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산책으로 만나보는 인천 송도 설경
이번 겨울에 담아내고 싶은 사진이 있었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 발목까지 쑥쑥 들어갈 정도로 눈 쌓인 도심, 공원, 시설물의 풍경.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나뭇가지를 박차며 날아갈 때 잎사귀에 쌓여있던 눈이 후두둑 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런 느낌의 풍경 말이다. 어릴적 시골에서 살 땐, 그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보며 넘겼는데, 다 크고 도심에 나와 생활하다보니 그 때 모습들이 향수처럼 남아 머릿속에서 아른거리고 있다.
2019년 2월 중순, 비록 기대만큼 많이 내린 눈은 아니었지만 올 겨울 마지막 눈일 것 같은 생각에 점심 산책으로 설경을 만나러 나갔다.
우선 처음 찾아간 곳은 아트센터 인천. 지난 포스팅에서 이 곳을 둘러본 후 눈쌓인 모습이 기대되어 찾아온 곳이다.
2018/12/07 - [His Story/Korea] - 인천 송도의 새로운 랜드마크 아트센터 인천(Arts Center Incheon)
솔잎 사이사이에 쌓인 눈이 희끗희끗 한 게 운치가 있을 뻔 했다.
앞에 보이는 나뭇가지 사이사이에 하얀 눈이 쌓이길 기대하며 갔지만 봄을 준비하는 나무의 열기에 다 녹아 더이상 눈이 보이지 않았다. 많이 내린 눈이 아니었기에 멋진 모습일 거란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다들 의자에 기대어 낮잠을 자는 점심시간 동안 나는 산책을 즐긴다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산책을 이어갔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일자로 뻗은 걸 보니 아트센터 관리 직원이 제설을 한 것 같다. 억새풀은 눈의 무게를 못이겨 바닥에 고꾸라져 있다.
그랜드 피아노 뚜껑을 연 듯한 모양, 현과 해머가 연상되는 구조물도 다시 담아본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계단에서 부터 내 발자국을 남겨봤다. 별것도 아닌데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든다. 여긴 내가 처음! 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일 것이다.
아트센터 앞 야외광장의 모습.
개인적으로 이 광장이 쓰임새 있는 광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트센터 내부에서 큰 공연이 있다면 야외광장에선 소규모 공연(버스킹, 댄스, 연주, 퓨전음악 등)이 이루어졌으면 싶다. 2011년 즘,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문화마당에서 몇 달을 두고 별밤 페스티벌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세종문화회관의 활성화를 위해 무료로 공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가 내 인생 최고의 문화생활 이었다. 퇴근할 때마다 세종문화회관 문화마당에 들러 한 시간 가량 공연을 보고, 교보문고에서 영업종료 알림이 울릴 때 까지 책을 본 후, 광화문 광장에 계신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님께 인사 한 번 하고 집에 들어갔었다.
조만간 옛기억을 더듬어 그 때 누렸던 문화생활 이야기도 남겨봐야겠다.
자리를 조금 옮겨서 송도 한옥마을에 있는 경원루에 도착했다. 작년 봄에 출근 전 아침 산책을 하며 봐두었던 소나무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경원루의 모습이 가장 궁금했기 때문이다.
2018/04/23 - [His Story/Korea] - 송도 한옥마을 아침 산책
경원루 옆으로 에메랄드골드 조경수로 울타리를 만든 곳이 있는데, 그 앞쪽으로 까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힌 모습을 발견했다. 에메랄드골드 나무 안에 있다가 눈 위로 폴짝폴짝 뛰어내린 모습이 영상지원 된다.
송도센트럴파크 UN광장 모습.
바이탈과 Cruising Together 라는 조형물이다. 청정지역에서만 사는 고래를 송도에 비유해서 송도가 친환경으로 조성된 도시임을 상징한다고 한다.
센트럴파크에 오면 항상 남기는 사진.
해수라서 쉽게 얼어붙을 것 같지도 않고 눈이 쌓일 일도 없을 듯 하다. 색다른 모습으로 담아보고 싶은데, 내 머릿속엔 비오는 날 와보는 것 뿐?
테라스정원 언덕에 위치한 모습.
이미 많이 녹아버린 탓에 새하얗게 눈 덮힌 사진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 아쉬움도 남고, 얼마 남지 않은 점심시간에 마음만 급해져 간다. 여유로운 산책을 즐겨야 하는데 좋은 사진 한 장 남겨볼 마음이 더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한옥마을 뒷편으로 펼쳐진 고층 빌딩.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라던가 서울메이트, 각종 유튜브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하면서 느낀점 많이 보게 된다. 그 때 다들 하는 말이 있다. 한국은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아주 조화롭게 가꾸고 있다는 것이다. 난개발 되는 게 너무 안타까운 입장을 갖고 있던 터라 외국인들의 시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그들의 입장에서 몇 번 보다보니 그 말도 맞는 듯 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와 현재의 조화.
멈추고 천천히 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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