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읍천항 일출 주상절리해변 몽돌해변
11년 전 이 맘 때, 찬바람이 따귀를 연신 갈겨댈 때,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여행을 떠나보기로 한다.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하고 있는 읍천항.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파도가 좋고 몽돌과 주상절리가 있어서 일출 출사지로 꼽히는 곳 가운데 한 곳이다. 이른 새벽, 아는 형님을 깨워 가까운 읍천항에 사진찍으러 가자고 조른 후 바로 출발. 이 때만 해도 부산에서 거주하고 있을 때 였기 때문에 새벽에 차를 몰고 가면 금새 닿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읍천항 포구의 새벽 모습은 상당히 고즈넉한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 조업을 위해 분주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어둑어둑한 곳에서 그보다 더 짙은 시커먼 누군가가 하루를 분주하게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이 조금 더 밝아지자 배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새벽이면 조업을 마친 배들이 읍천항으로 들어올 거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바다로 나가는 배가 더 많았다.
읍천항에서 아직 출발하지 못한 배 한 척이 출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포터에 기름통이 있는 걸 보니 아마도 배에 주유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모든 준비가 끝날 즈음
고오급 검정 세단이 그 옆에 서더니 아저씨 한 분이 내려 배에 올라탔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꼽고 출항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몇 마디 던지는 걸 보니 이 지역의 유지거나 어촌계 매니저 쯤 되지 않을까? 어촌에 은근 갑부가 많은데 그런 아저씨들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어느 덧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바람결 대로 휘어진 구름의 모습에 마치 목성의 표면을 보는 것 같다. 이상 기상 현상에 의해 구름의 휘어짐이 목성의 대적점 같은 모습이 연출되었더라면 그 해 기상사진 공모전에 출품이라도 했을 것이다. 어찌되었 건 완전 환상에 사로 잡혀 있었을 만큼 멋진 여명이었다.
읍천항 방파제의 모습은 읍천 포구를 두 팔로 보호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자연적인 바위 방파제도 있어서 파도가 높은 날에도 포구는 상당히 잔잔할 것 같다. 두 개의 등대가 보이는데 일찍 도착했음에도 등대에 불이 켜져있지 않았던 것은 꽤 아쉬운 모습이다.
기념 사진 찰칵! 이 때만 해도 무선 릴리즈가 없어서 풍경과 함께 담는 셀카의 모습은 대부분은 저런 프레임이었다.
읍천항 주변은 마치 공원의 느낌으로 갖춰져 있어서 한낮에 나들이겸 다녀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읍천의 또 다른 풍경,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읍천항을 뒤로 하고 몽돌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읍천항에 주차된 차를 타고 도로를 따라 이동해도 되지만 몽돌 해안에서 특별히 담고 싶었던 사진이 있어서 해안을 따라 이동했다.
몽돌 해변길을 걸으면 몽돌을 밟는 소리, 파도가 몽돌 사이사이를 지나가며 물이 들어왔다가 빠지면서 내는 매력적인 소리에 빠져들게 된다. 자리를 잡고 파도가 밀려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셔터를 길게 눌러 담았다. 현실은 파도지만 사진에서는 바다 안개가 밀려들어오는 느낌이다. 파도마다 힘이 조금씩 다른데 조금 더 거센 파도가 밀려 들어오면 그 느낌은 좀 더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바로 이렇게!
저 멀리서부터 내 발끝까지 길게 밀려오는 파도의 흐름. 파도를 기다리다보면 어느 순간 깊게 빠졌다가 발끝까지 밀려들어올 때가 있다. 그 때가 이런 장노출 사진에 특별함을 더 안겨준다.
출사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마음에 든 사진을 담았음에도 더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계속 더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기 위해 시도하는 것. 한참을 기다려봤지만 더 이상 큰 파도는 밀려오지 않았다.
장노출로 보는 또 다른 모습. 바위에 삐죽삐죽 올라온 작은 돌들 사이로 파도가 밀려오면 파도의 세기를 가늠하고 장노출로 담아낸다. 그러면 바위의 모습은 산의 모습으로 보이고 파도의 흐름은 운해로 보인다.
저 멀리 등대에서 부터 몽돌해변을 걸어 오면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에 다다른다. 파도가 세찬 날에는 파도가 바위나 등대 방파제에 부딪치는 모습이 장관인 곳이다. 장노출로 담아내면 새하얗게 부서진 파도가 한 올 한 올 풀린 실타래의 실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곳이 주상절리의 모습인데 파도가 너무 잔잔하고 하늘도 갑자기 구름으로 뒤덮히고, 이 때 당시에는 ND 필터도 모르던 초짜의 시기라 멋있게 담아내지 못했다. 지금 가면 멋진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자신감은 있다. 특히 짙은 구름이 낀 흐린 날(대비가 약한 날) + 파도가 세차게 치는 날 찾아가면 촬영이 용이할 듯 싶다.
주상절리 부근에는 동해안을 지키는 초소 교대 군인들을 보게 되는데 가볍게 수고한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용한 포구의 아침을 보여주는 읍천항은 찾아가보기에 괜찮은 곳이라 생각이 든다. 항구, 등대, 몽돌해변, 주상절리, 공원. 근처엔 벽화마을도 있다고 들었으니 한 번 방문으로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주차는 읍천항 내부에 주차 공간이 있으니 항구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면 된다. 10년이 넘은 이야기 라서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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