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여행 - 21부 The Great Ocean Road (Port Campbell & London Bridge)
드디어 멜번 여행의 마지막편을 작성하게 되었다. 여행 경비가 더 있었다면 호주 남쪽에 있는 펭귄섬이라 불리는 곳을 둘러보고 싶었으나 빡빡한 일정에 이렇게라도 많은 곳을 돌아본 것 만으로 만족해보려 한다.
이제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마지막이면서 멜번 여행의 마지막인 포트 캠벨(Port Campbell) 마을과 런던 브리지(London Bridge)만 남았다.
끝날 줄 몰랐던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종착지. 그림 같은 포트 캠벨 마을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는 런던 브리지에 가기 전 잠시 멈춰서 음료나 간식으로 간단하게 챙겨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상당히 조용하고 여유로운 동네로 보였다. 사실 호주 도심도 여유로운 느낌 가득하기 때문에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곳은 더 여유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바로 앞 바다를 두고 연인들은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고 여유를 느끼고 있었다. 바다 바로 앞 녹색 잔디는 정말 이색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소나무로 바다 바람을 바람막이로 사용하고 있다면 이 곳은 잔디로 되어 있다. 바다 바람이 그대로 불어 온다. 호주 대부분의 관리된 해변은 백사장 뒷편으로 이렇게 항상 잔디를 해놓고 이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공원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잔디밭 곳곳에는 이렇게 갈매기들이 놀고 있다. 대부분은 일광욕이나 낮잠을 즐기고 있었는데 내가 달려가 다 깨워버렸다. 화들짝 놀라서 날갯질을 푸드덕 거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달려간 건데 몇몇은 날아가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총총 걸음으로 날 잠시 피했다가 다시 또 자리에 앉아 잠을 잔다.

잠시 해변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겨본다. 호주 하면 세상 여유로운 그 느낌 아니겠는가. 그냥 맘이 편안해지는 게 볕도 뜨거워서 그 자리에 녹아내리는 듯 했다. 아니 타들어 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늘에 앉아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그늘로 가기 전 포트 캠벨 마을 전경을 한 번 살펴봤다. 그레이트 오션로드 관광 내내 구름낀 하늘 가득했는데 다 어디간 건지. 새파란 하늘과 녹색 잔디가 가득한 마을의 모습이다.

여행 내내 거의 비슷한 포즈로 찍어오는 셀카. 물론 다음에 이어질 시드니에서도 비슷한 셀카 사진이 가득하다. 배경만 다를 뿐.

뭔가.. 감성 2g 추가해 본 사진.

부족해서 2g 더.

나무 그늘에 앉아서 잠시 마을 풍경을 보고 있었다.

한 아이가 이렇게 뛰어가더니

동생으로 추정되는 어떤 금발 아이가 뒤따라 왔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조금 민망했는지 한 껏 밑으로 잡아당기고 내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힐끔 눈치를 보길래 찰칵

이번엔 갈매기 한 녀석이 내 옆을 총총총 걸어다녔다. 사람들이 있는 주변이라면 혹시 먹을 것이 떨어져있지 않을까 해서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놀래켜주려고 잡아먹을 포스를 풍기며 사진을 찍었더니 적잖히 놀란 듯 사진 찍기 좋은 자세가 나왔다. 뒷편에 걸어오던 외국인은 무슨 재미난 일인 듯 날 지켜보고 있다.
이제 휴식 끝. 이번 멜번에서의 마지막 여행인 런던 브리지로 이동한다.

이 것이 바로 런던 브리지.
원래 런던 브리지는 끊어진 곳 없이 길게 바다 쪽을 향해 길게 나와 있었고 두 개의 큰 아치를 가진 다리 모양이었다. 그런데 1990년 1월에 큰 아치 하나가 무너져 내렸다. 당시엔 연인 한 쌍이 이 곳에 같혀있다가 헬기로 구조가 되었는데 다행히 무너질 때 그 위에 사람이 없어서 희생자는 없다고 한다. 지금은 아치가 하나 뿐이고 다리는 끊어져 버린 모습인데 이마저도 언제 무너져버릴지 모를 일이다.

런던 브리지 관람 시간은 10분 남짓.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몇 번을 보게 된다. 안내판도 꼼꼼히 읽어본다.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닌데 여행을 하게 되면 안내판을 읽어보고 기억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런던 브리지 구경에 빠져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이런 풀? 꽃?이 가득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관광할 때 해안가 주변으로 항상 심어져 있던 것이다. 꽃이 피고 씨앗이 열린다면 바닷바람에 씨앗은 족히 몇 km는 거뜬히 날아갈 것 같다.

아쉬운 마음에 한 장 더 찍어보고

언제나 그렇듯 런던 브리지를 배경에 두고 셀카를 찍는다. 이런 사진을 찍을 때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기념사진으로 찍는 듯 하다. 이 사진을 찍고 그렇게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여정은 막을 내리는 줄 알았다. 관광 버스 기사가 말하길 런던 브리지가 마지막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돌아갈 길만 남았구나 하며 버스에 올라타고 멜번으로 가던 중, 버스가 잠시 멈춰섰다.
버스 기사가 말했다.
"여기는 예정에 없던 곳이고 가끔씩 자기가 몇몇 관광객에게만 소개시켜주는 곳이다"
뭐 이렇게 포장해서 말해? 라는 생각을 갖고 버스에서 내렸고 내려다 본 그 곳은

와!!!!!!!!!!
이건 뭐 말이 필요 없었다. 사진으로 전부 표현하지 못할 만큼 눈 앞에 트여있는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정말 최고였다. 뭔지 모를 감동이 쓰나미 처럼 밀려오는 느낌이었다. 정말 자연이 주는 감동이 한 동안 가시질 않았다.

