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중학교, 모교 방문
성인이 되고 모교를 방문해본 게 이번이 아마도 세번째 인 것 같다. 한 번은 추석에, 다른 한 번은 설에, 다른 한 번은 올 여름 휴가 때 지나다가 잠깐.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뛰어놀고 선생님이 수업하는 그런 모습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저 건물밖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오래 전 그날의 일들을 상상해보는 것 뿐이다.
비인중학교
충남 서천군 비인면 성내리 151번지에 있는 공립중학교로 1954년에 개교
1956년 3월 3일에 제 1회 졸업생 24명을 배출.
교훈은 '경애, 신의, 근면'
교목은 배롱나무
교화는 국화
아래는 올해 여름 유난히 더웠던 때에 다녀온 이야기다.

녹지대? 청솔림? 이라고 불렀던 곳.
학교 정문을 통과할 때 오른편에 보이는 곳이다. 예전에 다녀왔을 때는 바닥이 깨끗했는데 지금은 맥문동 군락이 생겼다. 이 곳만 바라보면 기술과목 야외 수업을 하다가 선생님 화가 뚜껑 열리는 바람에 단체 기합을 받던 게 생각난다. 민*일 선생님. 민경* 선생님 이었지. 그 때는 체벌이 허용되던 시절.
분리수거 개념도 없던 시절이라 저 멀리 구석엔 소각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함부로 소각도 하지 못하니 기능을 상실한 소각장은 사라지고 없다.


약 16년 전에 다녀왔을 때는 운동장은 흙으로, 트랙은 우레탄이 깔려 있었는데 지금은 운동장은 잔디, 트랙은 다시 흙바닥으로 바뀌었다. 우레탄 관리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운동장 가에 있는 돌 계단 윗쪽으로 능수 버드나무가 있었는데 오래전에 잘려나간 것 같다. 나무 그늘이 꽤나 시원했었는데.
그늘막이 생긴 돌계단 즘에선 전체 학년, 반 별로 합창대회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한 촌사람 하루는 성내와서 구경을 하는데' 로 시작하는 냉면이라는 가곡을 불렀다. 가사가 꽤나 웃기고 재밌어서 우리반은 인기상을 탔었다.

한여름부터 서리가 내리기까지 백일동안 꽃이 핀다고 하여 일명 백일홍이라고 부르는 배롱나무다. 나무의 은근한 끈기의 정신을 기리고 작은 꽃들이 어울려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협동정신을 본받게 하기 위한 의미로 배롱나무를 교목으로 정했다. 그 땐 이런 의미에 관심도 없었는데 지금에 와서 의미를 다시 되찾게 되니 중학 시절을 더 의미있게 보냈으면 싶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건물이 하얀색이었던가, 아이보리 색이었던가, 페인트로 칠해져있던 모습만 달라진 것 빼곤 예전 그 모습 그대로다.

가정 수업과 과학 수업이 있던 별관 건물. 실습으로 경단을 만들던 기억도 나고, 만든 음식을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에게 포장해서 건네주던 모습들도 기억난다. 그런 날엔 누가 누구에게 주었니 어쩌니 하며 말이 참 많았던 날이었다. 나도 샌드위치 두 개 정도 받았던 기억이 나는 듯 안나는 듯 가물가물. 그 당시 모든 학생의 연애사를 꿰뚫고 계셨던 안혜숙 선생님 얼굴도 기억속에 스쳐지나간다.

작은 못이 있던 곳은 내가 중3 때 즘 메꿔졌던 걸로 기억하고, 10여년 전 파쇄석으로 뒤덮여 있던 이 곳은 블록으로 덮여졌다.

봄이 되면 꽃도 심고 물도 주고 했던 교실 앞 화단. 점심 시간에 운동장에 뛰어 나가려면 뭐가 그리 급하다고 저 창문을 뛰어 넘어 다녔었다.
2층 창문에 있던 여학생들은 밖에 마음에 드는 남학생이 지나가면 몰래 소리를 지르고 숨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학교 내부를 좀 보려고 문 앞에 얼굴을 바짝 가져다대면 볼 수 있는 모습. 언제 한 번 수업이 있는 날 다녀와볼 수 있을까? 일상을 지내다보면 또 다시 모교를 잠시 잊고 지내게 되니 생각날 때는 이 근처를 지나게 될 때 뿐이고 그 때는 항상 주말이 된다.

'자연과 모교를 사랑하며' 1995. 11. 4
졸업 전, 동창 및 그 때의 선생님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준비했던 기념수와 기념비. 2007년에 다녀갔을 때는 기념수였던 동백나무도 잘 크고 있었다. 안죽고 잘 크고 있는 것 만으로도 고마웠는데 지금은 기념비만 남아 있다.

비인중 교훈
경애, 신의, 근면
한 때는 학생수가 너무 적어져서 학교가 어딘가에 팔린다니 어쩌니 하던 소문도 들었던 것 같은데, 귀농하는 젊은 사람들이 근처로 모이면서 아직 근근히 학교의 명맥을 간간히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찾을 때 학교가 없어져 있으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오래 전 그 날의 기억도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 그런 것 같다.
가끔씩 이렇게 라도 찾아와서 추억도 되살리고 기록도 남겨놓을까 보다.
올 여름은 너무 더워 다른 모습을 별로 찍지 못했는데 다음번에 다시 찾을 때는 구석구석 살펴보려 한다. 흙먼지 뽈뽈 날려가며 공을 튀기던 농구장의 모습도, 교문과 교실로 향하던 등교길도, 음악실은 사라지고 입지관이 생긴 그 자리도.
번외로,

학교를 둘러보고 선도리 바다로 바다구경을 가던 길에 보이던 모습.
바닷길을 따라 배롱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고 버스가 지나간다. 오래 전 그 때는 이 라인에 버스가 다니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 라인에 유동인구가 생겼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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