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노을이 더 예쁜 이유
장마철이라곤 하지만 기후 변화 때문인지 흔히 알고 있는 장마가 아닌 스콜성 폭우가 내리는 요즘이다.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 구름이 피어 있다가도 어느 순간에 시커먼 구름이 밀려들어와 밤 같은 날씨를 만들고 폭우를 쏟아낸다. 그리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이 떠다니는 모습을 본다. 대기는 미세먼지 없이 깨끗하지만 폭우가 만들어낸 수증기로 가득하다. 지형과 계절의 특성상 고기압과 저기압의 경계에 놓이다 보니 구름도 많다. 이런 특성들이 모여 장마철 노을이 여느 때 노을보다 더 예쁜 모습을 보인다.
왜 그럴까?
하늘이 붉게 타오르는 듯한 멋진 노을이 연출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서쪽 하늘에 구름이 적거나 없어서 빛이 대기를 통과해 확산된 빛이 머리 윗쪽의 구름에 닿아야 한다.
서쪽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면 태양빛이 구름에 가려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고 자신의 머리 윗쪽 구름의 아랫부분을 비출 수 없게 된다. 간혹 머리 위에 상층운이 있는 경우 대기를 통과한 빛이 구름에 닿긴 하지만 이 경우는 여름보다 가을에 종종 볼 수 있다.
둘째, 대기의 미세먼지가 적고 수증기가 많아야 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경우에도 빛이 붉어지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는 빛이 채도를 잃은 듯한 붉은 노을을 보게 된다. 대기에 미세먼지가 아닌 수증기가 가득하면 빛이 채도를 잃지 않은 채 확산되어 아주 붉은 노을을 볼 수 있게 된다.
스콜성 소나기가 지나가고 대기가 깨끗해진 오늘. 서쪽 하늘이 열려있고 머리 위엔 구름이 가득한 걸 보고 확신했다. 오늘 일몰은 환상적일 것이라고. 역시나 예상처럼 하늘은 붉은 노을을 보여줬다. 이런 날씨에 예전 같으면 카메라를 메고 일찍 나가서 한참을 사진찍다가 늦게나 들어왔겠지만 주방 창문을 통해 이 모습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속으로는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다를 수십번도 더 외쳤지만 그 외침보더 더 큰 밥 달라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 컸기 때문이다.
주황빛에서 자주빛으로 변해가는 노을을 틈틈히 보다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사진 한 장을 남겼다.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아트센터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일몰을 감상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사이뷰로 보이는 한 조각만 남기게 되어 아쉽지만 제주도 아래에 태풍이 있어서 내일도 비슷한 하늘이 연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태풍이 올 때도 불타는 노을을 기대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아래 포스팅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https://fillin.tistory.com/306
노을이 아름다운 정서진 - 태풍이 올 땐 하늘을 보자
2018년 제 7호 태풍 쁘라삐룬(PRAPIROON :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비의 신을 의미)이 7월초 대한해협을 지나갔다. 풍경 사진을 좀 찍어본 사람이라면 태풍이 올 땐 하늘을 봐야 한다는 건 기본 상
fillin.tistory.com
조금 전, 구름을 붉게 물들인 빛은 사라졌지만 서해 바다에 가득한 수증기 때문에 대기 확산이 이루어지면서 먼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구름이 조금 적게 있었다면 붉은색에서 푸른색까지 그라데이션 되는 하늘을 담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남아 있게 된다. 해가 졌다고 해서 노을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천대교에 조명이 들어오고 6공구/8공구 아파트에 불빛이 들어오면서 화려한 매직아워를 한층 더 돗보이게 한다. 해가 넘어간 후, 매직아워가 보통 30분 정도로 짧긴 하지만 강렬함 대신 짙고 은은한 여운을 남겨주기 때문에 그 시간을 즐겨보는 것도 꽤나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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