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서리를 자주 볼 수 있는 달
지난 주, 춘천 소양호에 상고대가 피었다고 한다. 겨울철 이슬점 아래로 떨어진 수증기가 얼어붙어 생기는 서리가 나무에 겹겹이 붙게 되면 그걸 가리켜 상고대라고 한다. 상고대가 피기 위해서는 대기중에 습도가 높아야 가능하다. 겨울철 소양호에 상고대가 자주 피는 이유도 호수의 높은 습도 때문이다. 12월, 1월, 2월은 겨울에 속하는 달로서 겨울 서리를 자주 볼 수 있는 달이다. 특히 바람이 없고 잔잔한 영하의 날씨라면 서리가 내리기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출근길에 새하얗게 내린 서리를 보고 MK-C-UP 에 EF-s 18-55mm렌즈를 리버스 시켜 초접사의 세계로 몇 장 담아봤다.
추운 날씨 탓에 비결정형 모양의 서리가 내려 앉았다.
서리의 모양은 저번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서리가 부착되는 물체의 온도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진다. 같은 물체라 하더라도 대기의 온도에 따라 물체의 표면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물체에도 다른 모양의 서리가 내려 앉을 수 있다. 그리고 물체의 가장자리 쪽 부터 서리가 생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의외로 강아지풀의 가시털은 보온이 잘 되는 건지 끝에만 서리가 핀다.
아직 봄을 맞이하기엔 너무 추운 한겨울인데 성미 급한 매화나무에서 새순이 돋아났다. 조금만 포근해지면 금새 꽃망울을 터뜨릴 기세다. 하긴 통도사엔 벌써 홍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초접사에서 이번엔 조금 넓게 서리를 바라봤다.
정원이 있는 곳이라면 너도나도 심어두는 회양목에도 서리가 내려 앉았다. 상록수 라서 사계절 내내 초록 잎일 것 같지만 겨울엔 붉은 빛으로 색을 바꾼다. 참고 견뎌낸다는 꽃말 처럼 새하얗게 내린 서리의 모습이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신현준)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이번 서리 사진을 찍으면서 평소 관심조차 두지 않은 회양목에 대해서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꽃향기가 장미향기 만큼 좋다고 하고, 그 꽃은 연두빛으로 피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고는 꽃이 핀 줄도 모른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잔 가지, 잎, 열매, 뿌리는 약재로도 쓰인다고 한다. 주로 정원이나 화단에 정원수로 쓰여서 키 작은 나무인 줄로만 알았는데, 크는 속도가 더뎌서 그렇지 5미터 이상도 자란다고 한다. 더디게 자라는 특성 때문에 그것도 무려 수백년에 걸쳐야지만 큰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나가는 길에 키 높은 회양목을 보게 된다면 수백년의 세월 앞에 그 자태가 새롭게 보일 것 같다.
회양목에 대해서 새로운 걸 알게된 만큼 이 나무를 바라보는 느낌이 달라질 것 같다. 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한 해 살이 풀로 보이는 식물이 겨울이 오는 동안 바짝 말라 꼿꼿이 서있더니 그 위에 서리가 가득 내려 앉았다. 마치 웨딩 드레스를 입은 것 같은 모습이다.
성미 급한 매화 나무의 새순들.
봄엔 노란 꽃을 피웠다면 겨울엔 다시 빨간 꽃을 피우는 산수유. 가지마다 주렁주렁 빨간 열매가 매달려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이게 무슨 나무였지? 라고 물음표를 내던질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큰 산수유 나무를 겨울에 보면 붉은 단풍이 내려 앉은 모습으로 착각할 만큼 많은 붉은 열매가 매달린다.
가지에 열십자 모양으로 깃이 돋아나는 화살나무에도 서리가 내려 앉았다.
페인트가 벗겨진 벤치는 분진이 쌓인 듯 한 느낌이다.
마른 잡초위에도 서리가 내려 앉았다.
4~5월이면 꽃을 피울 철쭉도 서리추위를 덤덤히 이겨내고 있다.
유독 더 많은 서리가 내린 것 같아 보이는 철쭉.
사철나무 잎사귀에 내린 서리.
구글에 금잔디를 검색하면 위 잔디가 나오는 게 아닌 가수 금잔디 씨가 나온다는 사실.
이런 추위에도 옷 한 겹 안입고 견뎌내는 나무들이 참 대단해 보인다.
이런 추위에도 여전히 나무는 다가올 봄을 위해 스스로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 마저 대단해 보인다.
알게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단함을 느낀다.
지난 서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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