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여좌천 벚꽃과 로망스 다리
이번 포스팅도 2010년에 다녀왔던 여좌천 벚꽃 사진으로 벚꽃 구경을 하려고 한다. 지금 즘이면 만개를 넘어서 벚꽃잎이 흩날리고 있을 것 같다. 여좌천에 바람이 불면 수천 수만개의 벚꽃잎들이 흩날리는 장관이 펼쳐질 그 곳의 옛 기억을 더듬어가며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나의 사회 초년생 생활은 부산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진해 벚꽃 구경을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쉽게 가지 못했었는데 부산에서 지내다 보니 다녀오는 부담이 적어 진해에 다녀오기로 했다. 새벽에 일찍 가야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알람까지 맞춰놓았지만 핸드폰 알람음에 내성이 생긴 내 몸은 어떠한 타격감도 데미지도 없이 깊은 잠을 잤다. 그래도 어찌어찌 일어나 7시 쯤 진해로 출발하게 된다.
주차는 진해역 공영주차장이나 진해여고 운동장에 할 수 있었다. 진해역은 폐역이 되어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진해여고 주차는 오래전 이야기라서 주차 가능한지 다시 확인해봐야 한다.
처음 도착해서 마주한 여좌천의 봄이다. 벚꽃과 유채꽃의 아름다움을 채 느끼기도 전에 갑자기 명대사 하나가 생각난다.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이 대사를 안다면 당신은 아재. 2002년 방영된 김하늘과 김재원이 출연한 로망스 라는 드라마에서 첫 만남이 이루어진 곳이 바로 이 곳이다. 저 다리를 가리켜 무슨 다리 라고 부를 이름도 없었을텐데 드라마 한 편으로 로망스 다리가 되었다. 그래서 진해 벚꽃 구경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군항제, 여좌천, 경화역. 이렇게 이 세 곳을 먼저 꼽는다.
이 때만 해도 여좌천에 벚꽃이 필 때면 유채꽃도 함께 피었다. 최근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유채꽃이 없는데 예전에는 이렇게 노란색 유채꽃이 함께 피어서 봄 기운이 가득했다. 지금은 우산, 전등 같이 인공 구조물들이 많아졌는데 개인적으로는 유채꽃이 피었을 때가 훨씬 더 아름다웠다고 생각된다.
비가 올 거라는 일기 예보와는 다르게 햇살이 비쳤다. 졸려서 가늘게 뜬 눈 사이로 하얗고 노랗고 빨갛고 초록인 빛들이 들어왔다.
멋있다! 예쁘다!
이제 막 만개한 벚꽃이라 떨어지는 꽃잎이 보이진 않았지만 이 곳에 벚꽃비가 내리는 날이면 너무나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실루엣으로도 담아보고
플래시를 터뜨려 다리 아래 어두운 부분이 보이게도 찍어봤다.
여좌천 아래에는 유채꽃이 피어있다. 어릴적 유채꽃 비슷한 어린 꽃 줄기를 꺾어서 씹어 먹으면 달달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게 유채꽃이었는지 무꽃이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아 있는 기억이라면 유채꽃과 상당히 비슷했다는 것 정도?
이 곳에 벚꽃이 피는 타이밍에 맞춰 유채꽃이 피도록 파종하는 것도 꽤나 힘든 작업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게다가 봄비가 거세게 내리기라도 하면 다 휩쓸려 떠내려 갈테니 그 해의 날씨 운도 좋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유채꽃을 카메라로 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노랑색과 초록색의 색감을 잘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사진 보정을 통해 원래 색감을 찾아내야 하는 필요가 발생한다.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걸어가며 어디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확인했고 사진은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찍기로 했다.
벚꽃과 유채꽃에 파란 하늘, 그리고 아침 햇살까지 모든 게 다 갖춰진 예쁜 풍경이었다. 이 당시 아쉬운 점이라곤, 나는 Solo 였다는 것 뿐.
물이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여좌천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을 발견하게 된다. 이 이후부터는 벚꽃도 듬성듬성하고 유채꽃도 피어있는 양도 줄어든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이 곳 까지만 많고 이후 부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사진 찍기 괜찮은 포인트인지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윗쪽 상황은 이렇다. 사람도 적고 유채도 적고 무엇보다 벚꽃 터널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여좌천 산책로가 약 850m 정도 계속 된다. 봄날 아침 햇살을 받아가며 천천히 산책하기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지금은 휴대폰을 들고) 얘기를 나눠가며 천천히 산책하는 모습
이제 구경을 마치고 미리 봐둔 곳에서 예쁜 사진을 남겨야지 했는데,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지고 햇살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이럴수가!
미리 봐둔 곳에 도착했다. 벚꽃 중 알알이 박힌 포도송이 처럼 보이는 벚꽃을 찾아두었다.
그렇게 로망스 다리를 점점 바라본다.
여좌천 벚꽃과 유채꽃, 그리고 로망스 다리를 예쁘게 담아본다.
다리 위에 몇 명만 있으면 좋겠지만 유명 관광지이다 보니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사진속에 불필요한 부분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프레임 안을 보고 있으니 어느 한 곳으로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다. 지금이야 ND 필터를 갖고 다니지만 이 때는 카메라 악세서리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사람을 피해 찍어보려 포도송이 같은 벚꽃을 담아본다.
아니면 이렇게 아웃포커싱으로 날려버리면.. 아.. 그래도 안되네. 흐릿하게 아웃포커싱 되었어도 미소 짓고 있는 연인들만 담아내고 싶었지만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이 촬영 포인트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몇몇 유채꽃들이 짓밟혀 있었다.
나도 줄서서 사진을 담아 본다. 예쁘게 담기는 포인트 인정!
아까전에 햇살이 비쳐 화사할 때 찍어둘껄 하는 아쉬움이 뒤따라 온다.
처음 사진을 찍었던 자리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진해 여좌천 벚꽃 구경을 마쳤다. 나는 Solo 였다는 것과 날씨가 흐려졌던 것 빼곤 모든 게 멋지고 아름다웠던 벚꽃 구경이었다. 이러니 드라마도 촬영했고 사람들이 아직까지 많이 찾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되도록이면 사람 적고 소수만 아는 여행지를 찾아다니고 있다. 소수만 알던 멋진 곳이 많은 여행 인플루언서들로 인해 알려지게 되면서 어딜가도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밖에 없게 되긴 했지만..
세상이 변했으니 내가 맞추어야 하고 복잡함 속에서 나만의 다른 의미를 찾아 여행의 재미와 의미를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송도 오크우드 39층 객실뷰
송도 오크우드 39층 객실뷰
2024.09.14 -
2024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페스티벌 후기, 낭만 그 자체
2024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페스티벌 후기, 낭만 그 자체
2024.09.02 -
기차가 지나가는 원동 순매원 매화축제
기차가 지나가는 원동 순매원 매화축제
2024.03.29 -
매화 향기 넘실대는 광양매화축제 매화마을
매화 향기 넘실대는 광양매화축제 매화마을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