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키(Naoki) - 등촌동, 마곡 맛집, 오마카세, 구 신지루 스시
예전엔 어떤 수고스러운 일을 마치고나면 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줬다. 그게 전자제품이었을 때도, 여행이었을 때도, 음식이었을 때도 있었다. 그 중 음식에 해당되던 곳이 신지루 스시 였다. 첫 방문 때 시종일관 한 입 먹을 때 마다 웃음꽃을 피웠었다. 그 후로도 방문 때마다 광대 승천하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었다. 기념일을 맞아 그 때 기억을 되살려 신지루 스시를 찾아갔다.
그.. 그..런데?
없어졌다. 신지루 스시는 폐업했다. 라는 인터넷 글들!!!!!!!!!!!!!!!!!!!!!!!!헉!!!!!!!!!!!!!!!!!!!!!!!!!!!!
어째서? 그런 맛집이 폐업할 수 있는 거야? 말이 돼?
다른 곳 찾아가자는 아내 말은 한 귀로 흘려보내고, 혹시 다른 곳에 오픈했을지 모른다며 폭풍 검색을 하던 중에 나오키(Naoki)라는 인스타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https://www.instagram.com/naoki_1133/
거기서 본 (구)신지루스시 라는 문구를 보고는 "그럼 그렇지!" 라고 외친 후 영업 여부를 확인하고 주소지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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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 (Naoki)
주소 : 서울시 강서구 강서로 56가길 45
영업시간 : am 11:30 ~ pm 2:00 / pm 6:00 ~ pm 10:00
예약문의 : 01-6228-1133
콜키지(Corkage) : 병당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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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다만 길찾기 어플이 정문이 아닌 뒷문(주방)으로 안내를 하는 통에 한 번 쯤은 헤매게 된다.
위 사진에 보이는 곳이 정문이다. 이전보다 더 고급스운 느낌이 난다. 나오키 라는 이름으로 재오픈 한지 얼마되지 않아 문앞에 화환이 놓여있다. 개인적으로는 왜 나오키(Naoki)라는 이름의 간판이 없을까 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정문 오른편에 스시의 뜻 글자인 鮨 글자만 덩그러니 걸려있다.
주차는 정문, 후문 모두 가능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카운터(다이)에 앉아 오마카세를 주문한다. 편백나무 카운터에 정갈하게 준비해둔 모습이 예전과 사뭇 다른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흔히 이런 자리를 가리켜 다찌 라고 표현하는데, 이웃 초밥 블로거에 따르면 다찌는 일본 사람들은 전혀 쓰지도 않고 모르는 표현이라고 한다. 아마도 서서 먹는 곳을 말하는 다찌바를 잘못 사용하는 것 같다 라고 한다. 앞으로는 이런 자리를 가리켜 스시 카운터(다이) 라고 불러야겠다.
시원한 말차 한 모금과 젓가락을 받들고 귀엽게 반겨주는 냥이 한 마리. 오늘은 네가 내 집사를 맡거라 ㅎㅎㅎ
생맥주(나마비루)도 한 잔 시켜본다. 맥알못이라 맥주의 가벼움과 진함, 탄산의 질감 차이 정도 밖에 느끼지 못하지만 일본 스시야에서는 한 잔 시키는게 일반화 되어 있다고 하니 어떤 맥주가 나올까 하며 주문해봤다. TV 속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스텔라 맥주? 하지만 춤알못 ㅋ
연두부가 들어간 콘스프 오토시
부드러운 연두부와 옥수수 본연의 은은한 달달함. 출발이 좋다 ㅎㅎ
자연산 광어
광어의 식감과 레몬 껍질인지, 오렌지 껍질인지 상큼하고 향긋하게 올라오는 향도 좋다.
잿방어.
원래 두 점 씩 나오는데, 사진으로 남기며 눈으로 즐기고 먹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젓가락이 먼저 가는 바람에 사진엔 한 점 뿐이다.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청어
기름지고 입에서 살살 녹아내린다. 아주 적당한 양의 생강도 끝을 향긋하게 잡아준다.
아까미 즈께
아까미의 찰진 맛이 일품이고, 마와 김이 들어 있어 녹진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마의 끈적임이 부조화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거슬림없이 아주 좋았다.
아귀뼈를 우려낸 아까미소
한 모금으로 입안을 정리해 본다. 뼈 사이에 붙은 살코기는 별미.
광어 초밥
쫀득한 광어 살이 단연 일품
오징어, 시소, 성게알
오징어의 쫀득한 식감을 뒤따라 성게알이 부드럽게 녹아내리며 어우러지고 시소향이 입안 곳곳을 누빈다.
