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필 무렵이 되면 찬바람과 따뜻한 바람이 섞여서 불어온다. 양지 바른 곳에 앉아 쉬고 있으면 등줄기에 땀이 흐를 때도 있고, 그늘 아래 있으면 코끝이 시큰 하기도 한 계절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바다를 매립해서 그 곳에 건물이며 도로가 정비된 곳이기 때문에 관리되지 못해 나무들이 쉽게 자라지 못한다. 그래도 이런 계절 소식을 남겨보겠다고 회사 주변 양지바른 곳에 핀 매화를 찾아나섰다.
해마다 이 맘 때 매화를 찾아다니는 건 개인적으로 큰 즐거움을 준다. 매화나무 근처에만 가도 향긋하게 퍼지는 매화 향기에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이었지만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향기를 맡아봤다.
개인적으로 매화 나무는 고목에 피었을 때가 가장 운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변에 전통 가옥이 함께 하면 그 운치가 몇 배는 더 커지는 느낌을 받는다. 매화가 가벼운 느낌의 꽃이라기 보단 기품있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꽃이라 그런지 고목에 핀 매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 매화 관련 책을 구입했는데 그 책에 고목 형태의 매화가 핀 곳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 곳에 나와 있는 매화가 핀 곳으로 탐매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해진다.
또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붉은색 꽃받침의 매화. 노란색과 연두빛의 매화에 비해 예쁜 한복 치마를 두른 듯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는다. 며칠 후면 검암역 부근에 있는 매화동산에도 매화가 만개할 텐데 코로나 시국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다녀오기가 좀 께름칙하다. 어디 인적 드문 시골 마을에 매화가 예쁘게 핀 곳 없을까? 돋자리 펴놓고 잠시 쉬다오면 참 좋겠는데..