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0 - 제6회 부산세계불꽃축제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각종 축제가 취소되었지만 해마다 10월 이면 각 도시에서 불꽃 축제를 한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서는 세계불꽃축제 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축제를 하고 있으며 인파에 한 번 치이면 동행인을 잃을 정도의 수 많은 인파가 몰린다. 지금은 간이 기지국을 세워 휴대폰 이용이 가능하지만 10년 전 만 해도 사람이 많이 몰리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동행인을 잃기도 했다.
부산에서 불꽃 축제를 구경할 수 있는 포인트는 상당히 많은데, 그 중 성불사 윗쪽 너덜지대에서 불꽃축제를 즐겼던 그 날을 추억해보려 한다.
2010년 10월에 다녀왔던 제6회 부산세계불꽃축제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본다.
응답하라 2010 - 제6회 부산세계불꽃축제
벌써 6회 째를 맞는 부산세계불꽃축제
다른 해와 다르게 이번에는 초대가수의 공연, 다른 나라의 불꽃축제, 우리나라의 불꽃축제로 사흘동안 축제가 이어졌다. 이 중에 내가 찾은 날은 셋째 날이었다. 오비형과 그 지인, 이렇게 해서 불꽃놀이 구경을 갔다.
출발 전, 고민을 상당히 많이 했다. 구경도 구경이지만 사진을 예쁘게 담아내는 게 주 목적이었기 때문에 어느 포인트를 목지점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성불사 너덜지대.
작년에 다녀갔을 때, 정상에 비해 그리 높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고, 시야확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불꽃 사진은 정면에서 찍어야 모양도 예뻐보이기 때문에 황령산, 금련산 포인트를 생각했지만 그 곳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자리잡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서 무난한 포인트로 결정했다.
지난 밤새 남자 셋이서 사진에 관해 수다를 떠느라 살짝 피곤한 몸이어서 바위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잠시 후엔 잠도 잤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 위험한 행동이지 않았나 싶다. 자다가 몸을 옆으로 살짝만 휙~ 돌리면 바위 아래로 떨어질테니 말이다. 여튼 누워있는 것으로 몸이 일단 편해진다. 이 곳에 이렇게 일찍 진을 치고 있던 이유는 조금만 늦어져도 촬영하기 위한 좋은 위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삼각대를 세울 수 있는 바위, 앉을 수 있는 바위 곳곳마다 사람들로 가득차기 때문이다.
이 날 날씨는 그리 좋지 않았다. 좋은 날씨를 기대했던 이유는 일몰 촬영까지 욕심을 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헤이즈가 조금 있긴 했지만 시정거리가 아주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기예보 상으론 비 예보가 있었는데 비가 오지 않은 것 만으로도 정말 다행 중 다행이다. 바지선의 위치로 불꽃의 위치를 가늠해봤지만 시시각각 위치가 변경되었다.
오비형 기념사진 찍어주기. 무선 동조로 얼굴에 빛이 빵빵하게 들어가게 했지만 워낙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니고 있어서.. 더 이상은.. 흑.. 흑(黑)..
불꽃축제 시작 까지는 무려 5시간 정도가 남았던 시각, 바위 위에서 쿨쿨 잘자는 나. 코로 먼지라도 들어갈 까 싶어 등산복 모자를 떼어다 얼굴을 가리고 잤다. 배경에 나 말고도 몇몇 촬영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약 2시 즘 부터 하나 둘 오더니, 3~4시가 되고나서 부터는 개인 및 동호회 사람들이 급속도로 나타났다. 사진속에 보이는 바위 하나 하나에 사람 한 명 한 명 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6시 즘,
이 시간이 되기 전 까지 주변에 자리잡은 아저씨 한 분과 유쾌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말재주가 어찌나 뛰어난지 하는 말마다 빵빵 터진다. 가장 기억에 남던 대화 주제는 "술". 우리 나라는 정이 많아서 그런지 술잔을 부딪치면 무조건 다 마셔야 한다. 조금이라도 남기면 역적이 된다. 그런 나라 세상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 첨잔 문화가 없는 나라 라며 이런 주제의 얘기를 어찌나 재밌고 맛깔나게 하는지. 돈주고 배워보고 싶을 정도로 말솜씨가 대단했다. 사진을 좋아하시던 분이라 언젠가 다른 곳에서 만날 꺼라고, 그 때 다시 인사하고 얘기하자며 마무리 했다. 같이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둘 걸 그랬네.. 싶은 생각은 나중에서야 생각났다. 그래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난다면 그 입담을 듣는 순간 그 아저씨! 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어느 덧 주변은 어두워지고 광안대교에 불이 들어왔다. 간간히 예비 폭죽이 한 두 발씩 올라왔는데, 불꽃의 빛과 소리가 도달하는 시간 차이가 무려 7초 정도 차이나고 있었다.
