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여행 - 17부 그레이트 오션로드 The Great Ocean Road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시작점을 지나고 나면 곧 12사도를 보게되고 런던브릿지도 보게 되는 줄로 알았다. 호주의 땅덩어리가 크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건 뭐 가도가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는 것이었다. 자꾸 구름은 짙어지고 있는데, 내가 과연 제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뭐.. 수 천년에 걸쳐서 형성되었을 기이한 형상의 거대한 바위섬, 끝도 없이 이어진 바다와 하늘을 볼 수 있다는데..
214km에 달하는 드라마틱한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을 거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버스가 어디에선가 또 멈춰섰다.

버스 기사님이 해주는 설명을 들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하려하니 여기가 어딘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왜 잠시 정차를 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게 있다면...

어김없이 난 셀카를 찍고 있었다는 것이다. 볼살이 없는 나. 그래서 빛의 방향에 따라 얼굴이 괴딱스럽게도, 때론 그럭저럭 봐줄만하게 사진이 찍힐 때도 있다. 그래서 요리조리 빛의 방향에 따라 바꿔가며 내 상태를 파악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버스기사님이 날 부른다.
"내가 사진 찍어줄테니, 이리 줘봐!"
"아.. 전 괜찮아요 ㅎㅎ"
"그러지 말고 어서 줘봐~"
"아.. 여.. 여기요."

시그마 12-24mm 초광각 렌즈를 사용중이었는데, 아마도 경험해보지 못한 넓게 보이던 광각렌즈에 적잖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줌이 어떤거냐고 물어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또 다시 줌을 돌려보기를 몇 차례 반복하더니, 어찌되었건, 멜번에서 찍은 사진 중 다른 사람이 찍어준 첫 사진이 되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버스기사가 왼쪽을 보라고 한다. 멋지지 않냐면서.
잠시 홍보용 책자를 읽던 나는 옆을 보게 되었고, 바로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들이댔다. 구름 낀 하늘이더라도 바람에 파도가 부서지면서 물안개 처럼 퍼졌다.
이 곳을 지나고 얼마 더 간 후, 야생 코알라를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버스를 천천히 몰아가며 기사와 승객들 모두 야생 코알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버스 안 누군가가 Look at that 이라고 외치면 그 사람이 말하고 가리킨 방향을 다들 쳐다보기 바쁘다. 버스가 멈춰섰고 모두 내려 야생 코알라를 구경하게 된다.

내 뒷편으로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뭔가를 보고 있다. 바로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야생 코알라.

야생에 사는 코알라다. 나무에 매달려 자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몰리고 시끄러워지면서 잠에서 깼다. 그런데 매일매일 오는 관광객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물원 코알라 같이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듯 했다. 론파인(Lone pine) 동물원에서 보았던 코알라의 털이 반짝반짝 윤기가 났다면 야생의 코알라는 거친 느낌의 땟갈 차이가 있다면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야생 코알라 구경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내 티켓에는 with lunch. 아폴로 베이에서 보통 점심을 먹게 된다. 이 곳 모습을 조금 더 담아놓았어야 했는데 날씨가 워낙 좋지 않아 서퍼도 없고 잔디밭에서 식사중인 사람도 없어서 텐션이 다운된 상태로 있었던 것 같다. 패키지로 선택할 수 있었던 점심은 4가지 종류만 선택 가능했는데 메뉴 선택을 마치고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모습이다. 실제로 눈도 충열된 모습.

식사가 나왔다. 음료는 별도로 나눠주는 쿠폰으로 교환해서 마셔야 했다. 맛도 신선도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식사를 마치고 이제는 진짜 12사도를 보러 이동하게 되었다.
가는 길에 오트웨이 등대가 보였는데 이런 건 왜 멈추지 않고 바로 지나쳐 가는지.. 멀리서 사진찍을 타이밍도 놓칠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식곤증에 졸린 눈을 비비다가 잠시 졸고나니 드디어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메인이라 불리는 12사도에 도착하게 되었다.

버스에 내려 조금 걷다보니 12사도(The Twelve Apostles) 표지판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 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12사도를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뭔가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제 보는 거야? 하는 설렘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날씨가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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