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티투어 2층 버스타고 영종도 다녀온 후기
10월 초.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가끔 도심을 지나던 시티투어 2층 버스가 생각났다. 지나가는 2층 버스를 볼 때 마다 인천 사는데 굳이 탈 필요 있나? 라는 생각을 매번 해왔었는데, 한 번 정도는 관광객의 입장이 되어 체험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약을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이런.. 당일 예약은 불가였다. 그런데 인천종합관광안내소에서는 당일권 구매가 가능했다. 차량 탑승시간을 확인하고 안내소에 가보니 인천시민 대상으로 80% 할인을 진행중이었다. 다섯 식구 요금이 한순간 한 명 요금이 되었다. 오예!
인천 시민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이나 등본 등이 필요한데 다자녀 가구 혜택을 받고자 매일 가방 및 휴대폰에 등본을 넣고 다녀와서 인증은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2층 버스를 타는 거니까 2층에 앉아야 인지상정. 자리는 아직 많아 보였고 기념 사진을 한 장 남기고 탑승했다.
2층으로 가는 계단에 계단주의 라고 써있지만 계단보다 더 주의 해야할 건 머리주의.
뭔가 괜히 신나는 2층 버스. 마치 인천이 아닌 다른 동네에서 놀러온 관광객의 기분을 낼 수 있다.
2층 버스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 안전수칙들이 있다.
이 중에 "차량이 완전히 정차 후 일어나 주십시오" 이 부분은 운전자에게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줘야 하지 않나 싶다. 돌아오는 길에 G타워에서 내리려고 차량이 멈춘 후 아이를 데리고 계단으로 내려가는 중에 버스가 갑자기 출발해서 꽤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송도 도심에 들어와서 횡단 보도에 멈췄을 때 2층 실내에 있던 아이를 깨우러 가는 길에 마이크로 소리 지르던 그 버스 운전자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바다 순환 노선은 송도의 컨벤시아를 들렀다 간다. 조금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컨벤시아의 모습이 꽤나 멋있다. 버스를 타고 시내를 다니게 되면 가로수의 잎사귀가 내 시야 바로 옆에 있고, 손을 위로 뻗으면 신호등이나 이정표가 닿을 것 같아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도 그 때 마다 소리를 질러댄다.
2층 버스에 탔기 때문일까? 오크우드 마저도 괜히 조금 더 가깝게 보이는 착각이 든다.
2층 버스 양 옆에 창문이 없기 때문에 버스가 이동하는 내내 바람을 맞아가며 가게 된다. 선풍기 앞에서 입을 벌리고 아~~~ 하며 소리를 내는 장난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첫째와 둘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그 재미를 찾아내고 있었다.
송도를 떠나 인천대교를 향해 가고 있다. 아직도 모든 게 재밌어지는 상황이다. 이럴 때 일 수록 기념사진은 필수가 된다.
온통 아파트 단지인 8공구. 바로 앞 공터 R2는 8자의 윗 부분 처럼 구부러진 모양으로 생겼고, 일반상업 부지라서 이런 저런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SM, JYP, FNC 등 굴지의 대형 기획사들이 IFEZ(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협약을 체결했다고 하는데 언제 첫 삽을 뜰지는 좀 의문이다.
물이 빠졌을 때의 모습인데 개인적으로 롱비치 중간 즘에 바다로 길게 뻗은 산책로 같은 게 하나 있으면 어떨까 싶다.
차량은 인천대교를 향해 가고 있다. 운전하며 볼 때와는 뭔가 좀 다른 느낌이다.
인천대교에서는 버스가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에 10월 초의 바람은 셋째에게 조금 차갑게 느껴진다. 어린 아이는 마스크를 쓰거나 2층 실내에 앉아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고속도로에서도 구조물이 버스 바로 위를 지나간다. 머리 바로 위를 스쳐지나가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보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면 사장교 주탑에 붙어 길게 늘어진 케이블이 재밌는 패턴을 만들어 낸다.
썰물 때라 물 빠짐이 5km에 달한다. 영종도로 들어가는 길에 썰물이니 저녁에 돌아올 때는 반대로 밀물의 모습을 볼 수 있겠다.
영종도에 들어서서 첫번째 도착지인 공항여객터미널 T2. 비행기 이착륙 방향에 따라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볼 수 있다.
멀리 여행을 떠날 것 같은 기분은 항공기를 바라볼 때 더욱 느껴지는 듯 하다.
공항에 도착. 일어서서 손을 뻗으면 신호등을 만질 수 있는 높이의 2층 버스다. 한동안 신호등을 이렇게 계속 바라본 적이 있던 가 싶다.
차량은 다음 정거장인 인스파이어 리조트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얼굴엔 강려크한 바람을 맞아가며 못보던 길 옆의 억새들을 바라본다.
우리의 계획은 다음 차량이 도착하기 까지 1시간 동안 인스파이어에서 인스파이어 오로라를 보고 오락실에서 조금 놀거나 편의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여긴 올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거대함과 화려함이 정말 가득한 곳이다.
