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센트럴파크의 봄을 알리는 꽃 매화, 산수유, 개나리
가족 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 일찍 맞춰놓은 알람에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토요일 아침을 맞았다. 늦잠을 잘 법도 한 토요일 아침인데 이렇게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는 센트럴파크에 피고있는 꽃, 매화와 산수유를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 였다. 가족들이 모두 일어나고 다 함께 다녀올 수도 있지만 오롯이 사진 촬영에 집중 하기에는 챙겨야 할 아이들이 많아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시간을 내 시간으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송도의 겨울은 정말로 춥다. 기온도 기온이지만 송베리아 라는 이름에 걸맞게 칼 같은 바닷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온다. 그래서 봄이 찾아올 무렵에 피어나는 꽃을 보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송베리아의 겨울이 끝나는 것을 알리기 때문이다.

봄을 알리는 꽃 중 내가 가장 먼저 찾는 꽃은 바로 매화다. 특히 고목에 피어난 매화를 볼 때면 마음의 자세부터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비록 송도신도시에 고목인 매화나무를 본 적은 없지만 매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청아하고 향기로운 매화향이 그윽하게 다가오면서 뭔가 마음이 열리는 느낌을 받는다. 매화향에 취하고 기분을 느끼고 나면 이제 꽃 하나하나의 색채와 나무의 모양을 꼼꼼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게 내가 매화를 즐기는 방법이다.
벚꽃은 이미 서양 여러 나라에도 피어 있어서 벚꽃을 보고는 동양적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지만 매화를 보면 동양적 이미지를 많이 받게 된다. 특히나 매난국죽의 사군자 라던가 오래전 선조들이 그려온 매화도를 보고 느낀 탓인지 모르겠는데 여튼 나에게 있어서 매화는 동양의 이미지가 있다.

송도신도시에 식재된 매화나무들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목에서 풍겨오는 깊음은 없다. 하지만 청아한 향기로움 만큼은 어느 하나 못지않게 뿜어내고 있다. 이제 막 개화한 꽃잎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향기못지 않게 꽃잎이 마치 잘 다려진 하얀 비단 치맛자락을 두른 것 같은 모습도 보인다.

그렇게 예쁘게 피어난 매화를 보던 중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머리에서 뒷통수로 넘어가는 털의 모양이나 색을 보니 영락없이 직박구리다. 직박구리는 매화 사이사이를 헤집어가며 모든 꽃 하나하나의 꿀을 따먹었다. 물론 나를 의식했는지 어느정도 안전 거리를 두고 다녔다.


새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평소 못보던 장면을 볼 때면 장망원 렌즈를 끼워 새를 큼지막하게 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오랜 블로거 생활 때문인지 기록하고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 하면 매화의 청순함도 있지만 봄을 알리는 노란 꽃 산수유도 있다. 구례 산수유 마을에 가면 우리나라 최대 산수유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마을 전체가 산수유로 뒤덮여있고 개울가도 산수유가 심어져 있어 봄이 되면 산수유 마을은 온통 노란빛으로 가득하다. 그 곳만큼 산수유가 가득가득 피어있는 건 아니지만 산수유를 보면 봄이 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수유와 비슷한 시기에 피면서 생김새 까지 비슷한 꽃을 가진 생강나무 라는 게 있다. 생강나무는 잎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원 주변에 식재된 나무들은 거의 산수유 일 테지만 산수유와 생강나무를 쉽게 비교하는 방법은 나무 껍질을 보고 구분하면 된다. 껍질이 거칠고 벗겨지면 산수유, 매끈하면 생강나무로 알고 있으면 된다.

송도 센트럴파크에는 한옥마을 내에 지붕이 기와로 덮힌 한옥 스타일의 할리스커피가 있다. 한옥, 기와, 풍성한 매화였더라면 더 운치있었을 것 같은데 식재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아 그저 아쉬울 뿐이다.

