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 가을과 겨울 사이
이른 아침, 평소보다 몇 십분 일찍 일어난 막내가 찡찡찡 거린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배가 고픈가 보다. 우유 한 컵을 데워주고 다시 누워서 잘까 하다가 창밖을 내다봤다.
거대한 대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와 서해 전 지역을 감싸면서 날은 추워지고 하늘은 맑아졌다. 창밖의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동쪽 하늘은 붉은 여명으로 물들어 있었다. 인천 송도 내에서 출근을 하다보니 일찍 일어날 일이 별로 없었는데 뜻밖에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되었다.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 사이의 모습을 보며 사진 한 장을 남겨본다. 달에 이어서 밤 하늘에 두 번째로 밝은 천체인 샛별 금성이 하늘 한 쪽 구석에 밝게 빛나고 있다.
가장 어두운 시간은 바로 해뜨기 직전
여기서 해가 사진 속 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 속 모습에서도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 같은 느낌이다. 해가 뜰 때 즘이면 도심의 가로등 불빛도 꺼지고 건물의 불빛도 햇빛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두워 진다.
저 멀리 배곧신도시 아파트 단지 쪽에서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창문을 열고 가만히 해를 바라봤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해를 직접 바라볼 수 있는 일출이나 일몰 시 해를 쳐다보고 있으면 해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니 지구가 생각보다 빠르게 자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가을과 겨울 사이 쯤 되는 바람이 쑥쑥 밀려들고 발가락이 시렵긴 했지만 한동안 그렇게 일출을 바라봤다.
해가 뜨고나니 6공구와 8공구 아파트 건물에 볕이 들기 시작했다. 물안개가 피었다면 좀 더 드라마틱한 풍경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단지앞 공터 G5 블록에 주상복합이 올라서면 이 시야도 많이 가려질 텐데 그 전에 멋진 모습을 구경했으면 싶다.
여기서 부터는 호야 프로 Graduated ND10 필터가 적용된 사진
10분 일찍 출근길에 나섰으니 아트센터 인천에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항상 이 곳에 오면 담게 되는 사진인데 아트센터 건물 도색이 점점 옅어지는 모습이다. 처음 완공 되었을 때 즘과 비교하면 지금은 많이 물빠진 색이 됐다.
왼쪽 붉게 물든 단풍과 오른쪽 사시사철 초록빛을 띄는 소나무가 함께 하는 길. 관리인 아저씨들이 매일매일 빗자루로 낙엽을 쓸어담다 보니 바닥에는 단풍잎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늦가을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다.
천정의 줄 하나하나가 피아노의 현의 모습이 떠오르고 피아노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라서 올 때 마다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사진 속 건물 앞 광장에 있는 나무들이 아직 낙엽이 채 떨어지기도 전인데 모두 가지치기를 당했다. 가지치기는 일반적으로 수목의 휴면기를 이용해서 실시하고 계절에 따라 몇몇 수종은 가을 전정 시기를 갖는다. 내 지식에 의하면 이 곳의 나무들은 적기가 아닌 시기에 가지치기가 된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수목의 수세도 약화된다고 알고 있는데, 올 겨울 나무들이 잘 버텨줄지 모르겠다.
건물의 색도 바래고 수목도 다 잘려나갔다. 송도에서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될 거라 기대하는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별로 반갑지 않다.
꼭 지금 가지치기를 해야만 속이 후련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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