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색으로 위장한 메뚜기의 숨바꼭질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놀이터에 가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에 섞여 들리는 숨바꼭질 하는 소리가 있다. 곤충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아이들은 재미로 숨바꼭질을 하고 있지만 곤충들에게 숨바꼭질은 재미가 아닌 자신의 생존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차이다. 한창 점심시간이면 실잠자리 찾기에 빠져있던 지난 여름날 실잠자리 외에도 여러 곤충들을 발견했는데 그 중에 보호색이 뛰어난 메뚜기 두 마리가 떠올라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처음 발견한 건 얼굴은 갈색인데 몸은 초록색이런 메뚜기였다. 풀잎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실잠자리 찾느라 눈을 부릅뜨고 있던 나에게 걸리고 말았다.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들이 밀고 사진을 찍을 때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는지 바짝 긴장한 모습이 느껴졌다. 몸은 풀잎 색상인데 반해 얼굴은 갈색인 것을 보니 가을을 나기 위해 몸을 조금씩 변화시켰거나 바닥에 있는 마른 풀잎 사이에서 살아가기 위해 몸 색깔을 바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냐면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메뚜기를 바로 발견했기 때문이다.
초록색 메뚜기를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서 뭔가 기어가는 인기척을 느끼고 찾아보게 된 메뚜기다. 군인들의 위장 못지 않은 얼룩무늬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가까이 다가가 찍어서 그렇지 조금 멀찍이 찍었더라면 찾기가 쉽지 않았을 메뚜기의 모습이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꽃잎을 닮은 난초사마귀가 생각난다. 흰색 꽃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모습이었고, 가시광선이 아닌 곤충들의 시선, 자외선으로도 꽃과 똑같은 모습을 나타내는 장면이 있었다. 바다에선 문어가 주변의 색과 환경을 흡수라도 한 듯 똑같은 모습으로 위장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 위장 및 보호를 위해 선택해야만 이런 기능들은 그저 신비로울 따름이다.
잘게 마른 풀잎의 모습 그대로다. 날아다니던 새가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메뚜기를 발견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세상에는 수 많은 생명이 있고 우리의 관심 밖 주차장 화단에서도 저마다 각각의 방법으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얼마나 놀랐을까? 아무도 못찾을 줄 알았던 자신을 내가 발견해버려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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