시나 됐는지 감을 잡을 수 없도록 해야 매출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곳은 보란듯이 시계가 가운데에 있다. 이 시계는 매시 정각에 영국 왕실에 관련된 인형극 같은 게 시계 윗쪽에 나타난다. 한 층 더 올라갔어야 볼 수 있었을텐데 가이드북엔 그런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아 결국 소리만 듣고 말았다.

난간의 나무가 번들번들 한 게 사람들의 손이 많이 탄 느낌이고 오래된 것 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유명 백화점 만큼 북적거리진 않지만 옛 건물을 그대로 살려 쇼핑몰을 만든 건 분명 이색적이다.

시계가 보이는 곳에서 인증 사진

나중에 알게된 사실 중, QVB 내부엔 퀸 빅토리아가 모형으로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 꽤 둘러보며 다녔는데 왜 못봤을까 싶다. 아마도 그냥 쇼핑몰이겠거니 해서 대충 보고 지나가지 않았나 싶다.

유리창 하나하나에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 있어 시각적인 화려함이 크다.

한참 구경한 끝에 밖으로 나가려다가 지붕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지붕도 스테인드 글라스 같은 느낌이 나는 게 아니겠는가? 유리는 아닐테고 조명인가? 스테인드 글라스 같기도 하고? 예전 건축물이 디테일이 더 살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 큰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걸 보니 대부분 관광객인 것 같다. 1층으로 내려가 가운데에 서서 천장을 올려다보고 싶어졌다.

Ground floor에서 한 장 더 담아봤다. 패턴이 만든 아름다움.

마치 눈의 수정체 같이 보이기도 하고, 정가운데 서있으면 우주의 기운이 쏟아져 내릴 것 같기도 하다.
여행자의 눈은 현지에 살던 사람들에겐 별 것 아닌 부분도 유심히 바라보게 하는 신기함이 있다. 나의 일상적인 하루하루도 여행자의 눈 처럼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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