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셋, 다자녀 가족의 오사카 여행 이야기
아들 셋과 함께한 다자녀 가족의 오사카 여행 이야기는 2024년 5월에 있었던 이야기다.
여행기란 자고로 묵혀두었다가 다른 여행을 가고 싶을 때 즘, 사진을 꺼내보는 게 별미라 할 수 있겠다. 반년 쯤 숙성한 사진들은 그 때의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했고, 그 때의 이야기가 아직 기억 깊은 곳 까지 들어가지 않아 쉽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사진은 eos R6 + RF24-70L F2.8 + RF15-35L F2.8의 조합으로 촬영했다. 일본 느낌을 많이 살려보고자 필름룩으로 보정했고 감성적인 느낌을 위해 그레인도 넣어 느낌을 더했다.
자, 그럼 시작하자.
ISTJ의 성격을 가진 나는 늘 여행 전 꼼꼼한 계획을 세운다. 시행착오를 덜 겪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여행에는 늘 변수가 있고 여행은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분단위로 세우던 계획은 사라지고 큰 덩어리 주제만 잡거나 음식점이나 관광지 리스트를 구글 지도에 표시해 놓고 그 때 그 때의 변화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집과 공항 간 편한 이동을 위해 주차대행(차차주차대행)을 이용했다. 공항 주차장을 이용하고 싶었지만 원하는 날짜에 빈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주차대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차량의 외부상태, 주행 기록, 귀중품 등 확인 해야 할 사항이 생겼고 입차/출차를 위해 연락을 취해 차를 가져와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긴 했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다닐 때 다이슨 에어랩을 항상 사용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국내 제품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다이슨 에어랩도 별도의 렌트를 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렌트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휴대폰은 딱히 전화를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 포켓 와이파이 도시락을 예약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부분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포켓 와이파이가 사람이 적은 곳에서는 괜찮았지만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아지는 곳에서는 화면 로딩이 너무 느려 뭐 하나 검색하기 힘들었다. 다음에 해외 여행을 간다면 그냥 로밍을 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하는 나는 이 시간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설명을 했다. 우리가 탈 비행기를 직접 찾아보게 했는데 한참을 찾아보고 나서야 저깄다! 하며 손으로 가리킨다.
여권 파워 1, 2위를 다투는 대한민국 여권. 체크인을 마치고 출국 수속을 밟기 전 새로 만든 여권을 들고 여행의 시작을 알려본다.
아내가 면세점에 물건을 찾으러 간 사이, 아이들을 데리고 호불호 없는 돈까스를 사먹였다. 돈까스 하나면 찡찡거림이 사라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인천공항의 무빙워크는 이제 막 시작한 여행인데도 다리가 아프다는 아이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돈까스 기능 중에 다리 아픔이 사라지는 효과는 없는 것 같다.
창가 자리에 앉혀서 파란 하늘과 구름, 높은 하늘에서 바라보는 땅의 모습을 구경시켜주고 싶었는데.. 아직 그런 호기심이 가득하지는 않은가 보다. 계속 밖을 내다보고 사진찍던 내가 오히려 더 아이처럼 행동하지 않았나 싶다.
동해 바다에서 바라보는 육지의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오사카로 향하는 비행기는 삼척 부근의 월천리 옆을 지나갔다. 월천리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오래전에 월천리 솔섬 사진을 찍기 위해 이 곳에 다녀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LNG 기지 때문에 그 때의 솔섬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없다.
월천리 솔섬 사진(2010년)
https://fillin.tistory.com/583
첫째와 셋째는 잠자기 바쁜데 반해 둘째는 여행 하나하나가 신나는 중이다.
비행기는 동해를 가로질러 어느덧 오사카 주변 상공에 도착했다. 비행기를 탈 때도 늘 설레지만 상공을 날아갈 때도 설레고 착륙할 때도 설렌다. 아마도 난 하늘을 날고 있는 것에 설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곧 착륙 준비.
빠른 입국 심사를 위해 비짓재팬(https://services.digital.go.jp/ko/visit-japan-web/) 사이트에서 QR코드를 만들어 두었다. 한 명이 동반인 까지 등록해서 다섯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우리 가족에게 딱이다. J가 있기에 남은 네 명이 편하게 입국한 건 아는지 모르겠다.
간사이 공항 입국 게이트를 나오면 난카이 난바역으로 가기 위한 기차를 타야 한다.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왼편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오른쪽으로 가면 역에 도착할 수 있다. 아이들이 딸린 여행이기에 좌석이 있는 기차가 필요해서 라피트 익스프레스를 이용했다. 비용이 조금 더 나오긴 했지만 노약자가 있는 여행이라면 라피트 익스프레스를 타는 게 최고라는 답이 나왔다. 북적이는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면 일반 공항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혹시나 티켓 구입할 때 줄서는 대기시간이 길어 기차를 놓칠까 싶어 클룩으로 표를 미리 구매해두었다. 클룩이 아니더라도 다른 여러 방법으로 미리 구매가 가능하고 모바일 QR코드로 탑승이 가능해서 실물 티켓을 받지 않아도 된다.
비행기 연착도 없었고, 예약된 라피트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이코카(ICOCA) 카드를 구입하기로 했다. 티켓 판매 왼편에 난카이 티켓 정보(Nankai Ticket Information)에 들어가면 이코카 카드를 만들 수 있다. 소인의 경우 50%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 가능하니 만 6~12세의 어린아이가 있다면 여권과 현금을 들고 찾아가면 된다. 발급 과정이 꽤나 아날로그의 느낌이 가득하기 때문에 일본의 갬성이 느껴지는 부분 중에 하나다.
