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여행 13부(시드니 타워)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지는 해를 계속해서 바라봤다. 무엇이 이토록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건지. 뭔가를 마치면 쫓기듯 또 다른 걸 시작하던 그런 삶을 살아왔는데 지금의 나는 그저 여유롭고 마음 마저 고요하고 잔잔했다. 뭔가 세상 모든 번뇌를 벗어나고 진리를 깨달은 듯한 그런 기분이랄까? 시간 마저 느리게 흐르는 느낌이다.
카메라의 인터벌 타이머는 계속 돌아가고 나는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지는 해를 계속해서 바라봤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한국말이 들려왔다. 상황을 보니 DSLR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기록하던 한국인이 사진이 잘 안찍히고 흔들린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얘기중이었던 것이다. 끼어들까 말까를 몇 번 고민하다가 결국 한 마디 던진다.
'안녕하세요!'
여행중에는 한국인에게 말 한마디 건넨적이 없었는데 이 순간 안녕하세요 라는 말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영어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영어권 국가에서 오래 살아온 것도 아닌데 한국말 한 마디가 어색할 줄은 몰랐다.
너무 초보자여서 그랬을까? 설명이 꽤 길어졌고 그들의 카메라로 사진도 남겨주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버렸다. 다행인 건 인터벌 타이머 덕분에 사진은 계속해서 찍히고 있었다는 점이다.
해가 넘어간다.
해가 지고 짙은 회색빛 땅거미가 도시를 집어 삼켰다. 새까매지는 도시 사이사이에 작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야경 시작이다.
해가 너머가 하늘이 어두워지는 만큼 도심은 점점 빛을 만들어낸다. 이런 시간이 계속 지나다보면 하늘보다 더 밝은 땅의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하늘과 땅의 빛이 비슷해지는 그 시점을 가리켜 우리는 그것을 매직아워라고 부른다.
하늘은 점점 파래지고 도심의 거리는 노랗고 붉은 빛을 채워간다. 아래 사진에 여러 방향의 야경 사진을 올리겠지만 해가 지는 달링하버 방향의 야경이 가장 멋진 듯 싶다.
하늘이 점점 어둡게 변하면서 도심의 작은 빛도 그 존재를 드러낸다.
앞에 도심 빌딩의 빛과 달링하버에서 쏟아져나오는 빛, 그리고 저 멀리 수 많은 별빛 같이 밝혀진 작은 빛들과 하늘에 남아있는 빛 까지.. 그야말로 정말 빛에 취하는 느낌이다.
시드니 타워에서 달링하버를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야경을 담아보기 시작했다. 시드니 여행 12부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낮과 밤의 비교가 잘 될 것 같다.
중앙에 Australian Museum이 보이고 가로등 빛을 받은 공원의 초록 잔디들이 예쁘게 보인다.
중앙의 보태닉 가든이 생각보다 어두컴컴하다. 첫날 저 어두컴컴한 곳을 가로질러 왔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위험할 뻔 했다.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를 가린 빌딩. 시드니 타워가 1981년 8월에 처음 대중에게 개방되었고, 사진 우측에 보이는 마틴 플레이스(25 Martin Place)가 1978년 9월 오픈했으니 마틴 플레이스 때문에 시드니 타워의 풍경이 가려졌니 어쩌니 할 수 없게 됐다.
넓고 평평한 땅. 조금만 가면 산을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와 참 대조적인 곳이다. 외국인들은 도심에서 산이 보여 신기해 하던데, 우리는 거꾸로 드 넓은 평평한 땅에 큰 반응을 보인다.
그렇게 시드니 타워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달링하버를 바라봤다. 그 사이 매직아워는 끝이 났고 시드니 타워의 폐장 시간도 다가오고 있었다.
시드니 타워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서며 대기하고 있는 나에게 안내원 한 명이 말을 걸었다. 너 몇 시간 전에 올라온 사람 아니야? 사진 정말 많이 찍던데 좋은 사진 좀 얻었어? 라고 연신 묻는 질문에 답하느라 기다림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시드니 타워에서 티켓을 팔던 층으로 내려오면 3D 입체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오즈트렉(OzTREK) 이란 것이 있다. 영화관 같은 곳에서 호주의 역사 및 경관에 대한 영상을 가상 체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첫번째로 들어가는 곳에는 각 나라마다 언어를 선택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영어,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불어 등등 여러나라 말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있다. 아시아 언어 선택이 꽤 많은 걸 보고 이 곳에 아시아인들이 꽤나 방문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두번째로 들어가는 곳에는 여기저기 탐험하는 4D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주로 꾸며진 듯한 곳이라 그런지 영어로 된 설명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남들은 한 시간 정도면 관람을 끝내고 나가는데 나는 시드니 타워에서 4시간 가량을 보냈다. 너무 오래 있었던 탓일까. 허기진 배에 햄버거와 감자칩을 든든히 넣어둔 후 백팩커로 돌아와 곧바로 잤다.
내일은 호주에서 유명한 비치중 하나인 본다이 비치에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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