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 여행 버킷리스트 방태산 이단폭포
유난히 무더웠던 이번 여름이 지나고 지금은 전국 곳곳이 붉고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가을 단풍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여러 후보지 중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여러 단풍 여행지 중 다른 곳에 비해 사람들에 치이지 않고 멋진 단풍구경을 할 수 있는 방태산 이단폭포를 소개하려 한다.
이 이야기는 6년 전 이야기다.
가을 단풍 여행 방태산 이단폭포
가을이 익어가기 시작할 즘, 가을 출사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방태산 이단폭포를 가을 단풍 여행지로 정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알람을 맞춰 놓은 후 잠을 잔다. 새벽운전의 최대 적인 졸음을 날려버리기 위해서다. 10월 초중 순, 쌀쌀한 새벽 공기를 들이키곤 곧바로 깜깜한 새벽길을 달려 방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매표소를 지나 차량이 갈 수 있는 곳까지 계속 달리다보니 목적지 주변에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비탈진 길을 걸어 내려가니 이미 장화신은 진사들이 일렬로 줄을 지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방태산 이단폭포의 포인트라 생각되는 곳은 어김없이 사람들이 서 있었고, 조금 늦게 도착한 나는 멀찍이 떨어져 이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자리가 생기길 기다리며 시원한 폭포 소리와 함께 주변에 어우러진 단풍을 구경해 본다. 폭포 소리 사이사이로 찰칵 찰칵 거리는 셔터음이 경쾌하게 들린다. 그 소리에 맞춰 나도 첫 셔터를 한 번 눌러본다.
20여 분을 기다려봤지만 한 번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쉽게 그 자리를 넘겨주지 않았다. 사람들을 피해 윗쪽에서 몇 컷을 담아봤다. 수량이 너무 많아 넘치지도 않고 적당히 흘러내려 아름다운 방태산 이단폭포를 담아내기 좋은 조건이었다.
가을이 만들어주는 색에 눈을 떼지 못하고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줄기와 함께 담아본다. 밤사이 달려와 지친 눈의 피로가 일순간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장노출로 담아낸 폭포는 부드러운 명주실을 뽑아내는 것 같아 보인다. 폭포의 물줄기를 부드럽게 표현하려면 조리개를 조이고 장노출로 담아내면 된다. 긴 노출을 줄 수 없을 때는 ND 필터를 사용해서 셔속을 길게 가져가면 된다.
깊은 밤 맑은 물에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고 다녀갈 듯한 멋진 곳이다. 다만 온수가 나오지 않으니 선녀가 이 시기에 다녀갈리는 없을 듯 보인다.
그 모습에 매료되어 찍고 또 찍고 반복하게 된다.
울긋불긋한 예쁜 단풍이 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면 맑은 날이 계속 되어 나무가 광합성을 활발하게 할 수 있어야 하고, 영상이면서 일교차가 커야 한다. 그리고 수분 부족을 겪지 않아야 한다. 수분 부족을 겪은 나무는 스트레스를 받아 색이 좋지 못한 단풍이 들거나 단풍으로 들기 전에 낙엽으로 변한다. 양지바른 계곡의 단풍, 남이섬 같은 곳의 단풍이 유독 붉게 보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한참 사진을 찍다보니 햇살이 폭포 골짜기에 들어서면서 단풍 색이 한 껏 더 끌어올려진다.
방태산 이단폭포의 하단에 속하는 폭포다. 일단과 이단의 폭포간의 거리가 제법 되지만 물이 흐르는 방향에서 바라보게 되면 탑이 쌓여있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된다.
바로 이렇게!
날이 점점 밝아오면서 조리개를 조이는 것만으로는 장노출이 되지 않아 몇몇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그 틈에서 담아본 방태산 이단폭포.
물줄기가 너무나 아름답게 흘러내린다. 폭포 주변으로 울긋불긋 물든 단풍들이 폭포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단 폭포 하나만으로도 가을 단풍 여행의 버킷리스트로 손색 없을 정도다.
짧은 노출로 담아내면 힘찬 폭포의 느낌을 표현할 수도 있다. 부드러움보단 강함이 표현되는 모습.
이단 폭포의 실제 모습은 위 사진처럼 힘찬 모습으로도 보인다.
어느 덧 사람들이 많이 떠났다. 이단 폭포를 담아내는 건 해뜨기 전, 후로 나뉠 수 있는데,
이른 새벽에 담아내는 이단 폭포는 ND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폭포 줄기를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다.
반면 해가 뜬 후엔 셔속 확보를 위해서 ND필터를 필수로 사용해야 한다.
보통은 지인들과 함께 출사지를 찾아 기념 사진을 남기는데, 이 날은 조금은 쓸쓸하게 셀피 한 장 남겨본다.
이단 폭포 위로 올라가면 단풍으로 어우러진 계곡이 계속 이어져 있다. 나무로 된 이 다리는 건너가는 사람마다 기념 사진을 남기곤 한다. 어떤 사람들이 지나가고 기념 사진을 남길까 싶어 잠시 기다려보았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모습이 위 사진 속 모습이다. 아이가 부모님의 모습을 담아주는 모습.
