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페스티벌 후기, 낭만 그 자체
어느덧 10회 째 맞는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페스티벌.
오래 전 나에게 재즈는 그저 지루한 음악, 비주류 음악이었었는데 언제부턴가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찾을 때면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 곰곰히 그 때가 언제였는지 되짚어보면 아마도 와인을 접하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던 그 때 즘 인 것 같다. 똑같은 와인도 분위기에 따라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처럼 재즈도 분위기를 타는 음악이기 때문에 좋아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다고 재즈 뮤지션을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닌 재즈 신생아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번 재즈페스티벌에 최부미, 신대철 블루스 밴드, 보미스호미스, 마리아 킴 등의 뮤지션이 공연했는데 솔직히 아는 이름은 3대 기타리스트 신대철 뿐이었으니까. 이런 재즈 신생아가 느끼기에도 야외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무대는 너무나 멋지고 멋졌다 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해마다 여름 끝자락에 펼쳐지는 재즈페스티벌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2024.08.31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페스티벌 첫 날

재즈페스티벌은 별도의 입장료 없이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우리 가족은 1부가 얼마 남지 않았을 즈음 도착했다. 사람이 많아 보였지만 중간중간 돗자리를 펼 수 있을 공간이 있어서 수중무대가 바로 보이는 중앙 어디쯤에 돗자리를 펼쳤다. 한낮에 달궈진 돌바닥은 온돌 바닥처럼 뜨끈뜨끈했고 평소 그렇게 몰아치던 송베리아의 바람은 어딜 간 건지 마치 온돌방 아랫목에 앉아 있는 첫 느낌이었다.

1부는 재즈 피아니스트 최부미님의 연주로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물결치는 흐름 같은 음악 속에 내 몸도 흔들흔들 거리고, 듣기 참 편안하고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탁 트인 야외 무대에 트라이보울의 독특한 건축 모양의 배경이 함께하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 높은 빌딩이 보이는 곳에 앉아서 재즈를 듣고 있으니 분위기가 너무나 완벽했다. 재즈와 도시는 뭔가 잘 맞아 떨어지는 콜라보의 느낌이 있다.
단, 주최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센트럴파크에서 진행된 트로트 행사는 장소와 음량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 맥주축제나 재즈페스티벌은 해마다 진행되어 왔었고 거리도 꽤 떨어져 있어서 서로 간섭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센트럴파크에서 진행된 트로트 행사는 재즈페스티벌과 같은 센트럴파크 내에서 이루어진 점, 스피커 음량이 너무나 커서 재즈페스티벌 공연에 너무 방해가 되었다. 중간중간 무대 정리 시점이나 조금 조용한 시점이 되면 "아.. 저기 조혜련 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큰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로트 행사는 아침부터 무슨 준비를 하는 건지 집에서도 그 소음이 너무 크게 들려왔다. 그야말로 환장의 콜라보, 뽕짝 소음지옥 이었다.
공연중에는 재즈 소리만 들려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최부미님의 공연이 끝나고 2부는 신대철 블루스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다. 재즈페스티벌인 만큼 잔잔한 음악들 위주로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의 기타 연주를 듣고 있으니 전설의 3대 기타리스트의 타이들이 괜히 붙은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취학인 막내는 공연 내내 누워있었는데 아마도 이런 시점으로 공연이 바라보지 않았을까 싶다.

공연 중 하모니카 같은 악기로 연주하던 분이 계셨는데 어떻게 저런 리듬이 나오지? 싶을 만큼 대단했다.


너무나 즐겁고 신나는 무대가 계속 이어졌고 마지막 곡 이후에 앵콜까지 받아가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 까지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재즈는 지겹다며 혼자라도 집에 가겠다고 징징거리던 초딩 아들. 어느 순간 음악에 빠져들고 있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나면 트라이보울 벽면을 이용한 일루미네이션 쇼가 이어졌다.

그리고 정말 모든 게 끝났다 라고 생각되었을 즘 센트럴파크 쪽의 대형 스크린으로 재즈 시네마가 이어졌다. 영화는 라라랜드가 상영되었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대부분 집으로 가고 있었고 연인들 처럼 성인끼리 찾아온 사람들은 자리를 바꿔 영화를 관람했다.
2024.09.01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페스티벌 둘째날

둘째날에도 재즈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집에서 도보 10분이면 올 수 있는 곳에 이런 공연이 펼쳐진다는 게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1부 공연은 보미스호미스의 연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중앙에 서있는 남자 보컬리스트의 이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바로 한석규. 네이버에서는 다른 한석규에 밀려 명함도 내밀지 못하지만 음악 사이트에서는 본인이 그 분을 제쳤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ㅋ

목소리가 부드럽고 말랑말랑하기도, 물결처럼 출렁거리기도 한 보컬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뉴올리언스의 남성 재즈 보컬의 그런 리듬이라기 보단 부드러운 흐름을 타는 보컬리스트로 보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연주와 보컬이 귀를 호강시켜주는 공연이었다.

우리나라의 월드클래스 라고 말하면 제일 먼저 손흥민이 떠오르지만 재즈계의 월드클래스 라고 불리는 분이 있다고 한다. 공연 전 날만 하더라도 뉴욕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고 하니 세계를 누비는 클래스가 맞다. 재즈로도 미국 투어를 하는 뮤지션이 있구나 라는 걸 처음 알게 된 나는 재즈 신생아가 맞다. 이런 대단한 사람도 못알아보니 말이다.

마리아킴은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까지 부르던 재즈 뮤지션이다. 이 뮤지션의 연주나 보컬도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하나 있다. 이 날 마리아킴이 재즈는 연주자에 따라 관객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음악이라고 이야기 했었기 때문일까? 피아노 건반을 힘껏 누를 때 마다 엉덩이가 들썩 거렸던 그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건반을 누르는 그 행동 하나하나가 재즈 선율에 묻어 나와 나에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화려한 무대 조명은 멋을 더했고 연주자의 표정을 통해 이 날의 공연이 어땠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분위기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본다.

어느 덧 공연의 마지막. 박자에 맞춰 앵콜을 외치고 한 곡을 더 선물 받게 되었다.

이렇게 마무리 된 2024 송도 트라이보울 재즈페스티벌.
높은 빌딩이 가득한 도심 한 가운데 야외 무대에서 라이브로 재즈를 듣는다는 건 편안함과 부드러움 가득한 감성을 가득 채우는 도심속 힐링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자리에 앉아 음악 감상을 하며 하늘도 올려다보고 고개를 돌려 주변의 빌딩도 한 번 둘러보자. 낭만 그 자체다.
내년이 또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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