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여행 - 20부 The Great Ocean Road(Loch Ard Gorge, The Arches Marine Sanctuary)
여러 갈래길 중 한쪽부터 차례대로 구경을 해오고 있던 나는 어떤 외국인 둘이서 무언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뭐길래 그럴까 싶어 나도 그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파도도 밋밋한 것 같은데 무슨 구경을 하는 걸까?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뛰어 놀고 있었다. 어! 저긴 어떻게 가는 거지? 배를 타고 내려갔나? 아니면 배를 타고? 저 방향으로 나있는 길이 보여 일단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번 19부에서 봤던 곳의 뒷쪽 모습이다. 절벽의 형태가 하늘에서 보면 손가락을 뻗은 것처럼 들쭉날쭉한 모습이라 길을 따라 걷다보면 앞뒷면을 모두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딘가 내려가는 길이 있나 싶어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 본다.

이 곳은 Loch Ard Gorge의 물이 밀려드는 입구이다. 강력한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면 이 곳의 파도가 얼마나 쎈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렇게 쉼없이 파도가 치니 어찌 벽이 안깎이고 버틸 수 있겠냐고.. 강한 비바람이 치거나 태풍이라도 지나가는 날이면 몇 배 더 강한 파도가 몰아치겠냐고..

역시나 저 멀리엔 사람들이 백사장에서 노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백사장으로 내려가는 길도 저 멀리 어렴풋 보인다. 그럼 한 번 가볼까?

The arches marine sanctuary에 가는 길을 엄청 멀어보이지만 여기저기 눈을 돌리면서 걷다보면 금새 도착하게 된다. 사진 속 길 오른편 나무는 바람의 힘에 견디지 못해 거의 눕기 직전이다. 이 곳에 바람이 어떻게 얼마나 쎄게 불고 있는지 입증해주는 모습이다.

사진 왼편에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 내가 타고 온 관광버스 및 다른 차량들이다. 나는 지금 저 곳을 기준으로 왼쪽부터 구경해온 것이다. 어쨋든 열심히 걸어다니면서 구경해야 하는 곳이다. 관광을 하다보면 간혹 힐을 신고 다니는 사람을 보게 된다. 왜?

바로 이 곳이다. Marine National Park에 속해 있는 이 곳. 그리고 여기를 The Arches Marine Sanctuary 라고 안내판에 설명되어 있다. 그럴만도 하다. 어느 해안가의 모습이 이런 모습을 갖추고 있겠나 싶다. 자연의 신비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파도가 한 곳만 몰아 친 것도 아닐텐데 침식 정도의 차이 때문에 이런 협곡이 만들어진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내려가는 길을 이렇게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다. 경사가 가파르진 않아서 쉽게 오르고 내릴 수 있다.

내려가는 길에 몇 계단 걷고 사진 찍고, 몇 계단 걷고 사진 찍고를 반복하며 내려갔는데 석회암 지대에 설치된 계단이다보니 뭔가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기념이라며 사진을 남겨본다.

파도에 의해 아랫쪽이 깎여 나갔고 석회암 지대다 보니 지하수와 빗물에 의해 종유석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선 종유석을 동굴 안에서나 보게 돼서 보존 상태가 무척 좋은 편이고 촉촉한 느낌이라면 이 곳의 종유석은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모두 말라 있는 상태였다.

종유석 1cm가 자라는데 10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니 이 곳이 만들어지기 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났는지 짐작이 된다.


날도 덥고 슬슬 피로가 몰려와서 그런지 기념사진을 찍는 내 모습에 왠지 모를 가식적인 모습이 비친다.

절벽의 모습을 보면 중앙은 흙과 돌 알갱이, 석회질로 되어 있는 게 보인다. 이러니 파도나 빗물에 깎여 절벽이 만들어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질학자도 아닌 것이 새로운 모습을 봤다며 이런 저런 추측을 하게 된다.

이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가보자.

이 곳 모래사장에서 이동할 때는 왠만하면 맨발로 이동하는 게 나은 것 같다.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는데 그 정도가 심해서 아무리 빠지지 않게 조심히 간다고 해도 어느새 모래가 신발속으로 가득가득 들어오게 된다. 사진 속 저 사람도 신발신조 조심조심 걸어오다가 결국 포기하고 맨발로 이동하게 되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였다.

잔잔히 밀려드는 파도. 하지만 현장에선 큰 파도 소리가 가득하다. 그 이유는 저 협곡 멀리에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계속 들려오기 때문이다.

협곡의 끝에 크게 부서지는 파도와 그 파도가 밀려오면서 계속 절벽에 부딪힌다. 그렇게 힘을 잃은 파도는 내 발끝에서 잔잔하게 도착한다.

절벽에서 무언가 떨어져내린 모양이다. 커다란 돌덩이가 바닥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고 울타리도 쳐져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것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관광책자를 보며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남들처럼 같은 곳에 서서 셀카를 남겨본다. 사진 속 조그맣게 보이는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며 뛰어 오고 있다.

사진을 찍는 중에도 어김없이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협곡 끝에는 높이가 꽤 되는 파도가 부서지고 그 소리가 안쪽까지 들려온다. 저 곳에서 수 많은 배가 좌초되었다고 한다. 바다를 가로막고 있는 두 개의 기암절벽과 그 가운데로 끊임없이 밀려오고 나가는 코발트색 바다가 인상적인 모습이다. 마치 예전 영화<비치>에 나오는 무인도나 혹은 그와 비슷한 곳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또 다시 배경으로 두고 인증 사진. 정말 내 블로그 구경하는 사람들은 질리게 보게 될 내 셀카 모습. 지겨우면 패스를.. 그런 게 아니라면 혹시나 길 가다 마주쳤을 때 가볍게 인사라도 해줬으면 싶다. ㅎ

이렇게 벽이 있는 관광지엔 늘 그렇듯 이니셜이나 이름등이 적혀있거나 파여있다. 석회암지대의 물렁한 절벽이라 여기는 파여있는 모습이다.


이제 이 곳도 떠날 시간이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내가 과연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꾸 뒤돌아 보게 되고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사진으로 많은 것을 담아두려고 한다. 아마도 내가 이 곳을 또 다녀가긴 쉽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지나간 발자국은 다음 사람의 발자국에 의해 사라지고 만다. 어찌되었 건, 난 그 때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사진도 찍고 이렇게 포스팅으로 남겨놓는다.
이제 멜번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마지막 편이 남았다. 런던브리지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어떤 마을에 대한 소개가 다음 편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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