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취한 씨앗을 심었는데 발아되지 않거나 열매를 맺지 않는 이유(토종종자, F1종자)
우리가 먹는 채소나 과일에는 모두 씨앗이 들어 있다. 물론 그 열매를 먹기 좋게 하기 위해 씨앗이 퇴화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씨앗이 들어 있다. 어릴적 부모님은 밭에 심은 채소나 과일의 맛이 좋으면 그 씨앗을 모아 이듬해에 다시 심었다. 그러면 그 해에는 또 다시 맛있는 채소나 과일을 수확해 먹을 수 있었다. 처마 밑에 옥수수 종자를 매달아 말려놓는 모습이라던가 크고 맛 좋은 수박을 먹게 되면 조심스럽게 입안에서 씨앗을 빼내 모아두었던 장면, 고추 씨앗을 긁어 모아놓던 채종 장면들이 떠오른다.
얼마전 선물로 받은 방울토마토의 맛이 너무 좋아 옛 기억을 떠올리며 토마토 씨앗을 따로 빼 두었다. 옛날 처럼 똑같은 열매를 얻고 맛있게 따먹을 상상을 하며 유독 맛이 좋은 방울토마토만을 골라 채종을 했다.
3월 20일 경, 한 껏 들뜬 마음으로 포트에 흙을 담고 씨앗 하나 하나를 포트에 심고 물을 주었다.
과연 발아 성공을 마치고 똑같이 맛있는 열매를 얻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결과는 놉! No.
이번 포스팅은 구매한 채소나 과일의 씨앗을 받아 심었을 때 왜 똑같은 열매를 얻을 수 없었는지 포스팅 하려고 한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내려온 씨앗을 가지고 농사를 지어왔다. 그 대대로 내려온 씨앗을 토종종자라고 한다. 우리 나라의 땅과 환경 및 기후에 맞게 진화해 온 씨앗을 말한다. 땅에 토종종자를 심고 키워서 열매를 맺고, 그 열매에서 나온 씨앗을 다시 심으며 작물을 재배하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이 방법이 가능했던 이유는 토종종자의 경우 자식 씨앗이 부모의 형질을 그대로 이어받기 때문에 씨앗을 심으면 같은 작물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내가 어릴 적 농사짓는 부모님의 어깨너머로 배워온 지식이다.
수박을 먹고 수박 씨를 모아 이듬해 농사를 지으면 똑같은 수박이 열렸고,
고추를 먹고 고추 씨를 모아 이듬해 농사를 지으면 똑같은 고추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난 왜 토마토 씨앗을 심었는데 실패한 것인가?
씨앗을 심고 일주일이 채 지나기 전 포트에서 싹이 돋아났다. 발아 성공이라니!
얼마 지나지 않아 1개의 포트를 제외하고 모든 곳에서 싹이 돋아 났다. 싹의 줄기가 녹색빛인 것과 자줏빛인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뿐 모두 같은 형태로 자라나고 있었다. 역시 농부의 아들인가? 하며 어깨에 한 껏 힘을 주며 돋아난 싹을 바라보았다.
하루하루 변화된 모습을 보이며 자라고 있었다. 싹을 틔우는데 반타작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 싹이 올라오는 바람에 나중에 이걸 다 어디에 옮겨 심어야 하나 싶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거의 다 싹을 틔워낸 모습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떡잎을 지나 본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본잎이 더 커지고 줄기가 튼튼해지면 정식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이면 방울토마토가 얼마나 자랐는지 꼭 확인하고 갈 만큼 관심이 컸다. 하루 사이에도 본잎의 크기가 달라지는 모습에 이런 재미로 식물을 키우는 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커가는 모습이 어찌나 흐뭇하던지. 동향 집 발코니에서 키우다 보니 아침 햇살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만 햇살을 받으며 크던 방울토마토 였다. 반나절은 그늘에서 자라야 하는 상황이라 그랬는지 상태를 매일 확인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30여일이 지난 후,
튼튼한 줄기를 바탕으로 짙은 녹색잎이 뻗어 튼튼한 모습으로 자라났어야 할 방울토마토가 힘없고 비실한 길쭉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부모님댁 하우스에서 자라고 보았던 방울토마토는 마치 작은 나무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강한 느낌이었는데 비실한 길쭉이를 보고나니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폭풍 검색을 하게 되었고 F1종자가 무엇인지, 토종종자가 무엇인지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F1종자에서 열매가 열리지 않는 이유, 힘없이 자라는 이유와 토종종자
종자를 관리하는 회사에서는 토종 종자보다 수확량을 늘리고 병충해에 강한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개발된 종자를 가리켜 F1종자 또는 개량종자라고 부른다. 1대 교잡종인 F1품종은 잡종강세가 나타나 매우 왕성한 생육을 보이며 수량도 많으며 우량한 수확물을 얻을 수 있다.
