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고 일교차가 심해지면 차가운 공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의 기온 차이에 의해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소래포구 주변은 습지이면서 주변에 하천이 많아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4년 전, 물안개가 피어 올라 몽환적인 느낌이 좋아 몇 컷 담아본 모습을 소개해볼까 한다.
아침 출근길, 소래염전 해수저수지 부근을 지날 때 였다. 차창 너머로 잔잔하게 깔린 물안개를 발견하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리자 출근길로 바쁜 차량들이 소음을 내며 내달렸다. 차를 뒤로 하고 물안개가 핀 모습을 보고나니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 광고중인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끼고 엔야(Enya) 노래를 듣고 있는 느낌과 아주 비슷했다.
모두가 사라진 듯한 고요한 아침 풍경.
시간은 한없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고, 내 몸은 온전히 자연에 섞여 있어 나 라는 느낌만 있는 느낌이다. 푹푹 빠지는 곳만 아니라면 내려가 두 팔을 벌려 갈대를 쓰다듬으며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햇살이 안개속을 빠져 나오자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갈대가 그 빛을 받아 깨어나는 듯 했다.
점점 강해지는 빛에 따라 갈대 주변으로 림 라이트(Rim Light)가 펼쳐진다.
따뜻한 햇살에 금새 내 앞을 가득 채우던 물안개가 사라졌다. 이제 꿈 깨고 어서 출근해~ 라고 아침해가 말해준다.
아쉬운 마음에 한 장 더 담아본 습지 중앙엔 아직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다. 차에 올라타기 전 까지 아쉬움에 계속 이 모습을 바라본다.
이제 정말 출발해야 할 시간.
조금은 밋밋하게 끝난 모습이지만 소소하게 느껴보는 이른 아침의 평온함을 간직한 채 회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