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뻔한 단풍명소 인천대공원
최근 주말 야외 활동이 쉽지 않았다. 삼형제를 키우다 보니 누구 하나 감기에 걸리면 집콕, 그 아이가 나을 때 즘이면 다른 아이가 옮아 또 집콕. 학교에서 독감이 유행한다는 메시지를 받고, 제발.. 제발 우리 아이들은 걸리지 마라.. 라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본다. 감기의 무한 루프에 빠지는 거 아닌가 싶은 상황에서 이번주 삼형제들은 병치레 없이 모두 건강했다.
10월 말인 지금, 단풍 구경하기 아주 좋다. 볕이 좋은 날씨까지 더해지니 무슨 일이 있어도 집밖으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장거리를 뛸까 인천 내에서 찾아볼까 고민하다가 인천에 살면서 아직 인천대공원도 못가봤다는 생각에 인천대공원으로 결정했다. 가본적은 없지만 오래된 공원이라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많고, 이미 오래전부터 가을 단풍 사진을 많이 봤던 곳이라 단풍구경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얼마나 물들었을까에 대한 걱정은 있었어도.. 어쨌든 이름부터 인천대공원인데 뭐라도 있겠지 싶었다.
인천대공원 근처에 다다르자 단풍구경을 위해 나선 차들이 줄을 지었다. 줄서있기 이제 좀 지루해지려나 싶을 때 즘 정문을 통과했다. 주차 요금은 3000원인데 다자녀 할인을 받아 1500원에 입장. 창문 너머로 팔을 쭉 뻗어 서류까지 내밀었는데 이런 거 필요 없어요. 다자녀는 할인 해줘야죠! 라며 할인된 요금으로 결제해줬다. 차는 많았지만 주차장이 워낙 크다보니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면 주차 걱정은 딱히 할 게 없었다.
차에서 내리자 많은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아..! 우리도 가져왔어야 했구나! 공원이 꽤 커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잘 따라와 줄까? 라는 고민을 출발전 부터 했었는데, 다들 킥보드 아이템을 챙겨오고 있었다. 공원 입구 편의점에 끓여먹는 라면 자판기가 보였다. 라면이면 환장하는 우리 아이들, 공원 한 바퀴 돌고나면 편의점에서 라면 사서 끓여줄께! 라는 달콤한 말로 아이들 꼬시기 성공! 이제 인천대공원 단풍 구경을 시작해본다.
인천의 슬로건는 all에 있는 것 같다. all ways Incheon 이란 슬로건도 그렇고, 송도의 all nights Incheon도 그렇다. 슬로건에 all이 있는 것 치고는 인천 밖에서 사람들이 찾아올만한 인상깊은 무언가가 있나? 했을 때 쉽게 떠오르는 게 없는 건 웃픈 현실이다.
인천대공원에는 장미원이 있다. 10월 말 인데, 아직도 장미가 피어 있다. 물론 피크 때 만큼 화려한 장미의 모습은 아니지만 즐길 수 있는 것 자체가 놀랍다. 분수대 옆엔 인천시 마스코트 점박이물범 친구들이 있다. 왼쪽부터 버미, 꼬미, 애이니. 등대 모양을 하고 있는 등대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 캐릭터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불빛인 팔미도 등대와 천연기념물인 백령도 점박이 물범을 캐릭터로 탄생시켰다고 한다.
산책 초반이라 아직 아이들의 컨디션이 좋다. 후반까지 잘 유지되어야 할텐데..
인천대공원 장미원과 단풍터널 근처에 온실이 있다. 1온실에는 열대, 아열대 식물들이 있고 2온실에는 다육식물과 선인장이 있다. 다양한 식물들이 있어서 볼 거리도 많지만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선 볕이 유리 온실에 부딪히면서 산란되는 그 빛과 초록초록한 배경이 사진찍기에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많을 때 보단 적거나 거의 없을 때 가면 온전히 개인 온실 처럼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비가 오는 날이더라도 빗방울이 온실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가 꽤나 운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인천대공원의 메인 단풍 촬영 포인트.