대자연의 경관을 가진 멜번.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마지막 이 모습을 보고 나니 멜번 여행자라면 필수 코스로 꼭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이런 풍경을 보고나면 왠지 모르게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들고 마음도 편안해지면서 기분이 한 껏 좋아진다.

이제 진짜 가야할 시간. 버스에 올라타고 아쉬움 달래며 마지막 사진 한 장을 남겨본다.

이제 멜번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넓은 초원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난 잠이 들어버렸고 그렇게 멜번에 도착했다.
...
멜번에 거의 도착할 무렵 전화 한통이 왔다. 내가 예약했던 항공사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버스 내 소음이 심해서 전화 속 안내원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기존 예약한 항공은 정비 문제로 취소되어 다른 항공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나에게 전달해주고 있었는데, 그 바뀐 시간이 언제인지 잘 안들렸다. 다시 물어보려던 찰나,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아 끊어졌다. 예비 배터리로 바로 갈아 끼웠지만 6개월 내내 사용하지 않았던 예비 배터리는 모두 방전되어 있던 상태였다.
백팩커에 도착하면 인터넷으로 알아봐야겠다 생각하고 백팩커에 도착했는데 사용자 대기줄이 이미 꽉 차 있었다. 이 당시엔 종이에 자기 이름을 쓰고 순서와 시간을 지켜 사용해야 했던 시스템이었다. 그래도 인터넷 사용은 해야 했기 때문에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 잠시 난 틈을 노려서 내일 항공표를 확인했다.
내일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버스 터미널 까지 걸어갈 생각이었고, 티켓팅을 하려면 일찍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새벽에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내 발 밑엔 네덜란드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 침대로 어떤 남자가 스윽 들어갔다. 뭐... 뭐지? 한 침대에 사람이 둘 이네? 5인 도미토리가 남녀 혼숙인 것도 첨에 놀랐는데,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꺼리낌 없이 한 침대에서 둘이 그짓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기상 시간은 아직도 한 시간이 더 남았는데 조용한 밤 내 발 바로 밑 침대에서 이뤄지는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너무나 자극적이고 크게 들려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가 여기서 헛기침을 하거나 깬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건 스스로가 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네덜란드 사람들이 그렇게 개방적이라고 하던데,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잠시 후, 그 둘이 방 밖으로 나가자 바로 기상. 새벽 3시
간단히 씻고 체크아웃을 한 후, 본드비 같이 묶여있던 10달러를 돌려받았다. 그리고 터미널까지 열심히 걸어갔다. 가로등도 있고 중간중간 경찰들도 있긴 했지만 아무도 없는 곳을 지날 때나 어두컴컴한 골목을 옆에 두고 걸을 때는 덩치크고 사고 좀 치게 생긴 놈들이 날 불러 세울 것만 같아 사주경계를 하며 열심히 걸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그렇게 걸어갔지만 되도록이면 날이 밝은 후 움직이길 권해본다.
그렇게 Sky Bus Terminal에 도착했다.
멜번에는 공항이 두 개 있다. 하나는 내가 이용했던 멜번공항(국제공항과 같이 있는)과 Avalon 공항이다. Avalon 공항은 멜번의 남동쪽에 위치해있고 멜번 공항에 비해 훨씬 더 멀다. 그리고 멜번 공항은 Sky Bus를 이용하는 반면 Avalon 공항은 Sun Bus를 이용한다.

멜번에 들어올 때 리턴 티켓으로 이미 표를 끊어놨기 때문에 그 티켓을 사용했다. Sky 버스는 12시 이후에는 1시간 마다 차가 있었고, 4시 이후에는 30분 마다 차가 있고, 아침이 되면 차가 더 많아진다. 이 터미널에 도착하면 차를 어디에서 타야할 지 막막하다. 나 뿐만 아니라 몇몇 다른 사람들도 어디서 타야 하는 건지 두리번 두리번 거리거나 이 곳 저 곳으로 빨간 Sky 버스를 찾으러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도 첨엔 그들과 함께 버스를 찾으려고 계속 돌아다녔다가 버스 시간표를 보고 그 시간이 될 때 까지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버스는 출발 10분 전 즘에야 나타났다. 멜번 시티로 올 때 내린 그 곳에 버스가 멈춰섰다.

Sky 버스 내부의 모습. 버스 뒷부분은 모두 좌석이고 앞 부분은 절반만 좌석이다. 나머지 절반은 캐리어나 부피가 큰 짐을 놓을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예전에 멜번으로 들어올 때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는데 새벽에 출발하다보니 이렇게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호주의 버스라면 당연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을 위한 자리가 항상 갖춰있다. 그것도 무려 10년도 더 된 옛날에 그랬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많이 갖춰져 있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운전도 험하고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 당시 선진국과의 차이가 이런데서 나타나는 구나 싶은 생각을 했었다.
아무튼 난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고 새벽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로 떠났다.
Good bye Melbo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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