일본에 오면 시선이 머무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자판기다. 자판기의 나라 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수의 자판기를 만날 수 있다. 역에 들어서자마자 자판기를 마주한 우리는 음료 하나하나를 둘러보고 어떤 걸 먹을까 고민한 후에 음료를 하나씩 뽑아먹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냥 모든 게 즐거운 순간이다.
여행이라 즐거운 건지, 새로운 음료를 마셔서 즐거운 건지, 자판기를 이용한 게 즐거운 건지
그렇게 웃고 떠들다 보니 열차 탑승 시간이 되었다.
라피트 열차는 헷갈릴 일이 없다. 이런 파란색 열차만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이제 열차를 타고 난카이 난바역에 간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우리나라에서 기차를 타본 적이 없다. 일본에서 탄 기차가 난생 처음 타는 기차가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훌쩍 커버린 첫째, 둘째도 기차를 처음 타봤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열차가 출발하기 전, 상기된 아이들의 표정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담는다. 무엇을 하던지 처음은 늘 설레는 두근거림이 있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슴 떨림과 기차의 흔들림을 분명 몸으로 기억할 거다.
두 명, 두 명 자리에 앉다보니 난 혼자 앉게 되었다. 오히려 잘 되었다. 창밖 너머 일본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으니까. 기차가 역을 무정차 통과할 때면 카메라를 유리창에 바짝 대고 촤르르르륵 연사를 남겼다. 빠르게 지나가는 역의 모습 중에 뭐 하나 걸리기를 바라며 사진을 남겼다.
일본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모습 중 하나가 철도 건널목이다. 일본 영화나 애니에서 보아오던 철도 건널목 풍경을 직접 보게 되니 계속해서 눈길이 가고 영화나 애니 속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그렇게 건널목이 나타날 것 같은 곳을 지날 때면 촤르르르륵, 촤르르르륵 사진을 찍었다. 찍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리뷰하다가 속으로 쾌재의 미소를 짓는다. 예쓰! 또 하나 건졌다!
난카이 난바역 까지 가면서 철도 건널목을 수도 없이 보았다. 특히나 건널목을 통해 길게 뻗은 일본의 시골 골목길을 보고 있으면 건물의 모양에서 한 번, 간판과 건물에 쓰인 일본어에 또 한 번 시선을 빼앗긴다. 이국적인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고 나면 그 와중에 또 놓여있는 여러 개의 자판기에 또 눈길이 간다.
평소 같으면 이 즘 해서 잠을 자고 있어야 할 아이가 왠일로 깨어 있다.
기차역에 있는 사람 한 명 한 명에도 시선이 간다. 일본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뭘 하는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관찰하고 싶었다.
플랫폼이 많은 큰 역엔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들 복장, 머리스타일 하나하나 관찰하는 맛이 있다.
텐가차야역
사진 왼편 가장자리에 학생이 입은 옷과 가방이 인상적이다.
그렇게 구경하다보니 어느 덧 난카이 난바역에 도착했고, 도톤보리 근처에 있는 숙소는 아내가 찾아가보기로 했다.
난카이 난바역에 많은 출입구가 있지만 도톤보리로 가는 방향 출입구에는 광장이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건물을 보며 지도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을 난 그저 지켜볼 따름이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만 제지하면 된다.
밝고 환한 햇살에 덩달아 기분까지 환해진다. 숙소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어떤 눈으로 비춰졌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골목길을 들어서자 가게 간판에 시선이 쏠린다. 일본어 가득한 간판을 보고 있으니 진짜 일본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찍는 것과 다른 느낌의 스트리트 사진.
햇살이 좋아 사진 속 빛과 그림자의 느낌이 좋다.
초록과 파랑의 패밀리 마트, 그 옆의 초록색 자판기, 노랗고 빨간색 간판의 타코야끼 집 간판
형형색색의 간판, 일본어, 전깃줄
응 그래 여긴 일본이야. 웰컴 투 재팬! 이라고 하는 것만 같다.
택시 또한 눈에 많이 들어왔던 것 중 하나였다. 모든 택시가 항상 반짝거림을 유지하는 듯 보였고, 검정색만 있던 것도 독특했고, 올드카 느낌의 택시만 있던 것도 독특했다.
도톤보리 주변으로 갈 수록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오사카의 메인 관광지가 도톤보리인 것을 많은 사람들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재밌는 건 도톤보리 주변의 길을 걷다보면 일본어보다 중국어, 한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 희한한 상황이 이어진다는 거다.
식구가 5명이라 숙소 구하는 게 늘 쉽지 않다. 이번엔 어찌어찌 하다보니 깔끔한 호텔보다는 일본의 집을 그대로 느껴보자며 에어비앤비를 선택했다.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추가로 이 숙소에 들어가기 까지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 공동현관문은 디지털 도어인데 반해 숙소의 도어가 너무나 아날로그였기 때문이다. 도어는 두 개의 열쇠로 열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 열쇠를 보관하기 위한 번호키 자물쇠 박스가 또 있었던 것. 열쇠를 보관하기 위한 열쇠라니. 상황이 너무 웃겨서 영상으로 담았는데 이 영상을 언제 편집해서 이야기로 풀어낼지는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간단하게 짐을 풀고 점심부터 한끼도 먹지 못한 식구들을 위해 첫 식사로 소고기를 먹기로 했다. 가자! 이코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