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여행 8부 (시드니 일몰, 시드니 야경, Mrs Macquarie's Chair Point)
시드니에서의 첫번째 날은 맥쿼리 부인의 의자로 알려진 Mrs Macquarie's Chair Point에서 1시간 2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보이는 시드니 일몰을 지켜봤다. 바쁘게 시드니 이 곳 저 곳을 누비며 다닐 수도 있었지만 그냥 그렇게 가만히 앉아 해가 넘어가고 노을이 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물론 계속 촬영만 한 것은 아니다. 이 곳은 유명한 관광 명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계속 다녀가고 있었다. 다녀가던 사람 중 나처럼 사진을 찍던 외국인과 짧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아저씨 그룹, 하버브리지에서 꿈틀 거리는 게 사람인지 그냥 바람에 의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던 아저씨들, 내가 끼어들어 결론을 내리고 싶었지만 그냥 한국인이 아닌 것처럼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주변에 한국인부터 여러나라 외국인이 모두 거쳐가는 동안 나는 사진을 찍고 그런 분위기를 느끼며 일몰을 지켜봤다.






지금이야 휴대폰으로 카메라로 쉽게 타임랩스를 찍을 수 있지만 2008년에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어 이어붙여야 했다. 인터벌 타이머도 없어서 일일히 시간에 맞춰 손으로 눌러가며 촬영했다. 아래 영상은 비록 10초도 채 되지 않지만 한 장 한 장 마음을 다해 셔터를 눌렀기 때문에 나에겐 1시간이 넘는 뜻 깊은 기록이었다.
https://youtu.be/idfq_3LeSl4?si=JECW6h8PmDM92sCk
주변이 깜깜해지고 건물들의 빛이 화려해질 때 포인트 아래 지점으로 내려가 시드니 야경을 담았다.

사진 속 모습을 보면 참 멋있지만 솔직히 주변이 너무 어두웠다. 가로등이라고는 딸랑 하나 있는데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겁나는 곳이다. 보타닉 가든도 깜깜한 나무의 실루엣만 보일 뿐이다.

멋진 야경은 눈 앞에 펼쳐져 있고 나는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점점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보태닉 가든이 이상하게 많이 어둡다. 그렇다면 저길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는 건데? 헉!

시드니 야경에 취해, 달빛에 취해, 구경을 하다보니 갇힌 것이다. 어쩌지... 비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타겟이 될까 싶어서 어서 빨리 마지막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시티 사진을 찍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물론 카메라는 보이지 않게 가방에 집어 넣었다. 하지만 온 사방은 깜깜. 바로 앞 어두컴컴한 저 곳에서 무리지은 양아치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Ayo man! What's up? 이런 소리가 귓가에 멤돌았다. 가이드북을 꺼내고 보태닉 가든을 빠져나갈 길을 찾고 있었다. 다음 날 알게 된 사실인데 보태닉 가든은 오후 7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그럼 난 갇힌 건가?
어느 외국인 여자도 관광하다가 나처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건지 내 뒤를 졸졸졸 쫓아왔다. 큰 길이 나올 때 까지 아래 경로를 따라서 열심히 걸었다.

아랫쪽 초록색이 하이드 공원(Hyde Park)이다. 저 곳 까지만 가면시티라 불리는 곳에 도착하게 되고 유동인구도 많아진다. 정말 저 곳 까지 걸어가는 동안 사주경계를 필수로 하고 빠른 속보로 걸었다. 시드니의 우범지역이 어디 인지 판단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렇게 깜깜한 길에서 무방비한 상태로 이동하는 건 겁먹기에 충분했다.
나처럼 야경에 너무 빠져버리다가 나가야 될 시간을 잊은 채 밤 늦게 공원 안에 있는 것은 되도록 피했으면 한다. 아니면 우범지역을 확실히 알아둔 후에 그 곳 만큼은 피해다니길 바란다.
참고로 확실한 우범지역은 Central Station 남쪽 부근이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지만 그 때 그 곳은 우범지역이었다.
어쨋든 그렇게 길을 따라 시티에 도착했고, 들어가는 길에 보이던 패스트 푸드점에서 버거&감자칩&콜라로 출출한 배를 때우고 시드니에서의 첫 날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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