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함께한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 라프디, 크루디 첫 차 이야기
2009년 9월 10일 부터 2019년 12월 12일 까지 함께한 나의 첫 차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09년 9월 초, 사회생활 초년생인 나는 첫 차를 구매할 계획을 세웠다.
그 당시에 소형차 보다는 준중형은 타야지 라는 생각에 세 가지 차종을 후보에 올렸는데 그 후보는 라세티 프리미어프로 디젤(라프디), 아반떼 HD, 포르테 였다.
처음엔 라프디가 후보에 있지는 않았다. 아는 선배가 꽤 잘 나온 차 라며 한 번 알아보라는 소리에 여러 커뮤니티를 뒤져보았던 기억이 난다. 라프디 vs 토스카 영상이었던가? 준중형이지만 토스카 2.5? 정도 되던 차량을 이기던 영상에 첫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매장에 방문했던 첫 인상도 기억이 난다.
포르테는 그냥 그냥 무난했던 기억이 있고, 아반떼는 얇은 문짝과 깡통 같은 느낌이 지배적 이어서 넌 꼴찌! 라고 속으로 외쳤다. 반면 라프디는 두툼한 문짝에서 오는 안전에 대한 신뢰감이 먼저 다가왔었다. 강판 또한 현대제철 강판을 사용한 포르테와 아반떼 보다 급이 높은 포스코 초장력 강판을 사용한 라프디가 더 안전할 거란 믿음을 주었다. 지금이야 포스코에서 현대제철로 많은 사람들이 이직하면서 기술이 넘어가게 되고 현대제철에서 초장력 강판을 찍어내고 있지만 그 때만 해도 현대제철은 초장력 강판을 찍어낼 능력이 안되었다.
이런 저런 정보를 더하게 되면서 라프디에 99.9% 마음을 빼앗긴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2000cc의 세금은 디젤 엔진과 수동에서 오는 연비로 타협하며 라프디를 선택하게 되었다.
마음은 최고 트림인 CDX 고급형을 원했지만 언제나 가성비를 따져왔던 나는 SX 일반형을 선택했다.
2009. 9. 10
나의 첫차 라프디를 인수하던 날. 회사 숙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이렇게 번쩍이는 차가 정말 내 차가 맞나 싶어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뭔가 남성적이고 튼튼해 보이기 까지해서 잘 산 것 같은 뿌듯함에 오랫동안 바라봤던 것 같다.
이때가 승용차 수동이 나오는 끝물 즘 이었는데 집안에 운전하는 사람 모두가 수동 차량을 몰기도 했고 자동 변속기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았던 부분도 한 몫 해서 수동 차량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내가 수동 운전을 잘 해서 구입한 것도 아니었다. 차와 내가 한몸이 되어 오토차와 같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밤이 되면 차를 몰고 부산 시내를 누비며 변속 연습을 했다. 그 때 마다 차를 보며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GM대우 마크의 돼지코 모습이었다. 쉐보레 브랜드 도입의 과도기 였던 시절이라 전면 그릴과 레터링 등을 드레스업 하게 되었다.
쉐보레 마크 드레스업은 영맨 서비스로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 이지만 영맨이 구형 마크를 장착했다. 이 당시 구형과 신형의 차이를 몰라 구형을 보고도 돼지코가 아닌 게 어디냐며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무지함에 의해 영맨의 장난질에 난 그저 놀아날 수 밖에 없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하듯 돼지코 아닌 것만으로 괜찮아 라고 다독인 후 단순 드레스업만 적용하고 모든 것은 순정 상태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첫 차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사계절 내내 1~2주 마다 손세차를 기본으로 했다. 깨알 같이 작은 타르 한 조각도 꼼꼼하게 닦아내고, 염화칼슘이 묻게 되면 곧바로 물로 세차하는 등 내외관 관리를 꼼꼼히 했다.
라프디의 가장 멋진 모습이라 생각되는 얼짱 각도
계기판 색상도 알록달록한 게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촌스럽지 않았다.
센터페시아 부분도 너무 많지 않고 적당한 버튼에 조잡하지 않아 좋았지만 수납 공간이 부족한 건 조금 아쉬웠다.
차가 참 튼튼해 보였다. 당시 몇몇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돌았는데 영상들 모두 차량의 튼튼함을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폐차장에서 A필러와 C필러가 쉽게 구겨지지 않았던 영상이 있었고, 해외에서 컨테이너 차량이 옆으로 전복되면서 차선 옆의 라프디를 덮쳤는데 운전자가 손쉽게 운전석을 열고 나오던 영상이 있었다. 그 때부터 쉐보레는 볼보 만큼은 아니지만 튼튼하고 안전한 차 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쉐보레에서는 말리부의 첫 광고가 차량 위로 컨테이너를 여섯갠가 쌓아 올렸었으니 말이다.