특히 거대 고래가 나타나는 시점은 감동적이기 까지 한다. 매번 머리 쪽에서 바라보다가 이번엔 꼬리쪽에서 한 번 바라봤는데 역시나 그 웅장함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여기 오로라 바에 앉아 술 한잔 기울이고 하늘 한 번 쳐다보면 이만한 페어링이 또 없을 것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오락실은 꽤나 시끄럽다. 단순 오락기기만 있는 게 아니라 풍선 터뜨리기 같은 오이도나 월미도에서 볼 수 있는 하지만 조금 깔끔한 버전의 게임들도 있다.
인스파이어에서 머무는 한 시간은 꽤 짧다. 이동하는 시간 및 버스의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적당히 일찍 도착해 줄을 서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아침 일찍부터 시티투어를 이용한다면 조금 더 여유있는 투어가 가능할 것 같다.
이제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고고!
한여름이 지난 을왕리 해수욕장은 조금 한적해졌지만 그래도 고즈넉함을 느끼기엔 거리가 좀 멀다. 확실히 을왕리 해수욕장은 새벽에 도착하지 않는 이상 어김없는 관광지의 느낌이다. 특히나 부담스러운 호객행위는 불편할 따름이다.
첫째도 한 장 찍어주고나서 둘째도 찍으려고 하니 자꾸만 싫다고 도망 다닌다. 나중에 커서 내 사진만 없다고 하기만 해! 라고 한 마디 던져봤지만 듣는 둥 마는 둥.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갈매기들이 많이 날아다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옆을 보니 새우깡 봉지를 들고 온 사람이 공중높이 던지는 과자를 낚아채고자 갈매기들이 모여들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 했는지 갈매기들의 새우깡 낚아채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오래 전, 머리에 갈매기 똥 맞은 사건 이후로는 갈매기에 먹을 것을 던져주는 일이 없는데 바닷가 놀러와서 끼룩끼룩 거리는 갈매기 소리를 들으니 또 관심은 가더라.
점프샷을 시켜보니 타이밍 맞추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꼭 누구 하나는 발이 땅에 닿아있다. 몇 번을 계속 시도하다 보니 재밌어 하던 처음 기분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 그만 찍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을 끝으로 단체 점프는 끝. 이제 그럼 혼자 점프하는 걸 찍자!
그리고 이렇게 세 장을 붙여 놓으면 끝. ㅎㅎㅎ
어딜 가나 호객행위 하는 집은 들어가기가 싫다. 맛 좋고 서비스 좋으면 사람들이 어련히 찾아 들어갈까. 호객행위 하던 곳을 벗어나 조금 깔끔해보이고 내부에 사람들이 좀 있어보이는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이름이 따로 없이 을왕로30 회 조개구이 라고 써있었는데 주소가 가게 이름이었다. 해물칼국수와 해물파전을 시켰는데 둘 다 양 많고 맛도 좋았다.
어찌어찌 놀고 먹다보니 어느 덧 막차시간. 앉을 자리 없을까봐 15분 미리 가서 기다렸는데 자리는 많았다.
해가 지면서 바람이 조금 차가워졌지만 마지막 햇살 만큼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돌아오는 길에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을 거쳐 가게 되는데 비행기 이착륙 방향만 맞는다면 호텔 도착 전 이런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1터미널 근처에서는 이런 모습으로 비행기를 만날 수 있다.
쌀쌀해진 저녁 시간 탓에 둘째와 셋째는 2층 실내에 앉히고, 나머진 노을지는 풍경을 유리창 없이 바라보고자 2층 버스 밖에 앉았는데 분위기는 있지만 꽤나 쌀쌀함이 추가된다.
돌아올 때도 고개를 들어올려 인천대교의 주탑과 케이블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느 덧 송도에 도착.
마지막으로 G타워 정거장만 지나면 처음 탑승했던 인천종합관광안내소에 도착하게 된다.
인천시티투어 순환형 노선 중에 바다노선은 유일하게 2층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날씨가 좋다면 2층에 앉아 바람을 맞아가며 기분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러 정거장이 있지만 이 중에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오로라와 로툰다를 관람하고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즐기고 가는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혹은 그냥 바람이나 쐬고 싶다면 2층 버스에 끝까지 앉아서 가다보면 2시간 35분 후에 다시 원래 탑승하던 정거장에 도착하게 되니 바람만 쐬고 싶다는 분들에겐 그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겠다.
이번 80% 할인 행사는 ~11.13(일) 까지였지만 작년 글이나 다른 후기 글을 보면 할인 행사가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런 기회를 잡아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보통 그 지역에 살면 잘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게 이런 버스투어 상품인데 나름 괜찮았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순환형 노선 외에도 테마형 노선도 있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운전하긴 싫은데 뚜벅이 여행으로 어딜 가볼까 고민하고 있다면 인천시티투어를 이용해 버스여행을 해보는 것도 알찬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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