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여행 15부 (서큘러 키, 맨리 비치, 오페라 하우스)
그대로 트레인을 타고 서큘러 키 까지 왔다.
역에 도착하자 음악소리 부터 시작해서 공연하는 사람들,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 하버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구경하기 위해 다니는 사람들로 인한 북적임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날씨, 계속 유지되길 바라고 또 바랐다.
나도 이 군중속에 들어가 어딜갈까.. 고민하다가 데이 트리퍼(Day Tripper)도 끊었으니 배나 한 번 타보자. 배를 타고 바다에서 오페라 하우스도 보고 가이드북에 있던 맨리비치(Manly beach) 라는 곳도 가보기로 했다. 이 때만 해도 지금 같이 휴대폰으로 뭔가를 찾아서 다니기 보다는 가이드북을 보고 여행지를 결정하던 시기라 명소에 대한 정보는 가이드북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각 Wharf 마다 노선이 따로 있으니 확인을 하고 탑승해야 한다. 나는 3번 Wharf를 이용.
배의 앞 부분에서 잠시 바람을 맞아가며 구경을 하다가 뒤로 돌아와 시드니 시티 모습을 바라봤다. 근데 어느 새 이만큼이나 온 거니? 응? 너무 멀리 지나와서 도심과 하버 브리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에 잠시 당황했고 파란 하늘은 어디가고 두꺼운 구름이 가득한 모습에 한 번 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드니 도심과 하버브리지 까지 이어지는 스카이 라인이 참 예쁘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봤다.
군데군데 요트를 끌고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저기서 요트를 타고 있으면 그 주변의 풍경이 모두 내 것이 될 것 같은 묘한 상상이 들었다.
이 날 따라 눈에 넣은 렌즈가 좀 안맞았는지 자꾸 신경이 쓰였다. 제대로 착용했지만 그 뭔가 까끌까끌한 그 느낌. 그런 모습을 셀카로 담고 있으니 옆에 앉아 있던 프랑스 할머니가 사진 찍어주겠다며 도움을 주려했다. 하지만 내 여행 사진은 항상 이런 식이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맨리 비치에 도착했다. 그런데.. 음... 여기 맞아? 바람도 안불고, 파도도 없고, 비치도 짧고, 사람도 별로 안보이고.. 그럼 이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은 전부 어디로 가는 거지? 라는 물음과 함께 본다이 비치를 보고 와서 성에 안차는 건가? 라는 생각이 뒤엉켰다. 사람들을 따라 어디론가 가볼까?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 후, 배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맨리 비치는 여기서 더 걸어가야 했고 사진 속 모습은 와프에 딸린 작은 비치였다.
미리 울워스에서 사놓은 복숭아, 빵 등등 이것저것을 돌아오는 배에서 먹다보니 어느새 다시 시티로 돌아왔다.
출발할 때 딴짓 하다가 못본 바다에서의 오페라 하우스를 다시 바라봤다. 오페라 하우스는 도시를 더욱 유명하게 해주는 랜드마크인 게 분명하다. 더 나아가 그 나라의 이름까지 알리는, 오페라 하우스 하면 호주, 정말 멋지고 상징적인 건물이다.
그에 못지 않게 하버브리지도 마찬가지다.
내가 기억하는 하버브리지의 가장 멋진 장면은 새해가 시작될 때 하버브리지에서 이루어지는 불꽃놀이 장면이다. 이게 오페라 하우스와 함께 어우러지면 너무나 멋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 나라에도 이름만 대면 세계인들이 모두 아는 그런 건축물이 있던가? 단지 그것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아오곤 하는데 말이지.
그런 관광객 중 하나가 바로 나다.
배에서 내린 후 오페라 하우스를 보러 갔다.
예전에 잠깐 사진으로 소개했던 Opera bar.
사람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다음에 다시 누군가와 오는 날이 있다면 저 파라솔 아래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그런 곳이다.
라이브 음악을 준비하는 것일까?
bar 내에서 악기를 들고 무언가 준비가 한창이었다.
잠시 후 음악이 흘러나왔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커플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주변을 의식하기 보다는 그들이 느끼는 그대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모습에 평소 주변을 살피는 한국인인 나에겐 꽤나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주변에 불쾌함을 주는 그런 방해가 아닌, 미소를 번지게 할 수 있는 자기만의 표현. 부럽다, 인생을 정말 제대로 즐기는 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춤을 추더니 점점 노을이 질 것 같은 하늘을 같이 바라본다. 이 날 구름이 많아 노을이 없어서 사진으로 안찍은 거지, 아마도 멋진 노을이었다면 이 커플의 뒷 모습과 노을을 담고 사진도 건네주려 몇 마디 말을 걸어봤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런 모습은 미래의 내가 해보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이 곳의 많은 사람들은 이 곳의 분위기를 느끼고 즐기고 있다. 난 이런 모습을 보며 여유 있는 이들의 문화를 느끼고 배우고 있다. 나도 이제 저들이 느끼는 그 무언가를 나도 같이 느끼고 있는 것만 같다.
이 날 따라 유독 눈을 불편하게 만든 렌즈를 아예 빼버렸다. 직접 안에 들어가서 공연같은 걸 안봐서 그런가.. 오페라 하우스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지만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르게 큰 멋이 없었다. 너무 많이 걸은 탓에 잠시 앉아 쉬었다. 손금포즈 셀카를 한 장 남긴 후에 등을 기대 최대한 편한 자세로 눈을 감고 주변 소리에 집중해보았다. 눈을 뜨고 있을 땐 잘 들리지 않던 여러 소리들이 들린다. 이런 소음들 마저 여행의 한 조각이 되는 게 즐거울 따름이다.
비가 오려나? 노을도 안보이고 구름은 점점 더 심해져 간다. 시드니에서 멋진 노을을 기대한 세 번의 기회 중 오늘이 마지막이었는데, 마지막 까지 내 기대만큼의 멋진 노을은 만날 수 없었다.
난 보통 사진을 담을 때, 늘 빛을 생각하고 찍게 된다.
이렇게 구름 가득한 날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될 텐데, 난 멋진 빛을 담을 수 있을까?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시드니 여행 16부 (서큘러 키,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리지 야경)
시드니 여행 16부 (서큘러 키,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리지 야경)
2024.10.10 -
시드니 여행 14부 (본다이 비치 Bondi Beach)
시드니 여행 14부 (본다이 비치 Bondi Beach)
2024.10.05 -
시드니 여행 13부(시드니 타워)
시드니 여행 13부(시드니 타워)
2024.09.27 -
시드니 여행 12부(시드니 타워)
시드니 여행 12부(시드니 타워)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