온실 앞 터널 길이 메인 단풍 촬영 포인트다. 단순히 이 길 뿐만 아니라 이 주변 터널 길은 모두 촬영 포인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이른 아침에 이 곳에 오면 여유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른 아침에는 햇살이 측후방(사광)에서 비치기 때문에 조금 더 아름답고 감성적인 사진을 남기기 좋다. 다만 진상 사진가들이 많은 날에 다녀가면 이 길 마저도 자유롭게 걷지 못하고 길 밖으로 나가라는 고함이나 듣게 될 수 있다.
아이들이 조금씩 지쳐감에 따라, 걸어가는 방향이나 서 있는 위치 조정 등, 나의 요구사항은 들어주지 않는다. 온전히 단풍 구경만 해도 좋긴 하지만 사진 촬영이 무엇보다 1순위인 아빠를 둔 탓에 그 지침을 한편으로 이해 한다. 그러나 지금은 비록 사진찍히는 게 싫더라도 먼 훗날 과거를 열어보는 시간이 왔을 때, 기억 속 어느 빈 조각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길 바라며 난 셔터를 눌러본다.
해가 넘어가기 전은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기 좋은 시간이다. 광원 주변으로 빛이 번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할레이션(halation) 효과를 주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낼 수도 있고, 인물의 테두리에 빛이 들어가는 림 라이트(rim light)를 넣어서 사진에 분위기를 더 낼 수도 있다. 뒷 배경의 나무에 단풍이 더 빽빽한 곳을 찾고, 인물에 빛이 떨어지는 위치를 잡는다면 조금 더 예쁘다고 생각되는 인생샷을 남길 수도 있다.
사실 인천대공원에서 다인용 자전거를 빌리려고 했다. 지나가는 길에 보이면 대여해야지 했는데, 호수를 한 바퀴 돌고나니 마지막 지점에서 발견하고야 말았다. 혹시나 자전거 대여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미리 위치를 확인하고 움직이길 바란다.
인천대공원 입구 근처에 보면 억새들이 피어 있다. 다들 사진찍기 싫어해서 나름의 방법으로 셋째를 유혹해본다.
"콜라 사줄께 이리와봐~."
성공이다. 콜라 한 병에 해맑게 웃는 셋째. 너란 남자. 쉬운 남자.
인천대공원 입구 편의점엔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공원 산책 전 약속한대로 라면 공약을 지키러 왔다. 끓여먹는 편의점 라면은 수년 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먹어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먹어보게 되었다. 말해뭐해. 당연히 맛있겠지!
라면에 진심인 둘째.
셋째의 콜라 만큼이나 둘째에겐 라면이 진심이다. 입주면은 말할 것도 없고 볼 여기저기, 옷 여기저기에 라면 국물 튀어가며 후루룩 쫩쫩 소리를 내며 맛있게 흡입한다. 지금까지 먹어본 라면 중 최고라고 한다.
즐거운 인천대공원에서의 마무리 기념사진.
이 날 무엇이 가장 재밌었어? 라고 물었을 때, 둘째의 대답은 이랬다.
...
라면 먹은 거!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기차가 지나가는 원동 순매원 매화축제
기차가 지나가는 원동 순매원 매화축제
2024.03.29 -
매화 향기 넘실대는 광양매화축제 매화마을
매화 향기 넘실대는 광양매화축제 매화마을
2024.03.14 -
금성과 화성의 합, 행성의 합, 아름다운 천문 현상
금성과 화성의 합, 행성의 합, 아름다운 천문 현상
2023.07.30 -
해질녘 서쪽 하늘에 밝게 빛나던 목성과 금성의 근접 사진
해질녘 서쪽 하늘에 밝게 빛나던 목성과 금성의 근접 사진
202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