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회사 점심시간을 마치고 주변 산책을 하면서 또 다시 잠자리 탐색에 나섰다. 그러다가 까만 등에 어깨선이 두 줄로 보이는 것이 새로운 실잠자리를 발견한 것 같아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풀벌레 한 마리를 잡아서 포식중인 것이 아닌가? 실잠자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이후 잠자리가 포식하는 장면도 만나게 되다니. 정말 관심을 두고 보니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게되었다.
까만 등 무늬에 어깨선이 두 줄인 것을 보니 큰등줄실잠자리로 동정한다. 가슴과 배 색상을 보니 연두빛에서 파란색까지 이어져 있는데, 파란색은 수컷, 연두빛은 암컷으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뭔가 어중간 하면 암수도 확신할 수 없는 잠자리 초보다. 어찌되었건 큰등줄실잠자리인 것 만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새로운 잠자리를 찾았다는 흥분도 있었지만 포식중인 모습이 눈에 더 들어와 모든 움직임을 최소화 하고 아주 천천히 카메라를 들이 밀었다. 사진 촬영을 하고 보니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먹이를 물고 달아났다.
날아간 위치를 살피고 다시 천천히 다가갔다. 여전히 날 의식하고 있는 저 눈빛. 이번엔 도망가지 않게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조금씩 조금씩 더 가까이 렌즈를 가져가 사진을 담았다. 풀벌레의 머리는 벌써 온데간데 없고 몸통을 포식중이다. 포식자에게 먹히는 풀벌레 입장에서 보면 생태계는 역시나 냉혹한 현실이다. 그래도 풀벌레의 희생이 있어 또 다른 큰등줄실잠자리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날아가지 않게 조심조심 자리를 옮겨 정면 사진을 담아 본다. 겹눈 속 검은 빛이 확실히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실잠자리는 겉보기에 미세한 차이로 종이 나눠진다. 그래서 새로운 실잠자리를 발견하게 될 때면 그 주변에 암컷과 수컷을 동시에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와 닮은 다른 실잠자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매번 실잠자리 동정을 정확히 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는 않지만 하나 둘 알아가다 보면 잘못 알고 있던 부분도 언젠가 바로 아는 날이 올 거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