엔진 출력도 악셀에 발만 살짝 얹어놓고 다녀도 될만큼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차의 최고라 뽑을 수 있는 건 바로 핸들링. 여러 차량 전문 기자들이 이 차의 최고 장점을 뽑으라 하면 바로 핸들링을 뽑았다. 그 다음으로 뽑은 장점은 현기차를 많이 타오던 사람에겐 익숙치 않은 딱딱한 서스펜션인데 코너링, 고속 주행 안정성이 좋고 장거리 주행시 피로감을 줄여주는 장점이 서스펜션에 있었다. 육십령 터널에서 계기판 끝에 바늘을 닿게 달린 적이 있는데 바람을 가르던 소리와 노면 소리만 내며 안정적으로 터널을 지나는 모습에 내 차에 대한 만족감이 가득했었다.
스티어링 휠도 너무 크지 않아 조작이 참 편했다. 비상등 위치는 처음에 좀 쌩뚱맞다 싶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금새 익숙해지게 되었다.
차에 대한 정이 많았는지 밤사이 눈을 맞아 꽁꽁 얼어붙은 차에 연민을 느끼고 사진도 찍게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동을 걸게 되면 밤새 자길 추위에 떨게 놔뒀냐며 카랑카랑한 엔진음과 1000 rpm(평소 800 rpm) 의 카랑카랑한 엔진음을 들려준다.
부산 영도 절영로 해안 산책길에 갔을 때 인데, 나란히 서있는 차 중에 내차가 최고! 라는 생각에 또 다시 사진으로 담게 되었다.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의 다락논(다랑논) 사진을 찍고 내려오다가 찍은 사진
녹음도 가득하고 편안한 느낌의 장소여서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다.
지금 보니 난 내 차를 참 좋아했다.
거제도와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완공되고 유료화되기 전 많이 찾아갔던 곳이다. 네비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아 바다에 둥둥 떠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노파인더 샷으로 찍은 사진 중 하나
100km/h 속도에 1500rpm이 인상적이다.
차량 계기판 누적 km가 1만, 2만, 3만 처럼 만단위로 떨어질 때나 숫자가 모두 똑같아 지는 시점이 되면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사진으로 담아두곤 했다. 그런데 다른 사진은 어디갔는지 찾을 수 없고 20,000km에서 찍은 사진 한 장만 찾을 수 있었다.
주말마다 출사를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고 다녔는데, 포천 비둘기낭 폭포에 다녀온 날이었다. 예상치 못한 정비가 덜 된 땅 때문에 황토흙이 덕지덕지 묻었던 날. 내 신발에 묻은 흙은 수십장의 물티슈로 닦아낸 후에 차에 탔던 기억이 있다. 내 차는 소중하니까~
처음으로 자동차 정기점검을 받던 때였던 것 같다. 무슨 검사가 이루어지는지 궁금해 내 차가 지나갈 때 이런 저런 모습을 담아본 사진
헤드라이트의 각도부터 타이어, 브레이크, 엔진까지 차량이 정상적인지 체크하는 과정이다.
왜애앵~ 소리를 내며 달리는 모습도 신기하다 축 정렬이 잘 되어있는지 검검하는 부분. 평소 얼라이먼트와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면 이부분은 무사 통과
배기 가스 검사 과정인데, 첫 시도시 배기가스가 검출되지 않아 두 번의 검사 과정이 있었다. 유로5 부터 였던가? DPF가 의무적으로 장착되어야 하는 게.. DPF가 장착되어 있어서 그런건지.. 폭스바겐 처럼 배출가스가 조작되어 그런 건지.. 배기가스가 얼마 나오지 않아 검사원이 당황했었다.
한 달 전에 했던 자동차 검사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통과된 모든 게 양호한 차 였다.
그렇게 내 차는 만 10년을 넘게 타게 되었고, 정확한 일 수로 하면 3746일을 함께했다. 어쩔 수 없이 카니발로 차량을 바꿔야 해서 중고로 팔게 되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폐차할 때까지 함께 하려고 했다.
엔진 오일도 제 때 갈아주고, 여기저기 꼼꼼히 관리한 차량이라 20년 까지도 출퇴근용으로 충분히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카니발을 한 대 더 구입하다보니 3대의 차량을 유지할 수 없어 떠나보내 게 되었다.
최근에 핸들 클락션 부분 교체로 인해 라프디가 아닌 진정한 크루디 같아 보여서 참 좋아했는데, 아쉬움이 가득하다.
웃고있지만 좋아서 웃는 웃음은 아니다. 좋은 모습으로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랄까?
카니발 신차가 빨리 출고되는 바람에 주유해놓은 기름도 1/4 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최종 182,908km를 함께한 차량
핸들을 잡고 그간의 추억을 회상해 본다.
이젠 찾아보기 힘들 수동 기어
뒷좌석엔 사람이 거의 타지 않아 거의 새것 같은 느낌인데
다행히 한 번도 동작하지 않은 에어백. 무사고로 잘 다녀줘서 고맙다.
키는 아직도 GM대우 돼지코
아마도 라프디를 폐차할 때 까지 타고 자동차의 무덤까지 보냈더라면 눈물이 찔끔났을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너무나 아쉽지만 앞으로 10년 넘게 어딘가에서 잘 달려주길 바라본다.
그동안 고마웠어~ 라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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