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창문 커튼을 열어보는 것이었다. 첫눈은 밤에 조용조용 몰래 온다는데 간밤에 눈이 왔는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찌푸린 눈을 통해 들어온 모습은 나뭇가지 위에 눈이 하얗게 쌓인 모습과 새하얘진 화단의 모습이었다. 기상청의 예보대로 2024. 11. 27 수요일에 첫눈이 내렸다.
2024 첫눈
새벽에 내린 눈을 끝으로 첫눈은 그렇게 녹아내릴 줄 알았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첫눈은 아침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내리고 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옥상에 올라갔다.
누구도 지나가지 않은 소복히 쌓인 눈 위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뽀드득
수북히 쌓인 눈을 밟고 지나가니 지나간 자리마다 발자국으로 움푹 파였다.
수북히 쌓인 내 나이는 잊은지 오래
눈이 오는 모습에 마음 설레어 밟힌 눈처럼 잠시 동심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겨울 모과
감나무에 홍시 하나 메달려 있듯
모과나무에 모과 하나가 애처롭게 메달려 있다.
첫눈이 내리면 마냥 기분 좋고 폴짝폴짝 뛰어 놀 것 같은 기분만 들 것 같은데
모과나무를 보고 있으니 조용한 마음도 함께 찾아온다.
오래 전, 이맘 때
시골집의 뜨끈한 이불속에서 나오기 힘들었던 어린 내가
밖에서 들리는 싸리빗자루 소리에
내복차림에 외투를 걸쳐 입고 맨발로 밖에 나가면
간밤에 언 마룻바닥 위에 구부린 발가락으로 참아가며 서서
새하얗게 덮힌 마당과 동네길을 쳐다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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