나무 다리 주변은 온통 붉은 단풍이 가득하다. 발 아래로는 계곡 물이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가을의 색
바닥에 떨어진 가을의 조각들을 모아 본다.
초록색에서 점점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조각들을 모아볼 수 있다.
예쁘게 모아놓고 차에 올라타서 빛에 비춰보고 있으니 이대로는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든다.
때마침 다이소에서 사두었던 사진 걸이 소품이 있어서 예쁘게 가을 조각을 붙잡아 놓았다.
내 뒤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자신도 사진으로 담고 싶다며 내게 물었다. 혼자 떠난 가을 단풍 여행이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을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그 것, 은행나무.
한 개인이 30년 동안 가꾼 홍천의 은행나무 숲으로 발길을 돌렸다.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외계 비행선의 착륙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외계 비행선의 착륙
2018.10.19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 다양하다. 유명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다 하여 곡선 중심의 완성도 높은 건축물이라는 시선, 한양도성이나 동대문운동장, 흥인지문의 역사성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건축 디자인 이었다는 시선, 건물의 용도를 생각하지 않고 우선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어진 전시행정에 대한 문제, 5000억 이라는 공공자금을 들인 건축물이 공공성을 포기하고 과도한 수익 사업으로 재정자립에 성공했다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시선 등, 해방 이후 최악의 건축물이라 하기도 하고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 시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건축물은 자연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다는 게 내가 보는 우리나라 건축물인데, 이런 비정형 건축물을 보면 첫인상은 참으… -
가을 단풍 여행 버킷리스트 홍천 은행나무숲
가을 단풍 여행 버킷리스트 홍천 은행나무숲
2018.10.18방태산 이단폭포에서 가을 조각을 붙들던 나는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가득한 숲, 1년 중 오직 10월 한 달만 문을 여는 시크릿 가을 명소, 노랑노랑을 찾으러 홍천 은행나무 숲으로 향했다. 지난 이야기2018/10/15 - [His Story/Korea] - 가을 단풍 여행 버킷리스트 방태산 이단폭포 방태산 이단폭포에서 홍천 은행나무 숲 까지 직선거리는 11km 정도로 멀지 않다. 하지만 구불구불한 56번 국도를 따라 가면 그 거리는 50km가 넘고 그 시간은 한 시간이 훌쩍 넘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는 길 주변으로 온통 알록달록한 단풍이 들어 심심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르니 왕복2차선 도로 양 옆으로 길게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다. 입구와 가까운 곳에 … -
서울 하늘에 쏘아올린 불꽃, 사진으로 기억되다 - 서울세계불꽃축제 2018
서울 하늘에 쏘아올린 불꽃, 사진으로 기억되다 - 서울세계불꽃축제 2018
2018.10.082000년 부터 18년간 꾸준히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올해는 태풍 콩레이(KONG-REY)에 의해 취소될 뻔 했지만 다행히 태풍이 우리나라를 빠르게 통과하면서 불꽃축제 행사엔 영향이 없게 되었다. 불꽃축제가 진행되는 당일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 이촌 한강공원 일대는 콩나물 시루처럼 그 일대가 인파로 빽빽하게 뒤덮힌다. 아이를 데려가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은 굴뚝같지만 차가운 강바람, 혼잡한 교통, 자리 맡기, 오랜 대기시간을 감당할 수 없어 최근 몇년은 그냥 지나치게 되었다. 그렇게 올해도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그려지는 불꽃축제의 모습이 있었다. 그 모습이라 하면 프레임 상단에는 불꽃이 터지고, 그 불꽃 빛에 의해 하단에 수 많은 사람들이 실루엣으로 처리되는 모습이다… -
송도 트라이볼 일루미네이션(Songdo Tribowl Illumination)
송도 트라이볼 일루미네이션(Songdo Tribowl Illumination)
2018.09.10예전 내 삶의 잉여 시간 대부분은 사진을 찍는데 소비했다. 특히 가을로 접어드는 이 맘 때면 팔도강산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지금은 아이들과 놀아주고 씻기고 재우는 일을 하고난 후에 거실 바닥에 절전모드 상태로 널부러져 있거나 유튜브를 보던가 한다. 가끔 체력이 남을 때면 나의 로망인 피아노 치는 남자가 되보고 싶어 88건반 연습을 하곤 한다. 그래도 늘 마음 한 구석은 사진에 대한 열정이 꿈틀 거린다. 그래서 그 열정을 담아 출퇴근길에 조금씩 담아내려 시작한 장기 프로젝트, 송도 신도시의 모습을 하이퍼랩스(hyperlapse)로 담아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첫 날 이었다. 때마침 송도 트라이볼에서 일루미네이션 쇼의 리허설이 있었다. 21시부터 진행한 본 쇼를 구경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리허…
댓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