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 코스모스의 화려함이 가득한 인천 계양꽃마루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계양체육관 근처에 코스모스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곳은 바로 계양꽃마루. 가을이 시작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느 덧 가을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이다. 가을 꽃 코스모스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가족들이 모두 자고 있는 주말 이른 아침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계양꽃마루로 향했다.
계양체육관 입구로 들어서서 좌회전 하면 양궁장이 있고, 그 앞으로 위치한 주차장은 여유있게 마련되어 한낮에 북적거릴 관람객들의 불편이 거의 없을 정도 였다.
입구에 도착하자 알록달록 핀 코스모스와 새빨갛게 물든 댑싸리가 먼저 반긴다. 해가 떠올랐지만 밤사이 꽃잎에 맺힌 이슬은 아직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사람들도 많지 않아 여유로운 아침 산책이 될 거란 기대를 갖게 되었다.
가을이라지만 한낮의 볕은 꽤나 뜨겁기 때문에 잠시 피해갈 원두막과 그늘 쉼터가 곳곳에 있었다. 꽤 신경써서 조성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멀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까지 펼쳐진 코스모스 군락지.
넓게 펼쳐진 코스모스를 보고 있으니 가을 감성이 뿜뿜! 뿜어져 나오는 듯 하다. 그런데 곳곳에 길 아닌 길이 만들어져 누워있는 코스모스를 보게 된다. 그렇게 들어가지 말라고 해도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결국엔 한 명이 들어가고, 그 뒤 따라 똑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사람이 들어가서 결국엔 코스모스가 짓밟히게 되는.. 없던 길이 만들어 지는.. 현상은 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코스모스에 얼른 다가가 사진으로 예쁘게 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원두막 의자에 걸터 앉아 잠시 동안 그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16:9를 넘어서 가로로 뻗은 프레임을 통해 보고 있으니 마치 영화속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조용한 가운데 들리는 자연의 노이즈, 가까이로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멀리로는 도심의 차량 소리가 묘하게 섞이면서 자연 속의 나를 느끼게 된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한들한들 춤을 춘다. 마치, 안녕? 하고 손을 흔드는 것 같다고 할까?
어릴 적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지나가는 차량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한없이 흔들거리는 모습이 불현듯 생각난다. 코스모스란 꽃이 원래 그런 것 같다. 서로 기대야 설 수 있고 그 때서야 화려함이 빛을 발하는 친 서민적인 느낌의 꽃.
자줏빛과 빨간빛과 흰 빛이 가여운 듯 서로 얽히고설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출사를 위해 예쁘게 차려입은 드레스와 사진을 찍는 사람은 두 말할 것 없이 아름답지만, 손에 든 꺾인 꽃송이가 너무나 가엽다. 꽃 한 송이 입에 물거나 귀에 꼽은 것도 아닌, 꽃 다발을 만들 정도로 꽃을 꺾다니.. 꽃을 든 컨셉을 찍고 싶었더라면 조화를 가져왔어야 했다.
코스모스의 꽃잎은 빛이 잘 투과되기 때문에 역광으로 담아도 그 색을 잃지 않는다.
노랗고 주황빛을 띤 황화코스모스도 마찬가지로 역광에서 그 빛을 발한다.
코스모스의 끝물이다 보니 꽃잎 달린 것과 씨앗이 된 꽃대가 반반씩 섞여 있지만 아직은 노랑빛과 주황빛이 가득하다.
우리나라는 국내 각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지역 축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중구난방 난립하는 지역축제에 재정만 낭비되고 별다른 이슈없이 사라지곤 한다. 각 지역의 독창성 없이 전시성 행사로 비슷한 축제들이 난립하기 때문이다. 그럴바에 이런 자연 친화적인 소소한 행사가 더 많아져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사진촬영을 좋아하는 사람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계양꽃마루 구석 일부분엔 요즘 핫한 핑크뮬리가 있다. 그런데 누가 국화를 그 사이에 가져다 놓았는지 그 느낌이 정말 몽환적이다.
이슬이 한 것 맺힌 핑크뮬리는 언뜻 상고대가 떠오를 만큼 흰 빛을 내지만 이슬이 모두 날아가고 나면 핑크빛을 내뿜을 것이다.
거미줄 처럼 가는 줄기에 맺힌 이슬
사실 사진으로 보면 핑크뮬리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것 같지만 위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전부다. 계양꽃마루에 핑크뮬리도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은 다소 실망할 수준이지만 사진은 언제나 보이고자 하는 일부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배경 처리만 잘 한다면 크게 부족하지도 않다.
황화코스모스 사이에 그늘 쉼터가 운치있게 자리를 잡았고 그 주변으로 붉게 물든 댑싸리가 분위기를 더해준다. 개인적으론 댑싸리를 더 촘촘하게 심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장인정신을 담아서~
황화코스모스 길 일부분에 호박, 수세미, 조롱박 등이 어지러이 매달려 있다. 조금 더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던 듯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반대편 길을 따라 고운 빛깔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촬영하러 가는 사람을 발견한다. 수년 전 이런저런 컨셉을 잡고 모델을 섭외하고 소품을 준비하며 컨셉촬영을 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아까 전 코스모스 꺾던 모습은 이제 그만 보이고, 피해주지 않는 촬영이 되길 바라본다.
그리고, 꽃 길을 걷는 사람들의 눈동자에 이 꽃을 몹시 사랑하는 모습이 보이길 바라본다.
2019년 봄꽃 유채 파종 준비를 위해 계양꽃마루의 코스모스는 10월 29일 부로 폐장한다. 내년 봄이 되면 노란 들판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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