번쩍! 1, 2, 3, 4, 5, 6, 7, 펑!
다리 위의 조명이 조금 더 화려해졌다.
사진 촬영의 입장에서 보면 불꽃 축제의 시작 시간이 늘 아쉽다. 대부분의 불꽃축제는 이렇게 하늘이 어두 컴컴해진 후에야 시작하기 때문에 하늘에 색을 입힐 수가 없다. 아주 조금만 빨리 시작하면 육안으로는 검정 하늘이지만 사진으로는 조금 푸른끼가 도는 모습으로 담아낼 수 있을텐데 말이다.
광안대교의 불이 꺼졌다. 불꽃놀이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사실, 이 날 강풍으로 인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불꽃축제 진행이 어려웠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꽃축제를 진행했다고 하니, 이 걸 두고 잘했다고 해야 하나, 못했다고 해야 하나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잠시 후, 첫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폭포수 같은 불꽃을 끝으로 50분 간 진행된 불꽃축제가 끝났다. 너무나 화려하고 멋진 쇼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50분 동안 진행된 불꽃축제 치고 사진 장 수가 많이 부족하다. 왜 그랬을까?
1. 보기에는 정말 화려했지만 빛이 너무 강한 불꽃이 많았기 때문이다.
2. 적정 불빛이었지만 폭발 타이밍을 놓쳤다.
3. 광안리 해변가 사람들이 보기에 적합한 낮은 불꽃이 많았다.
위 상황들로 인해 10분 간 단 한 장도 찍지 않고 불꽃만 구경하던 시간도 있었다.
아래는 그 예를 든 사진들인데, 사진을 찍자마자 이건 아니다 싶어 셔터를 바로 닫았다. 조리개와 감도를 조절하기에는 빛의 강도가 너무 들쭉 날쭉 해서 하나를 담으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불꽃에 조리개와 감도를 맞추면 도심이 너무 어두워지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은 촬영이 된다.
불꽃놀이 사진 촬영 셋팅
경험상 불꽃 사진은 대략 이런 셋팅에서 찍어야 잘 나온다고 본다.
ISO 100, 조리개 11~13, 셔터 속도는 벌브로 자기가 직접 조절
. 모든 불꽃을 다 담아내려 애쓸 필요는 없다. 타이밍에 맞춰 예쁜 불꽃만 담으면 된다.
. 검은색 종이나 천을 이용해서 불필요한 불꽃은 렌즈 앞을 가려 빛을 차단시킨다.
. 불꽃이 터지기 전, 하늘로 솟는 긴 꼬리가 먼저 보이는데 이 타이밍을 잘 측정해서 가려뒀던 종이나 천을 치워 불꽃을 담는다.
. 불꽃이 터지고 나면 다시 종이나 천으로 빛을 가려 불꽃이 지저분해지지 않도록 한다.
. 배경의 노출은 불꽃이 터지지 않는 시점에 빛을 확보해 도심 빛을 담아낸다.
. 불꽃은 같은 모양의 불꽃이 연속해서 반복되므로 첫 불꽃을 놓쳤다고 아쉬워 할 필요 없이 이어지는 다음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사실 말은 쉽다. 그리고 찍어보면 생각만큼 잘 담아내기 쉽지 않다. 다만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조금씩 촬영해보면서 자신만의 경험을 쌓는 게 예쁜 사진을 건지는 길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불꽃축제 사진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뉴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올해도 변함없이 잃어버린 시민의식 이야기. 광안리 해수욕장은 광안리 쓰레기장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2020년 지금은 시민의식이 한층 성숙해졌지만..
그 땐 그랬다. 자기 집에 버리기 싫어서 우리 나라에 쓰레기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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