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 여행 버킷리스트 홍천 은행나무숲
방태산 이단폭포에서 가을 조각을 붙들던 나는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가득한 숲, 1년 중 오직 10월 한 달만 문을 여는 시크릿 가을 명소, 노랑노랑을 찾으러 홍천 은행나무 숲으로 향했다.
지난 이야기
2018/10/15 - [His Story/Korea] - 가을 단풍 여행 버킷리스트 방태산 이단폭포
방태산 이단폭포에서 홍천 은행나무 숲 까지 직선거리는 11km 정도로 멀지 않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56번 국도를 따라 가면 그 거리는 50km가 넘고 그 시간은 한 시간이 훌쩍 넘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는 길 주변으로 온통 알록달록한 단풍이 들어 심심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르니 왕복2차선 도로 양 옆으로 길게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입구와 가까운 곳에 빈자리가 있길 기대하며 입구쪽으로 계속 들어갔지만 결국 입구를 지나처 한참을 더 가서 주차할 자리를 찾았다. 사실 주정차 금지 구역이긴 하지만 워낙 관광객이 많아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입구 쪽에 주차장이 조성되었다고 하지만 수 많은 차량을 전부 소화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입구에서 은행나무 숲까지 가는 길은 시골 산길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단풍나무가 우거지고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핀 곳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덧 은행나무숲에 다다른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로 들어차 있는 홍천 은행나무숲. 가족과 연인들이 너도 나도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실 이 곳은 8년 전 쯤 아는 사람만 찾아 가는 곳이었다. 사진 클럽 및 동호회에 처음 사진이 올라왔고 그 정보에 사람들이 하나 둘 찾기 시작했다. 여러 블로그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몇 년이 지나자 언론에도 나오면서 관광객이 우르르 몰렸다. 그런데도 홍천 은행나무숲의 입장료는 무료다. 개인이 가꾼 은행나무 숲인데 무료라니. 그 주인 인심 한 번 후하다. 나 였다면 어찌 한 번 돈 벌어볼까 하며 입장료 가격이나 생각하고 있었을텐데 말이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만큼 관광객들은 나무에 상처를 주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오거나 하는 등의 비매너 행위는 보이지 말이야 할 것이다.
강한 오후 햇살에 은행나무 잎들이 노랑노랑 빛을 발한다. 햇빛도 노란 은행나무 잎에 반사되어 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온통 노랑빛으로 물들게 된다. 얼굴도 노랗게 뜨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
저 멀리 삼각대에 카메라를 세우고 리모컨으로 셀피를 담아본다. 사실 이 사진의 원본은 얼굴이 노랗게 떠있다. 마치 간이 안좋아 얼굴이 노랗게 된 거 마냥. 그래서 인생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색 보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왔다면 이른 아침에 도착했어야 하고, 이런 곳은 모델이 있어야 풍경이 살아나게 된다. 오후에 도착했고 모델도 없던 나는 셀피 이후 주변 사람들을 구경했다. 은행나무 잎을 움켜쥔 딸이 엄마뒤를 쫓아가는데 밝아야 할 아이의 표정이 이상하게 밝지 않다.
이제 10여개월 지났을 법한 아기를 찍는 아빠의 모습. 아기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을 거란 건, 말 안해도 알 수 있다.
이 곳은 냄새나는 은행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이렇게 돋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은행나무숲 주인은 관광객이 오기 전 은행을 모두 수확해서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정말 깊다. 다만 돋자리를 펴고 노는 건 숲 중앙에선 보기 힘들고 숲 가장자리에서나 볼 수 있다.
사실 난 이 곳을 단풍잎이 물들었을 때 외에도, 잎이 하나 둘 떨어져서 바닥이 온통 노랗게 되었을 때도 찾아오고 싶다. 또한 겨울에 하얀 눈이 내려 갈색은 나무요 흰색은 눈이로다 라고 말하는 그런 풍경도 만나보고 싶다.
나중에 다시 찾아오길 바라며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한 컷 담아본다.
은행나무숲 까지 가는 길은 이렇게 환상적으로 단풍이 물들어 있다. 특히 오후 4시 이후가 되면 햇볕도 보다 부드러워지고 단풍잎으로 떨어지는 빛에 단풍이 더욱 울긋불긋 보인다.
아직 물들지 않은 초록잎들도 남은 싱그러움을 한 껏 뽐내고 있다.
그렇게 가다보면 한 걸음 옮기고 사진 찍고 몇 분을 넘게 바라보게 된다. 밖으로 나가는 길에 만난 최고의 포인트는 단연 위 사진 모습이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볕이 닿는 곳곳마다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 때문에 계속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게 된다.
단풍잎 사이사이로 새어 나오는 빛.
얼굴에 단풍잎 그림자와 새어 나오는 빛이 엇갈리게 걸어갈 때면 반짝반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6년이 지났어도 해마다 이 맘 때면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단풍. 기다리게 해서 미안~
내 년엔 만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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