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회식장소로 이동하며 갖는 10분의 여유
태풍 링링(LINGLING)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이틀 전, 본사의 전산팀과 회식 갖게 되었다. 셋째가 태어나고 더욱 더 집-회사-집-회사를 무한 반복하던 상황에서 조금의 변화가 있는 퇴근길(?) 이기도 했다. 그 날 점심 때 쯤, 인공위성 사진을 보고 오늘 일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가졌다. 아마추어 사진생활을 17년 정도 하다보니 그 날의 일몰, 다음날의 일출, 몇 시간 후의 기상 상황은 준전문가 만큼이나 예측이 가능해졌다. 뇌피셜이 아닌 구름의 이동 속도, 풍향, 운량, 습도, 시정, 기온, 일기도 등등 모든 것을 보고 내리는 판단이다. 그렇게 퇴근 시간이 되었고, 회식 장소로 이동하는 틈을 타 나만을 위한 10분의 여유를 만들어 보았다.
발길을 머문 곳은 인천 송도 끝자락에 위치한 솔찬공원이다. 송도에서 가장 쉽게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해넘이는 앞으로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볼 수 있지만 벌써 노르스름하게 변해버린 하늘과 빛은 이미 일몰의 분위기를 내었다. 한낮에 해가 쨍쨍할 때, 새우깡을 받아먹으며 열심히 날아다니던 갈둘기들도 난간에 서서 한없이 멍을 때리고 있었다.
나도 난간에 기대어 멍을 때려본다. 잔잔하지만 파도의 일렁임 속에 부서진 빛은 10분의 여유를 즐기는 나에게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회식 약속 시간 따위를 떠올릴 틈도 없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오롯이 몇 분의 여유를 가져보았다.
그렇게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음 회식 장소로 이동하던 중에 해무리로 생긴 무지개를 보게 되었다. 서쪽에 수증기가 많다 보니 이런 특별한 모습도 갑툭튀 하게 된다. 특히나 태풍의 영향을 받게 되거나 대기가 불안정 하면 평소와 다른 하늘이 어김없이 펼쳐진다.
시정도 좋은 날이라 인천대교가 선명하게 보이고 저 멀리 북한 하늘에나 떠있을 것 같은 구름도 가까이 보였다. 세상 풍경의 멋진 모습에 발길이 붙잡혀 이런 날은 매직아워가 끝날 때 까지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사진이나 찍고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할 즘, 카톡 하나가 툭 날아왔다.
"과장님! 저희 먼저 고기 굽겠습니다! ㅎㅎ"
아쉽지만 가야겠다. 고기 구워 먹으러.
그 날 식당 창문 사이로 보이던 하늘이 숯불 만큼이나 무척 빨갰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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