금태
껍질을 살짝 그을린 느낌이 있는데, 이거이거 입에 넣으면 기름지면서 고소한 맛과 함께 그냥 녹아버린다. 생애 처음 먹어본 생선.
금태라는 생선이 몸집에 비해 눈이 커서 눈볼대 라고도 불리고, 입속이 검기 때문에 노도구로(노도=목, 구로=검은색)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국내에서 특히 육지에서는 스시 재료로 취급하는 곳이 드문 아주 귀한 생선이라고 한다.
참문어
졸여진 듯한 참문어와 부드럽게 익은 무. 문어다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살아 있다.
잿방어 초밥
얇게 두 겹의 잿방어가 올라가 있다. 잿방어의 쫀득한 식감과 무엇때문인지 모르는 새콤한 맛이 느껴지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초밥이었다.
전복 술찜
부드러운 전복 살과 다시마향을 품은 전복 내장 소스
보리새우(구루마에비)
새우 중에 가장 비싸다고 하는 녀석이다. 탄력있는 식감과 진한 단맛이 일품이다. 9월 초 부터 11월 말 까지(가을~초겨울)가 보리새우의 감칠맛을 결정하는 글리신 함량이 높다고 하니 그 때가 최고의 맛을 보여줄 것이라 본다. 그렇다고 지금의 보리새우 맛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다. 단지 최고조를 말한 것일 뿐.
아까미 초밥
찰지면서 입에서 녹아든다. 개인적으로 찰지면서 녹아내리는 이런 초밥을 좋아한다.
금태 초밥 위에 올려진 무
시원한 느낌의 무가 입안에 훅 들어오고 뒤따라 금태가 녹아든다. 씹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어 지느러미
레몬향과 훈제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지느러미의 쫀쫀한 식감이 예술이다.
막간을 이용해 요리사님 옆모습을 담아본다.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이 꽤 멋있다. 하지만 허락없이 올린 사진이라 내려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가리비와 성게를 김으로 싼 건데, 손으로 재빨리 먹으라 한다. 잠시 관찰하고 구경하는 사이에 김이 수분에 눅눅해져갔다. 역시 초밥은 내어줬을 때 바로 먹어야 최고의 맛을 보존할 수 있다. 가리비가 이렇게 부드러웠나? 싶을 정도 맛과 질감이 느껴진다.
청어, 시소, 생강이 들어가 김밥처럼 말아 놓은 초밥
개인적으로 생강이 조금 많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새우(아마애비) 초밥
이건 뭐 말이 필요 없다. 광대 승천하는 맛
참치, 게살, 김, 연어알, 성게알, 다마고, 샤리가 들어간 미니 해산물 덮밥? 비빔밥?
풍미가 어마어마 했다 라고 밖에 표현이 안된다.
장어 초밥
토치로 그을린 장어에게서 낫설지 않은 쥐포 향이 조금 나는 듯 했고,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계란과 새우, 생선살이 들어간 다마고
카스테라 같은 모습에 맛도 아주 일품이다.
서비스로 받은 단새우 초밥
단새우가 세 마리나 올라가 있던!
아구, 아스파라거스 튀김
일품요리로 나온 튀김 요리인데, 풍성하게 입안을 가득 채우는 아구 살과 쫀득하게 씹히는 식감에 담백하면서 촉촉함이 느껴지는 튀김이다.
이나니와 우동
가가와현의 사누키 우동, 군마현의 미즈사와 우동과 함께 일본의 3대 우동으로 불리는 이나니와 우동. 그 쫄깃함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바닐라 크림치즈푸딩, 쇼콜라푸딩
신지루스시 일 때는 얼음과 과일을 갈아 낸 후식이 나왔었는데, 나오키로 바뀌면서 후식도 퀄리티가 높아졌다. 부산 구서동에 위치한 라뽀아르 라는 디저트 카페 사장님이 직접 서울로 올라와 가르쳐주고 가신 푸딩이라고 한다. 여심 저격 푸딩에 한 표 던져본다.
난 바닐라가 그냥 바닐라 색인줄 알았는데, 먹다보면 보이는 까만 점 같은 것들이 바닐라 라고 한다.
이렇게 오마카세가 끝이 났다.
내가 많은 초밥집을 다녀본 건 아니지만 다른 고급 초밥집의 절반정도의 가격에 이정도의 고퀄리티를 내는 곳은 아직 본적이 없다. 요리사님도 가까운 지인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손님을 배려해주신다. 이런 기분 좋은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 초밥집이라 그런지 이렇게 포스팅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도 크다.
나이 먹어 할아버지가 되어도 꼬박꼬박 찾아왔으면 싶은 완소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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