송도 센트럴파크 곳곳에는 노란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다. 울타리로도 식재되는 나무인데 짧게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서 길쭉길쭉 뻗은 개나리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개나리의 노란색이 더욱 풍부하다.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 울타리 담벼락에 길게 늘어져서 담벼락이 노랗게 물든 모습을 보면 봄이 왔구나! 라고 느꼈던 것 처럼 풍성한 개나리의 모습은 봄이 온 것 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봄이 되면 여기저기 피어있던 터라 어릴적엔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몰랐다. 참새떼들이 노란 개나리 속으로 파고 들어가 짹짹짹 거리면 막 달려가서 참새떼가 놀라 날아가는 재미를 느끼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그런 참새떼의 모습이 보이면 가만히 멈춰서서 그 모습을 재밌게 바라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봄을 알리는 봄꽃 중 매화가 가장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꽃 마다 나름 개성이 있지만 아마도 다른 꽃에 비해 매화에서는 향기가 나기 때문인 것 같다. 매화 나무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매화향이 퍼져나오니 말이다. 특히 매화 중엔 꽃받침이 붉은색인 매화에 눈길이 더 간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랄까?.



이른 아침 산책하는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들던 곳이다. 봄볕이 조금이라도 더 잘드는 곳에 만개한 매화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기 충분했다.

이제 막 개화한 매화에서는 확실히 싱그러움이 더 묻어난다.

이날 공원 곳곳을 함께 다닌 오투휠스 자전거. 마코2, RCT엔도 사이에서 고민고민 하다가 자전거 품귀 현상으로 판매하는 곳이 없어 마지못해 선택한 오투휠스. 브레이킹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할인 받아 구입한 자전거 치고 가성비 면에서 괜찮은 것 같다.

길을 따라 공원을 한바퀴 돌다보니 센트럴파크에서 1공구 방향, 더샵 센트럴파크2차 앞쪽으로 산수유 군락지를 만날 수 있었다. 군락지라고 해서 규모가 큰 건 아니다. 그래도 지나가다 보면 어? 여긴 유독 산수유가 많네? 유독 노랗네? 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다.


산수유의 노란색과 보색을 이루는 파란 하늘. 산수유와 파란 하늘은 색의 조합이 좋다.

산책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한옥마을이다. 한옥마을은 호텔로 운영되기 때문에 투숙객이 아닌 이상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투숙객 외에는 그저 밖에서만 구경이 가능하다. 한옥마을의 매화는 수목 관리가 제대로 안된 건지 꽃이 피지 않은 가지가 많았다. 수목의 형태도 아쉬움이 많다.
이렇게 4월 2일에 이제 막 매화가 개화했으니 벚꽃은 15일은 돼서야 개화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4월 9일 주말을 시작으로 갑자기 날이 포근해지면서 25도 안팎까지 기온이 오르더니 순식간에 벚꽃이 만발했다.

벚꽃은 매화와 닮은 듯 보이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매화가 가지에서 꽃이 바로 핀다면 벚꽃은 꽃대가 가지에서 길게 나와 피어난다. 그리고 벚꽃은 포도송이 처럼 풍성하게 뭉쳐서 피어나는 차이가 있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 비소식은 벚꽃 구경에 치명타라 할 수 있다. 꽃잎을 겨우겨우 붙들고 있다가 바람이 불편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플라워 샤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올해는 만개한 시점에 밤마다 비가 내렸다. 이렇게 2022년의 매화, 산수유, 개나리, 벚꽃은 끝이 났다. 이다음은 봄을 알리는 꽃 튤립이다. 송도신도시에도 튤립이 피어 있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조만간 다녀오려고 한다.


SNS를 보면 인싸들이 국내 유명 포토스팟에서 찍은 봄 사진들이 많다. 그런 곳이 정말 예쁠 수도 있고, 사진빨일 수도 있고, 사람이 넘쳐나서 꽃구경이 아닌 사람 구경을 하고 올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송도 센트럴파크가 포토스팟을 위한 여행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집 근처에서도 봄이 오는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자기가 사는 곳 주변은 너무 익숙해져서 익숙함에 가려진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또한 사진은 늘 보여주고 싶은 일부분만 보여주는 것이니 더더욱 그렇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다.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달과 목성이 함께 있는 모습, 목성의 위성까지 한 프레임에 담았다
달과 목성이 함께 있는 모습, 목성의 위성까지 한 프레임에 담았다
2022.09.14 -
RF100-400으로 화성, 목성, 토성, 아침 토성 찍어보기
RF100-400으로 화성, 목성, 토성, 아침 토성 찍어보기
2022.06.14 -
겨울 눈꽃여행 어디로 갈까?
겨울 눈꽃여행 어디로 갈까?
2022.01.19 -
인천 송도 10공구 신항물류단지A, B
인천 송도 10공구 신항물류단지A, B
2021.12.09
댓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