한 예를 들면 토종종자의 배추는 지금 흔히 알고 있는 알배기가 있는 배추와는 다르게 잎사귀도 적고 속도 가득 차 있지 않았다. 종자 회사에서는 속도 가득 차면서 병충해에 강한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량배추를 만들어 냈고, 그 씨앗이 F1 종자인 것이고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배추인 것이다. F1종자는 수확량이 많고 병충해에도 강하고 맛도 좋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F1종자의 보급을 장려하게 되었고 농민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수확량을 가져다 주는 F1종자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토종종자는 점점 도태되어 갔다. 그래서 마트나 시장에서 구매하는 대부분의 채소나 과일은 토종종자가 아닌 F1종자를 심어서 수확한 것이다.
그러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내가 먹었던 맛있는 토마토는 F1종자에서 자라난 것이고, 이 씨앗을 심으면 우성의 성질을 가진 토마토가 똑같이 열리는가?
에 대한 질문으로 바뀔 수 있다.
결과는 처음 얘기했던 것 처럼 똑같은 작물이 나올 수 없다는 게 결론이다. 확률적으로 똑같은 작물이 나올 수 있기는 하나 거의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멘델의 우열의 원리에 따르면 우수한 형질을 가진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F1)은 부모의 우성 형질만 발현된다. 하지만 우성만이 발현된 잡종 1세대(F1)의 자식(F2) 부터는 우수한 형질이 줄어들어 열성이 분리된다. 즉 1세대(F1)에 한 하여 우성 형질이 전해지고 F2 부터는 갈 수록 전혀 다른 형태의 작물이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F1종자에서 얻은 씨앗을 심으면 부모의 형질을 이어받지 못해 본래의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불임성 종자가 되는 것이다. 간혹 극히 적은 확률로 F1 형질을 일부 갖출 수는 있지만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현재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F1종자에서 얻은 씨앗으로 농사를 짓지 않고 해마다 종자회사에서 F1종자를 구매해서 심고 작물을 재배하여 수확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그 열매의 씨앗을 채종해 심어도 같은 작물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가정의 발코니나 텃밭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싶은 사람은 먹고 난 채소나 과일에서 씨앗을 얻으면 안되고 F1종자를 구매하거나 묘목을 구매해야 한다.
그렇다면 F1종자를 해마다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비용도 들고(큰 돈이 들지는 않지만 종자회사에서 가격을 올린다면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한다.) 취미로 작물을 기르는 사람은 해마다 종자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토종종자를 길러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래서 찾아보니, 다음 카페에서 "토종씨드림"을 검색하면 씨앗나눔단체 카페를 만날 수 있는데 이 곳에 매년 행사 공고가 올라온다고 한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씨앗을 받거나 회원 간 나눔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역마다 토종 씨앗 도서관 이라는 것이 있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까운 곳을 방문해서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먹고난 채소에서 씨앗을 채종해 심고 열매를 맺지 않게되는 일을 계기로 토종씨앗에 대한 관심이 조금 생겨났다. 토종씨앗은 F1종자에 비해 농약이나 비료를 덜 줘도 잘 자라난다고 한다. 우리 땅, 우리 기후, 우리 환경에 맞게 적응해 온 우리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우리 라는 단어 때문인지 토종종자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일이었다.
결국, 첫째 아이 초등학교 숙제 중 하나였던 방울토마토 키우기로 방울토마토 열매를 맛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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