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북성포구 일몰 포인트, 옛 정취가 느껴지는 곳
외부 미팅이 끝나고 곧바로 퇴근할 수 있었던 날. 미팅이 일찍 끝난 틈을 타고 오랜만에 출사의 기쁨을 느껴보고자 북성포구로 출발했다.
눈도 내리고, 하늘의 모습도 괜찮아서 꽤나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았다. 다만, 시기상 일몰각이 최적은 아니라는 점이 못내 아쉽긴 했다. 그래도 옛 정취도 느껴보며 여유도 느껴볼 겸 북성포구 일몰 포인트로 향했다.
북성포구 포인트에 따로 주차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월미도 입구 교차로에서 포구로 향하는 길(대한제분 가는 길) 좌우로 차량이 길게 늘어져 있으니 주차는 이 곳에 하면 된다.
도보 이용자들은 인천역에 내려서 갈 수 있는데, 북성포구 까지 가는 길가의 건물과 간판들이 옛스러워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근대화 이후 개발되지 않아 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월미도 입구 교차로에서 포구까지 가는 길은 차량 이동 경로와 같지만 도로 옆 산책로 길을 이용하면 걷는 재미가 있다.
위 지도를 보면 알수 있듯이 포구의 모양은 십자 모양이다. 근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갯벌 일부가 매립되었는데, 남아 있는 갯벌 모양이 십자 형태라서 십자굴이라고 불린다. 내년이면 이 곳 또한 매립될 위기에 처해 있어 북성포구의 일몰을 담아보려 한다면 조금 서둘러 다녀와야 한다.
포구의 모습은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있었지만 웬지 모르게 스산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람이나 파도 소리가 아닌 기계음이 계속 들려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홀로 그물을 손질하는 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내 발이 꽁꽁 어는 느낌이고 등짝이 딱딱하게 굳는 느낌이 들었다.
겨울철 북성포구의 일몰은 역시나 일몰각이 안맞는다. 조수 간만의 차도 크기 때문에 어떤 사진을 찍고 싶느냐에 따라 물때도 확인해야 한다.
북성포구의 포인트라 할 수 있는 대성목재 공장(우측 공장)을 최적으로 담고자 한다면 8월 정도에 와야 일몰각이 맞는다. 이 때는 태풍이 지나가는 시기라서 화려한 구름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
일몰각은 약간의 오차가 있지만 특정 위치에서 일몰각을 확인할 수 있는 나름 신뢰할만한 사이트가 있다.
http://app.photoephemeris.com/
날짜를 선택하고 위치를 옮겨보면 해당 날짜와 위치에 맞는 일출/일몰 각도 및 시간 등을 표시해주는 사이트다.
북성포구에 위치를 잡고 오늘 날짜 기준으로 살펴보면 아래 링크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때표는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를 보면 된다. 최저, 최고를 기준으로 한시간 반 정도를 더하고 뺀 시간대는 물이 빠져있거나 가득차 있는 상태다.
http://www.khoa.go.kr/swtc/main.do
북성포구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포구 건너에 연필 무더기를 쌓아놓은 듯한 목재들이 보인다. 철컹 철컹 하는 기계음 사이로 햇살이 비쳐서 제법 운치가 났지만 차가운 바다 바람에 카메라를 꺼내들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해가 질 즘, 하늘에 멋진 구름이 펼쳐질 줄 알았지만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기만 했다. 이 밋밋한 하늘을 어찌할꼬..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대성목재 포인트를 배경으로 조금 더 기다려 본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하늘과 땅의 노출 차이가 줄어들게 되면,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카메라로는 볼 수 있는 멋진 매직 아워를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가 넘어간 자리는 점점 더 붉어진다. 태양에서 가장 먼 하늘은 보라빛으로 물드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점점 파란빛을 보여줄 것이다.
화려한 구름이 없어도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와 노을빛으로 표현한 모습이 꽤 멋지다.
장노출을 주면 파도없이 잔잔한 바다가 펼쳐지고 공장 굴뚝의 연기는 이방 수염 마냥 몇가닥 모여서 나는 것 같이 볼품이 없다.
노출을 짧게 주면 이렇게 파도의 넘실 거림과 구름의 풍부한 입체감이 표현된다.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차 안에서 몸을 녹이던 사람들도 하나 둘 나와 사진 찍기에 열을 올렸다. 추운 날씨에도 열정을 갖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뭐든지 열정을 갖고 할 때가 재밌다.
그 자리에 나도 배경으로 꼽사리 껴서 담아본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인증샷. 구두에 정장 바지가 출사 나올 복장은 아니다. ㅋ
매직 아워가 끝날 즘, 북성 포구 메인 포인트를 다시 담아본다.
붉은 노을과 파란 하늘은 더 짙어졌지만 장노출로 표현된 굴뚝의 연기는 여전히 이방 수염 같다.
역시나 이방 두 명이 있는 듯한 모습
감도를 올리고 구름과 파도의 입체감이 표현되도록 담아본다. 구름이 없어서 괜히 이곳에 왔나 싶기도 했는데, 나름 멋진 모습을 보고 담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메인 포인트 대성목재 방향을 다시 한 번 담아 본다. 운량이 없어도 곱게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이 꽤나 근사하다.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나마 달래보며, 다음에 다른 멋진 모습을 담을 거란 기대를 해본다.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송도 G타워 전망대 야경
송도 G타워 전망대 야경
2018.03.19 -
응답하라 2010 - 나주 동신대 옆 송현불고기, 나주의 유령식당
응답하라 2010 - 나주 동신대 옆 송현불고기, 나주의 유령식당
2018.02.14 -
갈대가 가득한 송도 신도시
갈대가 가득한 송도 신도시
2017.11.03 -
우리나라 꽃 무궁화 - 조금만 둘러 보니 곳곳에 심어져 있더라
우리나라 꽃 무궁화 - 조금만 둘러 보니 곳곳에 심어져 있더라
2017.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